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된 후 처음 참석해본 브런치 오프라인 행사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브런치' 작가로 등록했습니다. 그전까지는 블로그에 글을 썼고, 글 쓸 공간을 하나 더 만든다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이 곳에 첫 글을 썼습니다. 첫 글이 시작되자 자연스럽게 두 번째 글 소재가 떠올랐고 발행은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마치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들어올 땐 네 맘대로 들어왔을지 몰라도, 네 마음대로 나갈 순 없어, 훗!'이라고.
브런치에선 글 쓰는 모든 사람을 '작가'라고 부릅니다. '~씨' '~님'처럼 하나의 호칭 정도로만 생각했지 큰 의미를 두진 않았어요. 그 호칭이 결코 작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건, 약 1년 동안 브런치에 쓴 글을 모아 출판사에 투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받은 출간 제안 메일 제목에 '유수진 작가님께'라고 적혀있었거든요. 작가라고 불리더니 정말로 작가가 되었구나, 싶었습니다.
나는 꽤 오랫동안 끈기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아니다 싶은 일에는 엄청나게 포기가 빨라요. 그러나 아주 특별한 부분에 대해선 이상하리만치 엄청난 끈기가 타오르는데, 보통 좋은 환경이나 사람을 만났을 때입니다. 내가 꾸준히 글을 쓰는 힘을 만들 수 있었던 요인 역시, 브런치라는 좋은 환경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글 쓸 맛난 UI, 읽어도 읽어도 넘쳐나는 다양한 주제의 글, 다음 메인에 글이 노출되어 조회수가 폭발하는 경험 등은 계속해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브런치'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늘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던 건 바로 12월 18일에 열린 '브런치 토크 : 29cm, 브런치와 만나다'라는 행사에서였습니다. 올해 유독 브런치에서는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가 열렸습니다. '눈팅'으로만 지켜보다가 직접 행사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회만 닿아봐라, 꼭 가고야 만다, 하고 벼르고 있던 참에 초대 메시지를 받고 어찌나 기분이 좋았던지요.
브런치는 보통 예쁜 접시에 플레이팅 되어 나오죠. 먹기도 아까울 만큼 예쁘게 꾸며져 나온 음식은 맛도 좋습니다. 집에서 매일 먹는 똑같은 반찬도 반찬통에서 꺼내 먹다가 접시에 담아 먹으면 괜히 맛이 다르게 느껴지잖아요.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고심 고심해 예쁜 편지지를 고르는 것처럼, 더 좋은 글을 쓰려면 예쁜 노트가 필요한 법이죠. 브런치의 이름 유래를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시험공부를 하기 전에 예쁜 노트부터 사는 사람 중에 한 명이거든요.
오프라인에서의 브런치는 온라인에서의 브런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행사는 강남역에 있는 29cm 스토어에서 열렸지만 개인적으로 브런치에서 느껴왔던 특유의 편안함과 아날로그 감성이 소박한 행사장에서 그대로 느껴졌어요. 심지어 브런치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서도 브런치의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났어요. 브런치의 김혜민 마케터님과 기획·제휴를 담당하는 김주영 님의 솔직하면서도 또박또박한 답변이 '브런치답다'라고 느껴져 부러웠습니다.
이날 29cm와 브런치는 각 브랜드의 공통점에서 '텍스트'를 꼽았습니다. 영상이 대세라는 시대 흐름 속에서 여전히 텍스트의 힘을 믿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제 정보가 필요하면 유튜브에 가장 먼저 검색한다는 지인의 이야길 듣고 갸우뚱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여전히 유튜브에 검색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거든요. 내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인가 싶었지만, 만약 그것이 나에게 더 편리한 방법이었다면 분명 그 방법을 선택했을 겁니다.
브런치팀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영상을 스킵하면서 정보를 찾아보는 것보다 텍스트를 펼쳐놓고 정보를 탐색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고 빠르다는 거예요. 이 작은 예시 하나로 텍스트의 힘을 어떻게 다 설명할 수 있겠어요.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나 역시 매주 팀원들과 함께 6초짜리 범퍼 광고로 어떻게 우리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잘 알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지만, 짧든 길든 텍스트가 가진 강력하고 묵직한 힘은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자보다는 전화, 전화보다는 직접 만나는 것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이 한 번의 오프라인 만남이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결국 '어떻게 하면 작가분들께 더 많은 혜택을 드릴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는 브런치 담당자분들의 말씀이 결코 인사치레처럼 들리지 않았던 것은, 실제로 내가 그 혜택을 받았고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는 브런치를 brunch.co.kr 밖에서 더 자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