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브래그-1

by Ed

군 복무 중 운 좋게 현역 신분을 유지하며 석사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위탁교육의 기회를 얻었다. 당시 내가 선택한 논문 주제는 한국과 미국 특수작전부대의 역사적 기원과 발전과정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 군사학의 주류인 핵전략이나 국방정책 같은 거대 담론에 비하면, 특수작전은 상대적으로 지엽적이고 학술적 가치가 낮게 평가받는 분야였다. 하지만 나는 나를 전문 직업인으로 성장시켜 준 내 뿌리, 특수전사령부, 특전사를 위해 무엇인가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다행히 지도교수님과 학과 교수님들은 나의 이 무모한 진심을 흔쾌히 지지해 주셨다.


명색이 미국 특수부대의 역사를 논하는 논문을 쓰면서 그 현장에 한 번 가보지 않는다는 것은 스스로 용납하기 어려웠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던 중, 운명처럼 미 육군 특수작전사령부가 있는 ‘포트 브래그(Fort Bragg)’ 기지 내 심포지엄 소식을 접했다. 기지 안의 역사관을 직접 눈에 담을 수 있다면 논문의 마침표를 찍을 확신이 생길 것 같았다. 고민은 짧았다. 나는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살면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도시, 페이엣빌로 향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한 노스캐롤라이나의 8월은 한국 못지않게 고온다습했다. 시차를 느낄 새도 없이 숙소에 짐을 풀고 곧장 우버에 몸을 실었다. 목표는 기지 출입을 통제하는 방문자 센터. 현역 군인 신분이었고, 주미 무관부를 통한 행정 절차도 이미 완벽하게 마친 상태였기에 모든 것이 순조로울 줄만 알았다.


문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방문자 센터에서 출입 절차를 마치고 기지 안으로 걸어 들어가려는데, 기지 내부로는 ‘걸어서’ 들어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전 구글 지도상으로는 충분히 걸어갈 만한 거리라고 확신했는데, 미군 기지 출입구는 한국의 거대한 톨게이트와 같아서 차 없이 이동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시스템이었다. 이미 나를 내려준 우버 기사는 떠난 뒤였고, 무더운 열기 속에 방문자 센터에 홀로 남겨진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곳은 내가 알던 지도 밖의 세상이라는 것을.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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