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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die Jan 17. 2021

우리에게 전략이 필요한 이유

들어가며

"불합격"


'네가 그럼 그렇지! 그럴 줄 알았다.'

해외연수를 나가기 위한 어학시험에 불합격한 사실을 처음 확인한 직후 든 생각이었다. 조건이 갖춰진 사람들이 출국하기 전 통과의례처럼 응시하는 시험이었었기에, 대부분 합격한다던 "간단한" 시험이었다.  무엇보다 합격 커트라인에서 단 1점이 모자라 불합격했다는 사실은 더욱더 나를 괴로움 속으로 밀어 넣었다. 괴로움 뒤에는 자책감이 엄습해왔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발생할까?라는 의미 없는 질문을 수십 번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시험 결과를 확인한 뒤 사무실에 아무렇지 않은 척 앉아 있었지만 간단한 업무도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이미 마음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왜  '그럴 줄 알았다' 생각했을까? 돌이켜 보면 나는 끝까지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것 같다. 시험을 준비할 당시 내 수준을 망각하고, 대부분 합격한다는 일반적인 사실 속 '대부분'의 범주에 나를 포함시다. 처음부터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으니 시험도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못했다. 틈틈이 공부를 했지만 그저 기출문제만 푸는 주먹구구식 공부를 했다. 공부를 하는 '척'만 한 것이다. 그런 의미 없는 나날들이 이어지자 나 자신과 실력에 대한 믿음도 사라졌다. 그저 시험 당일 합격할 수 있을 것이란 "행운에 대한 기대"만이 나를 안심시킬 뿐이었다. 당연히 그 결과는 비참했다.


나는 처음부터 '대부분'에 속할 자격이 없었다. 학창 시절 남들이 다 공부하는 영문법의 기초를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어가 무엇인지, 동사가 무엇인지 제대로 구분하지도 못했다. 그저 어설픈 '찍기'와 '기술'로 해외연수에 선발될 수 있는 어학성적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컴퓨터가 개인의 능력에 맞춰 문제를 내는 CAT(Computer Adaptive Test) 방식이었던 그 시험에서 당연히 합격할 수 없었다. 컴퓨터는 나의 불완전함을 간파하고 계속 내가 취약한 영문법 기본에 대한 문제를 출제했다.


다행히 기회는 한번 더 남아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도서관에 가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나는 영문법 기초를 공부했고, 문제를 틀리면 그 문제와 관련된 영문법을 끝까지 찾아 노트에 정리했다.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모르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틈틈이 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유튜브 영상을 보며 나는 그 사람들의 비법을 이해하려 애썼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는 영문법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한 달 뒤 치러지는 시험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 나는 영어시험에 대한 '전략'이 없었다.  영문법 기초가 전혀 없었던 불완전한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영어시험 대비 전략이었다. 처음부터 나의 불완전함을 알고 시험대비 전략을 구상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때의 나는 전략 없이 전쟁에 임하는 군인이다름없었다. 라린 패배 뒤에 나는 치밀한 전략을 수립했고, 그렇게 전략은 벼랑 끝에 몰린 나를 구해주었다.


나의 삶은 항상 불완전했다. 왼손잡이로 태어났지만 글은 오른손으로 썼다. 그렇다고 양손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양손잡이는 아니었다. 그저 공만 왼손으로 던질 줄 아는 불완전한 왼손잡이였다. 남들이 밤낮으로 치열하게 공부하며 보낸 학창 시절에도 나는 불완전한 시간을 보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갈 성적이 되지 않아 실업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 속에서 공부를 하는 척했지만,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노는 부류'에 편승해 본격적으로 '방황'하지도 않았다. 그저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삶을 살았다. 청운의 꿈을 안고 자원해서 입대한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그저 그런 사람이었다.    


이러한 내게 필요한 것은 전략이었다. 전략은 약자의 불완전함을 보완해주고, 강자의 강점을 부각해주며,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만들어주는 일종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귀찮다는 이유로 이러한 전략의 중요성을 간과하며 지낸다. 물론 그 '간과'의 대가는 불합격이 주는 절망처럼 쓰라리다.


늘날 전략이라는 단어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내가 이곳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전략은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은 을 살아가기 위한 과학(science)과 술(art)이다. 리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전략이 필요하다. 래서 전략에 대한 내 생각이곳에 기록한다. 나처럼 스스로 불완전하다느끼는 런 이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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