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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Nov 25. 2019

연말 평가 기간입니다

#11. 연말 평가 기간입니다

이직한 직장에서 온보딩 기간을 보내며 몇 차례 중간 리뷰와 피드백을 받았다. 적응하고 있는지, 회사의 핵심 가치(드라마앤컴퍼니는 'DRAMA WAY'라고 부른다)에 부합하게 일하고 있는지 등 서로의 fit을 확인하기 위한 대화들이다. 어쩌다 보니 나는 온보딩 기간의 최종 평가와 연말 평가가 겹쳤는데 피플팀에서 보낸 Annual Review 관련 메일을 받고 두 가지를 깨달았다. 벌써 연말 평가 시즌이구나 그리고 또 한 살을 먹는구나.


전 직장에서 처음으로 연말 평가라는 것을 경험했었다. 동료와 리더를 상호 평가하는 것인데, 평가 시트를 켜놓고 깜빡이는 커서를 따라 눈만 껌뻑이며 몇 시간을 보냈다. 동료의 훌륭한 점을 쓰는 거야 쉽지만, 다소 아쉽다고 느꼈던 부분을 어떻게 써야 팩트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사람 일이라는 것이 무 자르듯 명확하지만은 않으니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논문 대신 제출한 졸업 소설도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쓰진 않았던 것 같다.


얼마 후 평가 결과가 나왔다. 마치 어른들의 성적표 같았다. 나는 생각보다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부족한 나를 예쁘게 봐주셨구나 하며 자만하던 중, '매우 그렇지 않다'가 딱 한 개가 눈에 띄었다. 시무룩한 내게 지인은 "딱 하나 나쁘게 나온 거 가지고 뭘 그래. 남들은 더 많을 텐데"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나는 그 하나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단순히 나쁜 평가였기 때문은 아니었다. 익명 평가라 누군진 알 수 없지만 그 사람이 왜 나를 그렇게 평가했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찝찝했지만 풀리지 않는 문제였고, 그렇게 평가는 마무리되었다.


그 후로 4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평가는 어렵다. 드라마앤컴퍼니의 연말 평가는 역량 평가와 성과 평가로 나뉘는데, 그중 역량 평가는 DRAMA WAY의 각 항목에 따라 셀프 리뷰를 진행한다. 팀원의 경우 크게 'Problem-solving', 'Passion', 'Speed', 'Detail', 'Teamwork' 이 다섯 가지의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우수'를 주자니 ‘보통’보다 후한 점수 같고, '개선 필요'를 주자니 ‘보통’보다 서운했다. 리뷰를 마치고도 여러 번 다시 파일을 열어 수정했다.


DRAMA WAY의 핵심 가치 5가지


동료 평가의 경우 모두 기명으로 진행된다. 기명으로도 가감 없이 말할  있는 건강한 문화를 만들기 위함이다.  역시 이름이 떡하니 쓰인 피드백을 받았고, 그것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사람이 나를  그렇게 평가했는지는 비교적 명확했지만,  평가에 대해 내가 어떻게 적용해나갈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평가가 평가로 끝나지 않는 것처럼 내년은 또 오고 끝은 시작을 부른다. 아, 그나저나 또 한 살을 먹는 게 평가만큼이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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