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가꾸기
같은 골목길을 몇 번쯤 지나가다 보면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때가 있다.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만큼 첫나들이에선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 아파트처럼 베란다가 없는 주택엔 구석구석 빈 곳을 베란다처럼 사용한다. 현관문과 계단 사이. 집 앞 공터. 벽 난간 위. 옥상. 해가 알맞게들며 비바람을 적당히 걸러주는 곳. 거기가 그 집의 베란다가 된다.
집을 나갈 때,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반겨주는 너를 잊지 않는 내가 될게.
작년 6월, 집에 제일 먼저 들인 식물은 구문초이다. 여름을 맞이하며 기능성 식물을 들여놓았다. 위치는 현관문 앞, 계단 벽면의 반 야외. 매일 아침 물을 주고 잎을 한 번 훑어 간단한 인사 후 집을 나선다. 돌아왔을 때는 정식으로 모기 쫓는 의식이 있다. 구문초 잎을 살짝 움켜쥐고 가볍게 좌우로 흔들어 현관에 향기를 퍼트린다. 그리고 손에 남은 향기를 먼지를 털듯 온 몸을 두드린다. 마지막은 재빨리 문을 열고 닫는 일. 스피드가 생명이다.
깊어지는 여름, 유칼립투스를 들였다. 나의 베란다가 생기자 전엔 몰랐던 식물 기르는 사람 마음을 알게 되었다. 무엇을 기른다는 것은 꾸준함과 한결같음이다. 하루 한 번 물주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는지. 바쁜 아침과 지친 저녁 눈 앞의 식물과 아는 척을 하는 일이 이렇게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 었는지. 이제야 알겠다.
우리 집 베란다는 거의 야외라 겨울에는 아무것도 살 수 없다. 여름과 가을 내내 물주는 일에 지쳐갈 때쯤 겨울이 와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구문초는 어머니께 유카리는 엄마한테 맡기고 나와 나의 베란다는 휴식기에 들었다.
그리고 3월 새 봄이 왔고 어머니의 구문초는 다시 꽃을 피웠다. 나의 유카리를 찾으러 가면서 새로운 노랑 아이도 데려왔다. 이름은 에니시다. 이름만큼 상큼하고 신 향을 뿜는다. 물만 주면 이토록 싱그러운 향을 주는데.라는 생각으로 작년에 귀찮음은 벌써 잊고 베란다를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