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소리들

가까워지다.

by 이도


잠결에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두드릴 사람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잠을 깨버린 탓에 정신을 차리려 눈을 떴다. 방안은 어둑했고 너는 출근했는지 옆자리가 비어있었다. 침대 옆 탁자로 손을 뻗어 시간을 확인하니 알람 한 시간 전. 이른 아침 그렇게도 두드리던 님은 비님이었다. 누운 채로 비가 천장과 창문에 부딪혀 벽을 타고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얼굴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눈을 감으면 비를 맞고 있는 것 같이 가까운 소리였다.



아파트와 주택에서 들리는 소음은 조금 다르다. 차소리 대신 발소리, 윗집의 발소리 대신 앞집 할머니의 기침소리. 집 주변이 건물로 둘러 쌓여있고 마주한 도로는 폭이 좁아 아이들이 소리 지르며 달리는 소리만 종종 들린다. 그리고 대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내가 사는 2층 현관문은 도어락을 사용하지만. 대문은 여전히 열쇠를 사용한다. 우리 집뿐만 아니라 골목, 아니 동내 모든 집의 대문은 비슷하게 생긴 철제 대문으로 되어있다. 그 문에 열쇠를 넣고 돌리면 문이 열리면서 한번, 그리고 닫으면서 한 번 더 소리가 골목을 울린다. 특히 문을 닫을 때, 너무 살살 닫으면 잠겨지지 않는다. 잠금장치가 걸리게 꽝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밀거나 당겨야 한다. 골목 안 현관문은 재질과 형태는 비슷비슷하지만 낡은 정도와 사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그 소리는 다르다. 다르다고 한다. 사실 아직 나는 우리 집 문소리와 옆집 문소리를 구분할 수 없다. 하지만 30년 동안 골목 안 다양한 집 문소리를 듣고 산 그는 신기하게도 다 구분해낸다. 앞집 문소리. 대각선 집 문소리. 뒷집 문소리. 골목 입구에 있는 집 문소리. 심지어 앞집 문소리는 사람까지 알아맞힌다. 그 집 아들인지 어머니인지 구분할 수가 있다고 했다.


나는 언제쯤 그 경지에 닿을 수 있을까? 요즘 그가 돌아올 시간쯤엔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넘어오는 문소리와 발소리에 집중한다. 아직 한 번에 맞힌 적은 없다. 우리 집 대문 소리가 확실해 현관을 열어보면 앞집이고, 이건 앞집 문소리겠지라고 생각하는데 뒤이어 계단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소음이 소리가 되는 경험은 골목 깊숙한 주택에 살지 않았더라면 영영 겪지 못했을 일이다. 소음에 귀 닫는 습관이 아니라 소리에 귀 기울이는 새 습관. 나도 어서 구분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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