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또 어떻게 재택근무하지

#14. 겨울과 함께 사라져라, 코로나야

by 유수진

메르스가 기승일 때도 마스크 한 번 쓰지 않았다. 이번 코로나19 예방 차원으로 전 직원에게 나누어준 마스크도 가장 마지막에 챙겼다. “마스크 안 가져가신 분이 수진님이셨군요!" 하며 하나 남은 마스크를 챙겨주신 피플팀 분의 이야길 듣고 나니 내가 참 무디긴 무디구나 싶었다. 마스크 좀 써라, 써라, 엄마가 3절, 4절 노래를 불러도 들은 체 만 체 하던 내가 마스크를 내 몸처럼 챙겨 쓰기 시작한 건, 2월 25일 전 직원 휴대폰에서 재난문자가 울렸을 때다. 100명에 가까운 직원의 휴대폰에 재난 알람이 동시에 울리자, 공포는 100배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우리 회사는 그다음 날인 26일부터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드라마앤컴퍼니 재택근무 공지

갑작스럽게 재택근무를 시행하게 되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슬랙을 통해 업무 진행사항을 공유했고, 원격 회의 서비스인 zoom을 통해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화상회의를 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옷차림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잠옷 바지 차림으로 윗옷만 갈아입은 채 카메라 앞에 앉아서 회의를 했다. 화상회의가 익숙하지 않아 처음엔 카메라 각도 조절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며칠 지나고 나니 이 각도로 하나 저 각도로 하나 내 얼굴은 거기서 거기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재택근무 초반에는 점심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은 욕심으로 집 바로 뒤에 있는 산에 오르기도 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등산이라니, 이 얼마나 생산적이고 건강한 시간 활용법인가. 방금 전에 내가 바라보고 있던 노트북 화면은, 한순간에 푸르른 숲길로 바뀌어 있었다. 산은 요즘 같은 때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숨 쉴 곳이기도 했으니 입을 크게 벌려 마음껏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못된 코로나 때문에 우리의 일상은 갑갑해졌는데, 봄은 눈치 없이 빨리도 찾아오고 있었다.


재택근무 중 오른 산 위에서

8일간 집에서 일하는 내 모습을 지켜본 가족들은 내가 정말로 ‘철저히 업무 시간을 지키는 것'에 놀랐다.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은 나의 재택근무 소식에 '업무 소통에 문제가 없는 것'에 놀랐다. 출퇴근도, 소통도, 신뢰와 배려가 밑받침된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얼굴을 마주하고 일을 할 때보다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유의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재택근무 중 신뢰와 배려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소통 방법으로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자주 공유한다. 재택근무 중에는 서로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굳이 묻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자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내가 A 업무를 대응하느라 B 업무를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공간 안에 있었다면 내가 바쁜 상황임을 동료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 중에는 현재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동료들이 알 수 없으므로 동료들에게 현재 나의 업무 상황을 자주 공유해주어야 한다.


둘째, 핵심을 정리해 이야기한다. 재택근무 중에는 소통에 제약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화상회의를 해보면 알겠지만, 화면 너머의 상대방과 소통하는 것은 오프라인에서 직접 대면하여 소통하는 것보다 훨씬 피곤하다. 따라서, 군더더기를 최대한 덜어내고 핵심만 전달함으로써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슬랙이나 메일에 텍스트를 적을 때에도 간단명료하게 기록을 남겨, 가급적 다시 되물을 필요 없도록 한다.


셋째, 빨리 대답한다. 재택근무 초반에는 마치 영화 <만추>에서 휴가를 나온 죄수, 탕웨이처럼 휴대폰이 울릴 때마다 재빠르게 반응해야 할 것 같았다.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재택근무 중에는 최대한 빠르게 답변하는 것이 좋다. 회사에서는 상대방이 메신저를 놓치면, 직접 자리로 찾아가 급한 상황을 알리고 처리할 수 있지만, 재택근무 중에는 상대방이 연락이 닿지 않으면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서로 간 업무 소통에 답답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완벽한 답변보다는 신속한 답변이 필요하다.


3/6(금)까지 예정됐던 재택근무는, 코로나가 나아지지 않아 한 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출퇴근에 3시간을 쏟아붓지 않는 편리함 따위를 포기하고서라도, 어서 빨리 코로나가 겨울과 함께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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