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금요일 저녁은 특별하다. 이유는 흔하고 평범하지만. 한 주의 마무리. 다음날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 같은 것 말이다. 좀 더 잘 수 있다는 부분은 내가 아니라 남편에게 더 해당되겠다. 그래서 우리는 마신다. 매주 금요일 저녁, 매번 새로운 술과 안주를 고민한다. 항상 다를 수야 없지만 계절마다 재철 술은 있기 마련이다.
겨울이 깊어지면 꼭 먹어야 하는 술이 있다. 바로 따뜻한 사케. 큰 병에 든 술을 작은 병에 옮겨 담아 데운다. 술을 데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50초. 끓는 물에 50초. 같은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냄비에 물을 받아 가스를 올리고, 물이 끓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더하면 중탕이 훨씬 오래 걸린다. 왠지 공을 들이면 더 맛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사실 그 정도를 구분할 혀가 못된다. 우린 취하는 것이 좋다.
뜨겁게 데워진 도쿠리에서 김이 펄펄 올라온다. 한 잔 옮겨 바로 마시려니 안경에 김이 서린다. 뿌연 시선으로 한 모금 조심해서 삼킨다. 첫 잔은 조심해야 기침을 막을 수 있다. 자신 없으면 시간을 들여 조금 식힌 뒤 마시면 된다.
시간도 들이지 않고 조심하지도 않은 채, 첫 잔을 삼키다간 사래가 들릴 수 있다. 두 가지 중에서 적어도 하나는 해야 한다. 선을 지키지 않으면 고통이 따른다. 알코올 수증기가 목을 치는 일은 물과 기침과 잠깐이 해결해준다. 하지만 많은 일들의 해결책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어떤 선을 넘은 대가는, 대중없이 흐르는 눈물과 먹먹하게 끝을 알 수 없는 시간. '경계선’ 부디 조심하시길.
사케 안주로는 촉촉한 연어, 짭쪼롬한 명란 구이에 아삭한 오이와 부드러운 마요네즈 삼합, 뜨끈한 전골이 있다. 그날 배고픈 정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이날은 오이, 마요네즈, 명란 구이 삼합과 한 병을 비웠다.
후끈하게 열이 오른 얼굴을 그러쥔 채 팔꿈치를 책상에 올리고 너를 본다. 바알갛게 물든 네 얼굴을 말없이 본다. 너는 내 눈을 봤다가, 이미 빈 병을 한 번 더 들었다가, 빈 잔에 남은 마지막 한 방울을 소리 내 마시고 나를 본다.
너를 어디까지 봐야 할까.
얼마만큼 들여다봐야 할까.
2020.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