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대한 글쓰기 모임의 평점

by 유수진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첫 모임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한 심리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었습니다. 상담 선생님과 어느 정도 친분이 생겨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게 되었다는 소식도 전해드렸는데요. 선생님은 정말 잘됐다며, 혹시 모임이 끝날 때 사람들에게 점수나 피드백도 받는지를 여쭤보셨습니다. 그래도 유료 모임이니 당연히 점수를 받지 않을까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저에게 몇 점을 기대하느냐고 하셨습니다.


"5점 만점에 4점 이상은 받고 싶어요."


욕심이 많은 성격은 아닌데, 글쓰기나 제가 리딩을 맡은 일에는 눈에 불을 켜는 편입니다. 늘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지만 처음 프로젝트 리더를 맡았을 때만큼 회사를 열심히 다녔던 적이 없었어요. 퇴근하면서도 일 생각, 아침에 머리 감으면서도 일 생각,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켜서 높은 분께 '잘했다' 소리를 듣겠다는 일념으로 오직 프로젝트에만 몰두했었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잘했다'는 소리를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제 기분은요.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진심 어린 기쁨이 아니라 무조건 받아야 인지상정인 선물을 받은 안도감 같은 것이 느껴졌어요.


어차피 같은 선물인데 그게 무슨 차이냐. 뜻밖의 선물은 받지 못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어차피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이니까요. 예를 들면, 어느 날 출근을 했는데 책상 위에 꽃 한 송이가 놓여 있었습니다. 같이 일하던 동료가 오는 길에 '그냥' 샀다며 선물로 준 거예요. 저는 그 선물을 받지 않았어도 일상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거예요. 늘 그랬듯 컴퓨터를 켜고 일을 했겠죠. 하지만 뜻밖의 선물을 받은 만큼 그날 하루 동안 제 기분은 구름 위를 걸었습니다. 괜히 꽃을 들고 셀카를 찍기도 하고, 옆에 놓아둔 채 두고두고 바라보았어요. 아마 평소에 제가 그 동료에게 나쁜 동료였다면 받지 못했을 선물이겠죠.


반면 받아야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한 선물을 받지 못하면 큰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면, 나는 친구의 생일날 케이크도 사주고, 선물도 사주고, 노래도 불러주며 진심을 다해 축하해줬는데 정작 친구는 내 생일을 깜빡 잊어버린 경우예요. 만약 이런 일이 생기면 친구에 대한 실망감으로 가장 행복해야 할 생일 동안 마음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점수를 너무 높게 잡았어요. 3점만 받아도 잘 받은 거예요. 모임 진행은 이번이 처음이시잖아요."


상담 선생님은 제가 글쓰기 모임의 평점을 '받아야 인지상정인 선물'처럼 대하지 않길 바라셨던 것 같아요. 저는 늘 그렇듯 리더로서 단독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이 모임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글쓰기 모임은 하나의 정답이 있는 자격증 시험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참여하는 멤버에 따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피드백을 줄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했어요. A를 준비해 갔는데 반응이 별로 좋지 않으면 다음 모임에는 B를 준비해 가고, B의 반응이 좋으면 다음에 B'를 더 준비해 가면서 조금씩 모임의 틀과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이 어떤 리더에게나 필요한 거죠.


제가 기대한 글쓰기 모임의 평점이 4점이든 3점이든, 문토에서 진행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 <글까짓거>는 숫자로 평점을 받지 않습니다. 다만, 문서로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제가 모임을 진행하는 틈틈이 멤버 분들께 이러한 진행 방법이 괜찮으신지를 여쭤봅니다. 지금까지 아쉬운 부분에 대한 피드백은 없으셨지만, 매번 격주로 진행되는 모임마다 좋은 점이 하나씩 늘어가는 모임으로 만들고 싶어요. 아직 시작 단계에 서 있는 우리에게, 낮은 점수와 아쉬운 피드백은 그만두라는 신호가 아니라 더 좋아지라는 발판이니까.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는 일에 시작부터 지레 겁을 먹지 않기를 바라요.


그래도 여전히 첫 만남은 떨려요. 땀 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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