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 대구 살아요

by 이도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오늘은 파란 하늘이네요. 벌써 세 번째 주말이지만 여전히 나갈 엄두는 나지 않는 대구사람입니다. 원망스러운 상황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겠죠. 뉴스와 기사에서 말하는 상황을 보면 정말 가까이 온 기분이 드는데요. 다행히 직접 느끼기에는 아직 안전한 것 같아요. 그래도 자기 전 온도 체크와 식후 건강보조식품은 부지런히 챙기고 있어요.


한 달 전 컨디션 난조로 우연히 사게 된 온도계를 이렇게 잘 쓸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비싼 온도계를 살 껄 싶어요. 제가 6천 원에 샀던 온도계가 인터넷에는 3만 원에 팔리고 있네요. "시장"은 참 유연해요.


황사가 심할 때도 잘 쓰지 않던 마스크인데, 요즘은 마스크 안에서 쉬는 숨이 편안하게 느껴져요. 마스크를 살 수 있을 때마다 사두고 있어요. 3000원, 4000원, 2500원, 1500원. 싸게 샀는지 비싸게 샀는지 알게 뭐예요.


저는 댓글에 대한 생각은 규제나 금지보다는 관리와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어요. 자신의 의견을 댓글로 남길 수 있죠. 악플과 댓글을 명확하게 나눌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대구 사는 사람 제발 좀 밖에 나오지 마라.]라는 댓글을 읽고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 글은 댓글일까. 악플일까. 이미 장을 보거나 꼭 해야 하는 일이 없으면 밖에 나가지 않아요. 가끔 나가는 거리에는 사람이 없어요. 다들 노력하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아직 가까운 사람 중에 감염자는 없지만 매일 발표되는 수치를 보면 너무 두렵습니다. 병에 걸리는 것만큼 남은 일마저도 하지 못하게 돼 망해버릴까 무섭습니다. 그러니, 제발 좀 나오지 말라는 말은 악플로 다가오네요.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빠져나와 우리가 마주하게 될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러나 저러나 슬프도록 아름다운 푸른 하늘과 봄꽃이 시간이 멈춰있지 않다는 걸 알려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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