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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Mar 30. 2020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 기분이 조크든요

4년 전, 회사의 한 선배님이 밴드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홍대나 이태원에서 공연도 하고 심지어 앨범 발매까지 준비한다니, 도대체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수진님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가져봐요! 재미있을 거예요."


헬스장 등록도 몇 달째 망설이고 있던 나에겐 와닿지 않는 말이었다. 이태원의 한 작은 펍에 찾아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회사에서 일 잘하기로 소문난 그녀가 공연장에서는 무대를 휘어잡는 멋진 아티스트였다. 아, 이건 반칙이다. 어떻게 일도 잘하고, 회사 밖에서는 뮤지션일 수 있단 말인가.


사이드 프로젝트는 원래 IT 기업의 직원들이 담당 업무가 아닌 별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관심과 흥미를 바탕으로 본업과 병행하여 더 많은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활동으로 그 정의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그녀의 공연을 보고 난 후, 나는 드럼 학원도 다녀보고, 보컬 학원도 다녀보며 나에게 맞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찾기 시작했다.




나의 사이드 프로젝트 개발 여정


여러 시행 착오 끝에 1) '글쓰기'라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찾았다. 그나마 글쓰기를 조금 할 줄 알고, 흥미도 갖고 있으니 방향을 잡고 개발시켜 나가보면 좋을 것 같았다.


퇴근 후 매일 한 편씩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을 2)며칠 지속하다보니 루틴으로 자리잡혔다. 드럼이나 보컬 레슨처럼 한 달만에 질리지도 않았다.


한 편 한 편 쓰다보니 한 권의 책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분량이 쌓였고 반신반의하며 3)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했다. 


감사하게도 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원고 투고한 지 약 반 년만에 4)에세이를 출간했다. 책이 출간된 후 독자 분들의 피드백을 열심히 찾아 읽었다.


혼자 글을 쓰던 활동을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글쓰기로  확장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5) 문토의 글쓰기 모임 리더에 신청했고 올해 1월부터 글쓰기 모임을 열었다.


혼자 방구석에서 글을 쓰던 일이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왔는지 모르겠다. 막연히 '내 것'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작은 열망이 꼬불꼬불한 길을 만들며 나를 계속해서 어딘가로 움직이게 만든 것만 같다. 앞으로 어떤 6), 7), 8)...을 만들어나갈지 상상하면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즐거움을 느낀다.




'내 것'을 갖고 싶은 직장인들의 필수품,
사이드 프로젝트


내가 몇 달째 헬스장 등록을 망설였던 이유는, 회사 일에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체력이 별로 좋지 않은데 회사 밖에서 많은 활동을 하면 근무 시간동안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았다.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걱정은 틀렸다. 나는 직장인들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가지면 회사와 개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확신한다. 


첫째, 사이드 프로젝트를 가지면 출퇴근의 경계가 명확해진다. 회사와 집만 왔다갔다 하다보면 시야가 좁아져 내가 회사에 종속된 작은 존재처럼 느껴지곤 한다.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 밖에서 자신의 역량을 또 다른 방법으로 발산하면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명확해진다. 퇴근 후의 삶에 기대가 생기면 출근도 기대되는 법이다. 회사 업무를 잘 마쳐야 퇴근 후의 활동에도 집중을 할 수 있으니 근무 시간에 온 집중을 다할 수밖에 없다.


둘째, 회사 밖에서의 퍼스널 활동이 브랜드 비즈니스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최근엔 회사를 다니면서 여러 강연 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다. 내가 배달의민족과 tyle.io 관심을 갖게  이유도 당시  회사에서 마케터로 근무했던 이승희, 김지현 마케터님의 강연을 들은 덕분이었다. 직원들이 인플루언서로까지 활동해준다면야 딱히 말릴 이유가 없을  같다. 나는 현재 회사에 입사한 후로, 브런치에 스타트업 마케터로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최근 입사하신 분들로부터 입사하기 전에  글을 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하고 감사하다.


셋째, 동료들과의 친분이 두터워진다. 점심을 먹을 때나 오후 커피 타임을 가질 때, 쉬는 시간 동안에마저 일 얘기를 한다면 지루한 게 사실이다. 나는 동료들과 갖는 잡담의 힘이 엄청나다고 믿는다. 서로에 대한 경계를 풀고, 업무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할 때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카메라 사신다더니 어떤 카메라 사셨어요?", "주말에 운전 연습은 잘 하셨어요?"하며 서로의 취향과 회사 밖의 활동 이야기를 나누며 인간적으로 더 가까워진다. 휴게실에서 나눈 잡담이 아니었다면, 업무적 접점이 많지 않은 개발자 분들께 다가가 궁금한 점을 여쭤보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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