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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Mar 29. 2020

오늘 만나는 사람이 당신을 만든다

연초에 적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좋은 친구를 다섯 명 사귀는 것'이었다. 1분기가 지난 이 시점에, 그래서 친구를 사귀려고 어떤 노력을 했는데?라고 묻는다면, 의도적으로 노력한 일은 없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버킷리스트를 쓰고 나면 금방 잊어버리지만, 뒤돌아보면 어느샌가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좋은 친구를 사귀기로 결심한 이유는 사람의 영향력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중심이 바로 서 있는 사람이니 주변 사람들 때문에 이래저래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자만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영향력은 아주 아주 강력했다. 오늘 기분 최곤데~ 하고 밖을 나섰다가도 카악~퉤, 침 뱉고 지나가는 사람 때문에 오늘 하루 기분을 모두 망쳐버리는 게 바로 나였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으로부터도 이토록 영향을 받는데,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깊은 관계를 맺는 사람이라면 오죽할까.


"유수진, 사람 가리잖아"


내가 참 좋아하는 지인이 하신 말씀이다. 나를 혼내려고 하신 말씀이 아니라 인간관계에 적절한 선을 긋는다는 뜻이다. 나는 언제부턴가 사람을 가릴 줄 알게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선을 넘는 비매너적인 행동이 훅훅 들어오기도 한다. 반면, 내가 무엇을 주지 않아도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나의 한정된 에너지와 마음을 동일하게 나누어 줄 생각이 없다. 그래서 사람을 가린다. 당장은 아프더라도 관계를 도려낸다.


관계를 자르는 것만큼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을 사귀면 사귈수록 자아는 더욱 확장된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안양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내 친구는 모두 안양 사람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안양에서만 놀았다. 대학에 들어가 서울에 사는 친구를 사귀었고 자연스럽게 내가 노는 곳도 홍대나 명동 같은 서울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회사에 들어가 컴퓨터공학, 디자인, 경영학 등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사람들과 일을 하며 그들이 일하는 방식과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나는 사람을 통해 안양을 넘어, 서울을 넘어, 세상으로 나갔다.


본론으로 돌아와, 올해 좋은 친구를 사귀었느냐 묻는다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전에 만난 적 없던 좋은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나의 세계를 확장한 것은 확실하다. 한 예로, 작년 겨울에 신청한 문토 글쓰기 모임의 리더로 확정되면서 일곱 명의 멤버 분들을 만났다. 살아온 환경도, 직업도 다른 우리가 '글쓰기'라는 하나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통한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멀리에 있지 않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무의식적 욕구가 나를 좋은 친구들에게 끌어당겨준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려면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 다섯 명이 누구인지 보면 되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내가 되고 싶은, 닮고 싶은 사람들과 지금 같이 일하고 있는지 점검해보고, 만족도가 높다면 현재 자리에서 더 잘하는 것을 목표로,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조직을 모색할 때다. - 퍼블리, 박소령 대표 / 톱클래스 인터뷰 중에서

인터뷰 전문 보기  


안 좋은 관계를 잘 잘라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맘에 들지 않는다고 모든 관계를 다 잘라낼 수는 없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많이 사귀어야 한다. 김치찌개가 너무 짜면 물을 더 넣는 것처럼, 관계의 균형은 그렇게 찾아온다. 당신은 앞으로 누구를 만나겠는가?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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