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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Aug 27. 2021

매일 같은 몸무게를 유지하는 방법

이틀에 한 번 꼴로 몸무게를 잰다. 다른 사람들은 몇 번이나 몸무게를 재보는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꽤 잦은 편일 것이다. 몸무게를 자주 재는 이유는 50kg을 넘지 않기 위해서다. 참고로 나는 키가 작다. 그래서 50kg은 나의 마지노선이고, 지금까지 가장 최고점을 찍어본 숫자가 50.0kg이다.


최근 1년 간 49kg에서 위아래로 1kg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아무래도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바깥 음식을 덜 먹을 수 있었고, 나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유로움이 커져 몸무게를 유지하기가 비교적 쉬웠다. 사실 밥 한 끼만 넉넉하게 먹어도 1kg은 훌쩍 늘기 때문에 같은 몸무게를 유지하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몸무게를 유지하는 일에 예민하고, 예민한 만큼 꾸준히 같은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나는 왜 이토록 몸무게에 집착하게 된 걸까.


학창 시절에 통통한 여자 아이가 복도를 걸어가면, 남자아이들이 옆에서 입으로 '쿵쿵쿵' 소리를 냈다. 뚱뚱하다고 놀리는 것이다. 또, 나의 친구는 매점에서 빵 2개를 사고서는 나에게 1개만 교실까지 들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양손에 빵을 들고 가면 친구들이 놀릴까 봐 걱정이 되어서다. 아마도 나는 그때부터 절대로 살이 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살이 찌는 것을 극도로 기피하는 데에는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내 성향도 한몫을 한다. 여기서 '변화'와 '도전'은 다른 뜻인데, 나는 일에 관한 도전은 좋아하지만 일상의 변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 예를 들면 머리 스타일이 갑자기 확 바뀐다든지, 라식 수술을 하여 며칠간 앞을 못 본다든지와 같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당연히 살이 찌는 것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20대 초에는 무조건 마른 몸이 예쁘다고 생각해 44kg까지 살을 뺀 적이 있었다. 그때의 사진을 보면, 얼굴이 해골상이다. 당시 실제로 몸이 엄청 약했고,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힘들어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할 때나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 쓰러질 뻔한 적도 많았다. 실제로 쓰러지기도 했다. 그러다 20대 중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건강한 몸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바뀌어 47~8kg대의 몸무게를 유지했다. 그러다 30대가 되면서는 나잇살이라는 게 붙었는지 아무리 빼려고 노력해도 빠지지 않는 1kg이 더 붙었다.


단기간에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과 꾸준히 똑같은 수치를 유지하는 것은 다른 성격의 힘을 필요로 한다. 내가 매일 같은 몸무게를 유지하는 방법은 다섯 가지 정도가 있는데 첫째는 몸무게를 자주 잰다. 소수점짜리까지 확인하는 게 누군가에겐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밥 한 끼 먹으면 300g이 찌네?' 하면서 나의 몸무게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을 재미있게 생각한다. 둘째, 거울을 자주 본다. 어젯밤에 야식만 먹고 자도 다음날 아침 옷의 태가 살짝 달라진다. 옷을 좋아해 이 옷 저 옷 갈아입으면서 거울을 자주 보는 편인데, 몸무게 변화를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소식한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지 못하고 조금씩 자주 먹는 편이다. 어렸을 때는 '깨작거리며 먹는다', '손톱만큼 먹는다'며 혼나기도 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소식만큼 건강에 좋은 것도 없다.


넷째, 절제한다. 나도 사람인지라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미친 듯이 먹을 게 당기고 배스킨라빈스 뚜껑을 연 순간부터 이성을 잃는다. 하지만 단맛을 충분히 느꼈다면 먹을 만큼만 먹고 반드시 뚜껑을 덮는다. 여행에서가 아니고서야 10시 이후 야식 배달은 시켜본 적이 없다. 마지막 다섯째, 몸이 기억하는 운동을 한다. 18살 때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등산을 해왔다. 가끔 한 주 정도 등산을 건너뛰게 되면 확실히 몸이 늘어짐을 느낀다. 15년 넘게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운동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밥 먹고 잠을 자는 듯한 일상이 되었다.


정말  하루, 친구들과 거하게 맥주  잔만 해도 몸무게가 훌쩍 는다. 나도 언제  소수점이 간당간당하게 넘어갈지   없고, 앞으로 내가 유지해야  몸무게가 52kg, 53kg.. 점점 커질 수도 있지만 항상  중심 무게를 잡고, 유지하기 위해 애쓰려 한다. 나의 몸은 24시간 하루 종일 아니, 평생 내가 책임져야  무게이니까, 그게  kg이든 내가 가장 건강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몸무게를 만드는 일은 하나뿐인 나의 몸을 사랑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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