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10월 29일

by 이도

여러 번 말하지만 나는 황정은을 좋아한다. 그녀의 글은 다 좋지만 반하게 된 계기였던 '백의 그림자'가 최애다. 백의 그림자를 출간했을 즘. 학교에 강연을 온 그녀를 직접 본 적이 있다. 대강당이 아닌 중간 크기의 계단식 강의실이었기에 가까이에서 그녀를 볼 수 있었다. 백의 그림자와 그녀는 잘 어울렸고 그 뒤로 쓰는 글에서 느껴지는 '황정은'이 좋았다.


로쟈는 황정은의 작품을 아직 무정형이라고 하며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한다. 특히 반복하는 부분이 '리얼리티'에 대한 부분이다.* 로쟈의 의견 중 동의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나나가 모세네 집에 다녀온 뒤에 결혼에 회의를 느끼는 대목을 '성의 없다고'느꼈다는 부분이었다. 로자는 이 부분을 성급하다거나 특이한 계기라고 말한다.

나나가 모세의 집에 갔다 온 뒤 아버지가 사용한 요강을 어머니가 비우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고 모세는 부부 사이에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고 대답한다. 나나는 모세의 대답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다. 로쟈는 이 장면을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사회성 좋고 성급하지 않은 현실의 젊은이라면, '도저히 안 되겠어'라는 생각을 남들이 이해해 줄 때까지 참고 견뎌는 사람을 말하는 걸까?

나는 나나를 이해했으며 그 마음에 충분히 공감했다. 구구절절한 이유를 찾아 나열하지 않은 건 소설이라 그런 게 아닐까. 이런 내 생각에 로쟈는 그건 '시'이며 소설은 '리얼리티'라고 할까.

버지니아 울프도 '리얼리티'를 얘기했다. 그녀가 말하는 '리얼리티'는 자신이 느낀 것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나나에게 '리얼'한 상황이 다른 이에게 '리얼'하지 않게 보일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이미 '리얼'이다.


로쟈도 애정으로 황정은의 책을 읽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책[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를 재미있게 읽었다. 그랬기에 새로 나온 책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에서 황정은을 발견하고 기쁘게 읽었다.

울컥하는 마음으로 시작해버린 글이지만 사랑을 조금 담아 마무리한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인 걸까 하는 두려운 마음에 삭제를 고민하지만, 발행해본다.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이현우, 추수밭, 2021 (p.271-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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