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라는 콩깍지를 뒤집어쓰다.
해가 진 자리에 달이 차오른 늦은 밤. 지금은 내 동네인 그때는 아니었던 비산동을 처음 마주했다. 오미가미 골목에서 알딸딸해졌을 때쯤 집이 어딘지 가르쳐주겠다는 너의 말에 내 골목이 될 장소로 향했다. 소란한 술집 골목을 나서자 전등을 끈 것처럼 어두운 거리였다. 운치 있는 하지만 스산한 노란 불빛이 있는 골목길. 주택에 살아본 기억이 없는 나는 밤의 필터를 낀 주택가 골목에서 낭만을 보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 동네, 이 골목, 한 집에서만 살았던 네가 들려주는 너의 추억과 함께 걸으니 완전한 시간이었다.
내가 사는 골목의 밤은 빛과 어둠으로 얼룩져있다. 가로등이 닿는 곳만 노랗게 존재한다. 빛이 없는 곳은 블랙홀처럼 공간에 대한 존재감이 없다. 가까이 가면 빨려 들어갈 듯한 느낌. 밤의 건물은 반은 존재했다가 반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드 있는 주황등, 여길 지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어휴~ 아무리 봐도 여긴 키스 맛집인데 말이야.
잠시 멈춰 감탄을 하는데 가로등 아래 담 위에 앉아있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냥이 눈을 보고 있자니 그가 지금까지 보았을 커플들의 환영이 보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