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직장인이나 일반인들도 자신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매체에 기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나 역시 올해 두 곳 정도에서 새롭게 기고를 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기고 외에 글쓰기 강의, 모임 등 내가 가진 재능을 발휘할 다양한 형태의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커리어에 긍정적 효과를 줄 뿐만 아니라 반강제(?)적으로 개인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된다. 나는 후자에 더 큰 목적을 두고 기고를 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경력이 늘어날수록 기존에 하고 있던 일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스스로 성장 동력을 얻기가 어렵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이제 막 회사 생활을 시작한 분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말일지 모르지만 3, 6, 9년마다 찾아온다는 슬럼프 중에서도 6년 이후부터는 꽤 세게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한다. 나는 그럴 때 '사이드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중 기고는 개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투자하기 어려운 직장인에게 적합한 프로젝트 중 하나이며, 회사 일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최고의 투자이다. 내 이름을 걸고 기고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을 위해, 내가 기고를 하기까지 겪었던 과정과 기고를 하는 나만의 방법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내 이름을 걸고 기고하기까지
줄여서, 줄여서, 전반적인 요약
SNS를 보다가 중앙일보의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인 폴인에서 객원 에디터를 구한다는 모집글을 발견했다. 객원 에디터 Pool에 프로필을 등록해두면 폴인에서 에디터가 필요할 때 연락을 주는 시스템이었다. 발견했다고 말하긴 조금 어색한 것이, 나는 그 글을 그냥 지나쳤다. 관련 경력을 담은 이력서와 지원하는 이유, 그리고 내가 쓴 글을 보내야 하는데 당시로서는 직장인인 내가, 언제 올지도 모를 기회를 위해 당장의 수고를 들이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게시물을 지나쳐버리고 얼마 후, 옛 동료로부터 DM이 도착했다. SNS에서 폴인 객원 에디터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았는데 한번 지원해보면 어떻겠냐고. 나는 원래 누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싫어하는 타입인데, 일에 있어서만큼은 노예근성이 있는 터라 동료의 제안을 듣자마자 폴인에 제출할 서류들을 준비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 막상 해보니 그렇게 귀찮은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프로필을 등록해두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던 어느 날, 첫 기고 의뢰가 왔다. 기고는 한 달에 한 건 정도라 퇴근 후나 주말 시간을 이용하면 되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양이었다. 오히려 기고를 하는 즐겁고 슬기로운 주말이 기대된달까.
폴인의 좋은 점은, 내 프로필과 지금까지 쓴 글을 한꺼번에 모아놓은 공간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고를 하는 이에게 '홍보'와 '히스토리' 차원에서 굉장한 플러스 요인이다. 실제로, 폴인에서 내 글을 읽은 다른 매체의 대표님으로부터 또 다른 의뢰를 받게 되었다. 그 대표님은 폴인의 프로필을 보고 내게 연락할 방법을 찾으시던 중, 우리가 이미 SNS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시곤 DM으로 연락처를 문의하셨다. 기고는 기회를 낳고, 기회는 또 다른 연결을 낳는다.
내 이름을 걸고 기고하는
방법과 자세
1. 기고를 의뢰받을 수 있을 만큼의 프로필이 필요하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폴인은 객원 에디터 Pool 등록을 상시로 받고 있다. 언제든 지원을 할 수 있지만, 내부에서 이 사람에게 업무를 맡길지 말지는 프로필을 통해 결정할 것이다. 즉, 내게 업무 의뢰를 맡길 만큼의 프로필이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의 경우, 이전에 문토나 평생학습관에서 글쓰기 모임과 강의를 진행한 이력이 있고, 웹진에 기고를 하거나 브런치에 차곡차곡 쌓아둔 글이 여러 편 있어 이를 어필했다. 따라서 폴인은 이러한 내 이력에 어울리는 Pick&Summery 라는 비즈니스, 자기 계발, 커리어 도서 중심의 서평을 쓰는 업무를 의뢰한 것이다. 사실 나의 이전의 경력들이 지금의 기고에 영향을 끼치게 될 줄은 몰랐다. 다만, 내가 가진 재능을 작게라도 발산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찾고 실행하다 보니 프로필에 글쓰기 관련 일들이 한 줄 두 줄 늘어났고, 덕분에 기고라는 기회까지 찾아오게 되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어떤 매체든 기고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어필할 수 있는 프로필을 준비해야 한다. 마케팅 분야에서 오랜 경력이 있다면 회사에서 한 마케팅 프로젝트 경력을 어필할 수도 있고,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면 스타트업에 대한 경력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풀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2.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신뢰할 수 있는 주변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자
폴인의 에디터 모집 글을 처음 봤을 때,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쳐버렸다. 만약 옛 동료가 내게 DM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폴인에서 기고를 하는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 동료와는 오랜 기간 같이 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성장'이라는 비슷한 관심사를 통해 서로의 활동을 응원해주고 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발견하면 고민 없이 공유하고, 관련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준다. 요즘엔 워낙 정보가 많다 보니 알짜 정보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주변에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신뢰할 수 있는 동료를 둔다면, 혼자일 때보다 훨씬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신뢰할 수 있는'이라는 말을 넣은 이유는, 이러한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갖거나 자신과 같이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에만 머무르기를 바라는 이상한 질투심을 갖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생각보다 주변 환경과 누구와 어울리는지에 많은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성장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주변에 많이 두고, 그 사람들끼리만 서로가 하고자 하는 활동에 대해 공유하면 된다.
