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은 겨우 여섯 번입니다

by 유수진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한 전문가를 1년 정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요새는 '전문가'라는 게 학위나 자격증의 유무로 결정되지도 않고, 정확한 경계가 없어 '본인이 얼마나 본인의 전문성에 확신을 갖느냐'가 전문가로 불리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치는 듯합니다. 그의 행보는 자신감 넘쳐 보였습니다. 자신감이 부족한 저에겐 본보기가 될 때가 많았죠.


그의 말에 따르면, 이곳저곳에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듯했고 꽤 많은 팬들이 그의 SNS 게시물 하나하나에 반응했습니다. 문제는 그 반응에 힘입어 게시글 수위가 점점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시점부터였습니다. 저는 그 줄타기가 너무 불안해서 그의 게시물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졌어요. 1년 전 게시물과 달리, 일회성 '좋아요'를 갈망하는 내용들이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거든요. 게시물에 달리던 '좋아요' 수가 세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떨어졌고, 급기야 한 자리 숫자가 됐습니다. 그는 그런 변화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요새 이런 모습들을 보면 좀 무섭습니다. 저의 미래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회사 생활도 그렇죠. 처음 입사할 때 회사 건물을 들어서면서 다짐했던 그 마음이 지금도 여전할까요? 그만큼 뜨겁고, 설레고, 풋풋할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건 병일지도 몰라요. 사랑하는 사람과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가슴이 콩닥콩닥거리면 정말로 그건 병일지도 몰라요. 병원에 가봐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든 익숙해지고, 쉬워지고, 마음 씀이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첫 마음처럼 뜨겁지는 못해도 중간만큼이라도 꾸준히 이어나가기를 바라죠.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박지선 교수는, MC 유재석 씨가 최고의 자리에서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비결을 이전에 비해 200%, 300% 더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깊이 공감됐습니다. 20대 때는 낮잠만 잘 자고 일어나도 피부가 좋아 보였는데, 요새는 각질도 제거하고 팩도 하고 좋은 화장품을 바르고 잠을 9시간은 자야 그나마 피부가 '괜찮다'싶거든요. 만약 유재석 씨가 인기가 떨어지는 듯해 수위 넘는 농담으로 게스트를 불쾌하게 했다면 어땠을까요? 하루아침의 시청률은 폭발적이었을지 몰라도 꾸준한 인기를 얻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저는 글쓰기에서도 중요하고 또 중요한 점은 '유지'라고 생각합니다. 단 한 편의 글을 기깔나게 써서 '빵'하고 불타오른 작가가 되기보다는 가끔은 그저 그런 글을 쓸지라도 오래오래 글을 쓰고 소통하는 작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는 올림픽이 아니니까요. 4년을 준비해 한 경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가급적 매일매일 한 문장이라도 글을 써서 리듬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글쓰기 모임을 진행할 때마다 멤버 분들께 이 질문을 합니다.


“모임이 끝난 후 어떤 글을 쓰고 싶으세요?"


우리가 오프라인에서 만나 모임을 갖는 것은 한 시즌당 겨우 여섯 번. 각자 생업이 있는 분들이 격주 주말마다 합정역에 모여 3시간씩 글을 쓴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하지만 렌즈를 줌 아웃해 평생의 글쓰기로 바라봤을 때 여섯 번은 아주 적습니다. 이 여섯 번의 모임은, 여섯 번 이후에 꾸준히 글을 써나가기 위한 준비 운동 단계인 겁니다. 여섯 번의 모임 모두 멤버 분들께서 모임을 마친 후 계속해서 글을 써나가시는 모습을 상상하며 준비합니다. ing도 중요하지만 after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요.


올해 1월에 진행한 글쓰기 모임 <글까짓거> 시즌1 멤버 분이 브런치 작가가 되어 다음판에 글이 노출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정말로 그때는 제 글이 걸렸을 때보다 기뻤습니다. 저의 예상과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생한 증명이었으니까요.


슬럼프를 겪고 있는 그 전문가 분이 다시 예전처럼 인사이트 깊은 내용을 전하며 더 좋은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한 철 반짝 빛나고 말기엔, 긴 꿈을 가진 사람들이니까요. 긴 꿈을 가진 저는 지금 <글까짓거> 시즌3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멤버 분의 꾸준함을 본받아, 시즌3도 좋은 모임이 될 수 있도록 시즌1 때보다 200%, 300%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글쓰기 모임은 겨우 여섯 번이지만, 저에게 남은 평생의 글쓰기는 최소 60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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