3년 같은 3개월을 보내고

#12. 나의 온보딩을 다시 시작하며

by 유수진

이직하고 3개월이 지났다. 느낌상으론 3년이 지난 것만 같다. 실제 흐른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느끼는 것과 더 적은 시간이 흘렀다고 느끼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나면 하루가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흘렀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내 생각에 그것은 많은 것을 느끼지는 못한 채 일을 '처리'하기만 한 하루다. 반면 똑같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도 '오늘 하루 정말 길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일을 하며 무언가를 느끼고 '완결’한 하루다. 이직 후 3개월이 3년처럼 느껴진 이유는 지난 3개월이 후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세어보니 3개월 동안 총 30명의 동료들과 점심을 먹었다. 새로운 환경에 오지 않았다면 3개월 동안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과 점심을 먹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고 있는 일은 물론, 성격이나 취향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회사 안에서의 나의 행동은 점점 더 자연스러워져 갔다. 가령, 휴게실에서 마주친 동료와 어색한 인사만 나누는 대신, "지난주에 갔다 오신다던 콘서트는 잘 다녀오셨어요?"라고 물어볼 수 있고, 물티슈가 비치된 곳에 물티슈가 없으면 내가 서랍장에서 꺼내 가져다 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몇 년은 다니신 분인 줄 알았어요."


나보다 몇 주 후에 입사하신 분으로부터 이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묘했다. 사실 여전히 긴장을 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그만큼 내 행동이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뜻일 테니까. 나는 빨리 자연스러워지고 싶었다. 긴장감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고, 동료와 업무적 이야기를 나눌 때 좀 더 회사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불필요한 어색함이 줄어들수록 실질적인 업무에 더 깊이 집중할 수 있으니까. 쓸데없는 걱정이 줄어들수록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올 수 있으니까.



처음 리멤버 커리어 유저 대상으로 대량의 푸시를 발송할 때 얼마나 동료를 귀찮게 굴었는지 모른다.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라고 몇 번이나 되물었고, 그러고도 실수가 날까 봐 계속 테스트를 했다. 3주 정도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익숙해졌다. 운전에 익숙해질수록 핸들을 꽉 쥐고 있던 손의 힘이 풀어지는 것처럼, 오히려 그 느슨함이 시야를 더욱 넓혀주는 것처럼 3개월 동안 그렇게 조금씩 업무의 시야를 넓혀갔다.


운전을 처음 시작하고 1년 사이에 사고가 가장 많이 난다고 한다. 운전이 미숙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인이 운전에 익숙해졌다고 착각하고 긴장감을 내려놓기 때문이다. 3개월의 온보딩 기간이 끝나고 어느 정도 회사 생활에 적응했지만, 나는 다시 나만의 새로운 온보딩을 시작하려 한다. 익숙함에 취해 일을 처리하기만 하는 습관을 경계하고, '오늘 하루도 정말 길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많은 것을 느끼는 3개월을 계속해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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