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기 미국 봉쇄정책의 입안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조지 케넌은 1947년 foreign affairs에 익명으로 "The sources of soviet conduct"라는 제목의 논문을 기고했다. 대략적인 내용은 소련은 그 체제가 가진 모순으로 스스로 붕괴할 것이기 때문에 굳이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1991년, 그의 말대로 소련은 스스로 붕괴했다. (그의 예측과 맞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리타분하고 규정을 따지는 나의 성격 때문에 조직 내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는 "안방마님"격의 사람들과 충돌이 많았다. 그들은 경험과 관례를 중시했고 나는 규정과 절차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내 잘못도 분명 있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그들이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나를 압박해왔다는 것이다. 중상모략에 당하지 않으려 SNS, 카톡 프로필, 대외 모임 등에 가족을 노출시키지 않는 것에 집착한 것도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은 해보았지만, 첫 번째 시도가 불발되면 그때부터 나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다. 변화를 원하지도, 비겁한 타협을 하지도 않았다. 규정과 방침을 준수하면서 철저한 "봉쇄전략"을 추구하며 내가 하는 일에만 집중했다. 아니나 다를까, 날 중상모략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문제에 엮여 스스로 나가떨어졌다. 스스로가 가진 모순을 극복하지 못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정말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혹시 지금 조직 내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있다면 "봉쇄" 전략도 하나의 옵션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요즘과 같은 적극적인 자기주장 시대에 부합하지 않지만, 문제나 상황을 escalation 시키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스스로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 많다. (난 INFP라서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중상모략의 어려움으로 나에게 상담해오면 항상 이 출처 불명의 중국 속담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누가 너에게 해를 끼치거든 당장 앙갚음을 하려 애쓰지 말고, 그저 강가에 앉아 기다려라. 그러면 머지않아 그 사람의 시체가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