3. 두 번째 글을 맡기지 않을 수 없을 만큼의 첫 번째 글을 쓰자
기고를 맡고 첫 글을 쓸 때, 가장 심혈을 기울인다. 내게 기고를 맡긴 사람에게 '와! 이 사람과 함께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일을 맡긴 사람도 나의 첫 결과물을 받기까지 의심이 들 것이다. 과연 이 사람에게 기고를 맡긴 것이 득일지, 실일지 첫 결과물을 받기 전까지는 알 수 없으니 말이다. 회사 내부에서 같이 일을 한다면 첫 번째 일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두 번째 일에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회사 외부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첫 번째 일에서 실수를 하면 두 번째 일을 같이 할 기회는 없다. 물론 그것은 최악의 경우이고, 나는 두 번째 글을 맡기지 않을 수 없을 만큼의 첫 번째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나 역시 직장인으로서 회사에서 외부 필진을 모실 때가 많았다. 외부 필진을 모신다는 것은 내부에 글을 쓸 인력이 없거나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없기 때문인데, 외부 필진으로부터 받은 원고를 내부에서 여러 번 수정을 거쳐야 한다면 어떨까? 그 필진과는 계속해서 일을 하기가 어렵다. 전문성이나 글의 퀄리티와 상관이 없을 때도 있다. 내부의 톤앤매너나 분위기, 업무 의뢰의 목적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글을 쓰지 않으면 그것 또한 수정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오랫동안 같이 호흡을 맞추는 필진은, 기존에 우리 회사가 내는 글이나 회사의 톤 앤 매너를 스스로 파악하고 그에 맞게 글을 보낸다. 두 번째 글을 맡기지 않을 수 없다.
4. 성실한 관계는 소개를 부른다
'이 사람에게는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다'는 신뢰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소개'로 이어진다. 한 편의 글을 잘 쓰는 것을 넘어, 꾸준히 성실하며 불편하게 튀는 점이 없어야 신뢰가 쌓인다. 가장 기본적인 것들, 이를 테면 데드라인을 잘 지키고, 내부에서 요청한 규칙들(원고 글자 수 등)에 맞게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여러 번 기고를 하다 보면 관성에 젖어 늘 비슷한 글을 쓰기가 쉬워지는데, 항상 '새로운 예시는 없을까?', ‘좀 더 신선한 결말은 없을까?' 고민하며 내 글을 편집해주실 담당 에디터님을 만족시켜야 한다.
처음 나와 연락을 했던 에디터님은, 이후 다른 에디터님께 나를 소개해주셨다. 글쓰기 모임을 했던 문토에서는 서울시와 함께 하는 글쓰기 관련 활동들에 종종 나를 소개해주셨다. 기고자에게 소개는 앞으로 나아갈, 잘 닦인 길이 되지만 소개해주신 분께 누가 되지 않도록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5. 기회와 연결될 준비를 하자
폴인의 글을 본 다른 매체의 대표님으로부터 의뢰가 들어왔다. 프로필에 내 메일 주소를 남길까 말까 고민하다가 남기지 않았었는데, 메일 주소를 남겼더라면 아마 더 쉽게 연락을 취하셨으리라. 하지만 다행히도 그 대표님과 나는 SNS로 연결이 되어 있어 SNS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연락을 받기 얼마 전, 내가 우연히 그 대표님을 알게 되었고 팔로우를 신청해두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분야에 두루두루 관심을 갖고, 해당 분야의 사람들과 연결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먼저 다가서는 습관이 중요하다. 기회의 재미있는 부분은 생각지 못한 순간과 장소에서 찾아오는데,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필연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6. 커리어보다는 실질적인 성장이라는 목적에 더 중심을 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기고를 할 때에는 커리어보다는 개인의 실질적인 성장에 더 중심을 두는 편이 좋다. 그 이유는 회사 일도, 사이드 프로젝트도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속하기 위함이다. 내가 만약 기고하는 것을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목적을 갖고 한다면 이 일을 지속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기고를 한 이력을 이력서에 한 줄 더 넣는다고 해서 당장의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것 하나로 내 연봉이 높아지거나 그렇지는 않다는 말이다.
대신, 개인의 실질적인 성장에 중심을 두면, 확실히 큰 도움이 됨을 느낀다. 나는 기고를 하다 보면 평소에 접하지 않았을 비즈니스나 마케팅 관련 책을 자주 접하게 된다. 단순히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보일 글로 정리를 하면 그 책을 꼭꼭 씹어 먹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공부가 있을까? 기고도 하고, 직장인으로서의 역량도 쌓고,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기고를 통해
주체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운다
기고를 하는 과정, 방법, 자세 등 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 하자면 한 편의 글로는 모자란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 딱 한 가지만 강조해야 한다면, 기고를 하는 것은 주체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활동이라는 점이다. 요즘은 직장인이든 기업의 대표든 프리랜서든 끊임없이 배우고 나 자신을 넓혀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학원에 가고,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것도 좋지만, 기고는 어느 정도의 경력을 가진 사람이 끊임없이 주체적으로 일하고 성장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일이다. 좋은 기고를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자기 분야의 지식을 쌓고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가야만 한다. 그것이 내가 나 자신을 스스로 ‘기고하는 사람’으로 떠미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