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기필코, '글 까짓거'
약 3년 전부터 매년 버킷리스트를 쓰고 있습니다. 다이어리를 산 기념으로 가볍게 시작해본 것이었는데, 별생각 없이 쓴 것들이 진짜로 이루어지자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가볍게 쓸 일이 아니군, 싶었죠. 버킷리스트는 점점 더 대담해지고 스케일이 커졌습니다. 안 이루어지면 그만인 것을, 쓰기도 전에 겁먹을 필요가 없거든요. 그렇게 쓴 몇 가지의 버킷리스트가 올해 정말로, 또다시, 현실로 이루어졌습니다.
첫째, 책을 출간했습니다. 둘째,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셋째, 글쓰기 모임을 열게 됐습니다.
언젠가 사람들과 모여서 함께 글을 쓰고,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일단, 버킷리스트에 적었습니다. 그래야 어떻게든 이루어진다는 것을 아니까요. 2019년의 막바지, 결국 이 꿈은 이루지 못하고 올해가 끝나겠구나 생각할 때쯤 생각지 못한 기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바로 내년, 새해부터 '문토'라는 취향 모임 공동체에서 '글 까짓 거'라는 이름으로 글쓰기 모임을 엽니다.
모임 이름에서부터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글, 그까짓 거 한번 써보자는 취지가 담겨 있습니다.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꿈을 무턱대고 버킷리스트에 적은 것처럼 일단, 함께 시작해보고 싶었어요. 솔직히 이것은 제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뇌는 말이기도 합니다. 첫 문장 앞에서 몇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자고. 어떤 일에 직접 부딪쳐보기도 전에 겁먹지 말자고.
최소 여섯 분이 모여야 가능한 모임이지만 벌써부터 머릿속은 온통 글쓰기 모임으로 가득합니다. 만약 여섯 분 이상이 모여 '글 까짓 거' 모임을 열게 된다면, 이 이야기만큼은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처음 글을 쓸 때부터 지금까지 늘 글은 저에게 '위태로운 마음을 꺼내놓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고. 그리고 분명히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무언가를 시작하기 참 좋은 새해에, 숫자마저 비장해 보이는 2020년에, 동그랗게 모여 앉아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글 까짓 거, 2020년부터 일단 쓰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