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구워 먹는 고기를 먹을 때면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 한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집중하면서 손과 눈은 고기에서 떨어질 수 없다. 양념이라도 묻은 고기면, 도저히 두 가질 동시에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면 서로 먹는데만 입을 쓰고 귀는 옆 테이블 이야기를 더 주의 깊게 듣게 된다. 그렇게 가게를 빠져나오면 빠진 얼을 챙기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 순간 한겨울 바람은 큰 도움이 된다.
처음 양꼬치 경험은 즐거운 충격이었다. 양고기가 줄줄이 엮인 꼬지를 좌우로 왕복운동하는 기계 홈에 잘 맞춰 얹어주면 그 뒤로는 손하나 까닥하지 않아도 완벽하게 익는다. 가히 완벽하다는 단어는 이렇게 쓰임이 옳다. 기름은 아래로, 열기는 위로. 바알간 고기에 주황색 특제 양념이 범벅된 양꼬치가 왼쪽 오른쪽으로 돌아 갈색빛을 띠면 움직이는 레일 위 고정된 거치대로 옮겨 놓는다.
거치대로 옮기는 타이밍이 조금 빨라도, 늦어도 괜찮다. 결코 덜 익거나 타는 법은 없다. 한 판에 8개 남짓 올려 둘 수 있는데. 익는 시간도 적당해 첫 꼬치를 시작한 이후 추가 주문시간만 잘 맞추면 끊김 없이 먹을 수 없다.
마늘인을 위한 꿀팁이 있다. 첫 꼬치를 끝낸 후 빈 꼬치에 생마늘을 엮어 다시 레일에 올려두면 다섯 번째 꼬치부터는 잘 익은 구운 마늘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조심해야 할 점은, 생각보다 꼬치는 날카롭고 생마늘은 딱딱하기 때문에 손 다치지 않게 힘 조절이 중요하다.
양꼬치에 없으면 허전한 향신료 소스. 이름을 찾아보니 쯔란, 큐민, 커민. 여러 가지 이름이 있었다. 사실 여기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도저히 익숙해 지기 힘든 사람과 새로운 맛의 세계에 빠지는 사람. 나처럼 그 중간에 있는 사람도 있겠다. 된장, 고추장, 쌈장처럼 그냥 어떤 고기와 어울리는 소스 중의 하나로 거북함도 특별함도 없이.
향이 가득한 양꼬치에 어울리는 술은 무향 무색에 소주. 특히 요즘 즐기는 파란 병의 진로. 그 한자가 참'진' 이슬'로'라던데. 병처럼 예쁜 이름이다.
생고기와 숯 사이의 거리. 거의 익은 고기와 숯 사이의 거리를 보고 있으니 이 양꼬치 기계를 만든 사람이 궁금해졌다. 지금의 적당한 거리를 어떻게 만들어 냈을까. 얼마나 많은 시도와 실패가 있었을까. 아니면 대충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거리를 한 번에 완성한 걸까.
인간관계에도 양꼬치 기계 같은 장치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아무 생각을 해본다. 손대지 않고 저절로 익어가는 관계를 원하는 것은 아닌데. 덜 익거나, 거의 탈 것 같은 상태의 관계를 좀 더 익게 혹은 더 이상 익지 않게 적절한 거리를 유지시켜주는 거치대는 있으면 좋겠다. 기름만 쏙 빠지고 쉽게 식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