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국밥에 소주

가끔 평일 저녁 술자리

by 이도

"돼지 하나, 살코기 하나, 이슬 한병이요."

늦은 저녁. 때를 놓친 끼니. 깊은 허기와 고단한 몸을 이끌고 동네 국밥집으로 들어간다. 서로 익숙한 얼굴. 인사와 동시에 주문한다.


"돼지 하나 살코기 하나 이슬 한병이요."

이런 날은 보통 금요일이 아니다. 가끔 이벤트처럼 찾아오는 평일 저녁 술자리. 다음날이 새빨간 휴일인 평일 저녁이다. 돼지가 순대가 되는 날이 있고, 소주 한 병이 소주하나 맥주 하나가 될 때도 있다. 금요일 저녁은 1인 1병이 원칙이지만 평일 저녁은 2인 1병이 룰이다.

보통 음식점에 가면 소주를 먼저 내어주지만 우리 동네 국밥집은 밥과 같이 나온다. 늦은 저녁임을 아시는지 빈속에 먹지 말라고 그러시는지 항상 음식과 같이 술을 내어주신다. 덕분에 뜨끈한 고깃국물로 위를 달랜 뒤 마시기 시작한다.

음식취향은 비슷한데 간이 반대인 우리는 음식이 나오는 순간부터 정 반대로 간을 한다. 한 사람은 깍두기 국물만 넣는다. 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펄펄 끓는 국밥을 조금 식힐 요량이다. 늦은 시간이 부담스러워 밥은 말지 않는다. 아쉬울 때 한 숟가락 정도면 충분하다.

다른 한 사람은 분주하다. 우선 양념장을 한 숟가락 가득 넣어 빨갛게 푼다. 간은 새우젓. 반 숟가락 넣고 맛을 본 뒤 부족하다 싶으면 조금 더 넣는다. 밥을 말아야 하기 때문에 조금 짜다 싶은 정도로 맞춰야 한다. 부추는 손으로 한 움큼 집어 얹는다. 마지막으로 밥을 만다. 그러고 나면 뚝배기 그릇에 넘칠 듯 말 듯 찰랑거리는데 쌀 한 톨 흘리지 않고 조심해서 섞는게 중요하다. 최종 간을 확인하면 맞춤 국밥이 완성된다. 이제 술을 준비할 순서. 잔의 2/3를 이슬로 채워준다.

“고생했다.”

“짠.”

둔탁한 소리를 내며 잔을 부딪치고 한 모금 넘김과 동시에 한 숟가락 가득. 고기와 국물 그리고 밥을 입 안으로 밀어 넣는다. 그렇게 말없이 반쯤 먹으면 눈앞에 사람이 보이고, 두 번째 잔도 생각난다.


비슷한 사람과 다른 사람을 나누는 기준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는 좋아하는 음식이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음식 간에 대해서는 정 반대이다. 식성을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우리는 비슷한 사람일까. 다른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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