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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Apr 05. 2021

멀티 프로필, 사용하고 계시나요?

오랜만에 서울에서 친구를 만날 때마다 하는 일이 있었다. 바로 카카오톡 프로필용 사진을 찍는 것. 카카오톡 프로필용 사진이라 함은, 요즘 SNS에서 핫하다는 감성 가득한 카페에서 의도적으로 찍었지만 전혀 의도적으로 찍은 것 같지 않게 찍힌 사진 같은 것을 말한다. 일상은 늘 집-회사-집-회사...를 무한 반복하고 있으면서, 프로필 속에서만큼은 매일 예쁜 카페에서 친구와 수다를 떨며 환하게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었나 보다.


왜 엄마들이 프로필에 꽃 사진을 해놓는지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 30대가 된 후로, 셀카에 대한 욕망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프로필 사진은 내게 관심 대상이다. 개인적으로 프로필 사진의 심리학을 믿는 나로서는 프로필 사진에 어느 정도 개인의 취향과 담고 싶은 의미가 부여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의 매일 본인 아이들의 새로운 사진으로 변경하는 친구의 프로필은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어 지켜볼 때마다 왠지 모르게 내 마음까지 따듯해진다. 반면, 갑자기 프로필 사진을 비공개로 돌린 친구에게는 며칠 더 지켜보다가 안부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이건 좀 무서운가?).


그래서일까. 몇몇 사람들은 내 프로필 사진이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끼기도 한다. 특히 카카오톡으로 업무적 소통을 해야 하는 경우엔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대다수의 이유는 여자친구나 남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처럼 개인적인 일상을 프로필에 올리고 싶은데, 직장 상사나 동료(혹은 비즈니스 관계의 사람)의 과도한 관심 때문에 부담스러워서가 아닐까. 자식을 키우는 부모님들의 경우, 가족 사진을 많이 올려두는데 내 지인 분은 프로필에 가족 사진이 하나도 없어서 여쭤보니 거래처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싫어서라고 했다.


카카오톡에 '멀티 프로필'이란 기능이 생겼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반반이었던 것 같다. 멀티 프로필이란 대화 상대별로 프로필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기능으로, 내 프로필도 내 맘대로 못 정해 답답하던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기능일 수 있겠으나 한편으론 이 기능을 악의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예를 들면 멀티 프로필 기능을 이용해 다른 사람인 척 위장해 사기를 칠 수도 있고, 양다리를 걸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신문 기사에 따르면, 카카오는 멀티 프로필 기능을 이용해 '부캐'를 설정할 수 있다는 장점을 언급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재석 씨가 트로트 가수 '유산슬', 기획사 대표 '지미유' 등 다양한 부캐로 등장하면서 부캐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 멀티 프로필에 장단점이 있듯이 부캐에도 장단점이 존재하는 것 같다. 나 역시 몇 년 전부터 부캐를 가지려고 노력해왔는데, 직업이나 일을 통한 부캐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따라 나를 다르게 변화시키는 카멜레온 기술이 필요해서였다. 험한 세상 살아가려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없음을 인정하고 무례한 행동에는 따끔한 대처로 방어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 텅텅 빈 지하철에서는 흰 운동화를 신고 어떻게 서 있어도 발을 밟힐 위험이 적지만, 지옥철에서는 양팔 근육에 딱 힘주고 있지 않으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신발에 수많은 발자국을 남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온갖 부캐를  쓰고 집에 돌아온 날이면 평소보다  ,    피곤하다. 상황에 따라 나를 변화시킴에 따라  상처받고,  다칠 수는 있어도 거기에 쏟는 에너지는 오롯이   사람의 것이니까. 멀티 프로필 기능이 생긴   달여 흐른 지금까지 나는 딱히 멀티 프로필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특정 누군가에게 특정 사진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의도가 있지 않은 , 아직까지 나에게 프로필은 그나마 마음에 드는 사진을 올려서 스스로 만족하는   중요한,  정도의 의미인 모양이다. 주변 지인 중에도 멀티 프로필 기능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사람은 없는 듯한데. , 아닐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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