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
누군가의 전화를 받은 뒤 엄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발신자는 할아버지. 내용은 남동생 부부의 임신소식에 대한 바람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통화에 엄마가 하는 말이라고는
"저들도 계획이 있는 거 같았어요."
"알아서 하게 두려고요."의 반복이었다.
통화를 끝내며 한 숨을 내쉬는 엄마에게 아빠가 왜 그러냐고 물었고 엄마는 할아버지의 간섭이 힘들다고 했다. 궁금한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함께 나이 들어가는 상황에 여전히 일일이 전화해서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를 하는 할아버지가 버겁다고. 이런 전화 그만 받고 싶다고.
아빠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라고 말하며 속없는 사람처럼 웃었고 나는 점점 화가 올라왔다.
불편한 게 없는 아빠의 대수롭지 않다는 무관심한 태도. 상대를 살필 생각 없는 할아버지의 이기심. 일찍 많은 걸 포기해 꽁꽁 숨어버린 엄마의 자존감. 내가 아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사람들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그들은 여전히 그 시절에 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내 분노는 계속 더해졌고 그 모습을 본 엄마가 나를 진정시키고자 물이 아닌 기름을 부었다.
"너한테 하는 말 아니고 동생한테 하는 말이잖아. 너는 시집갔으니까 상관없는 사람인데 뭐. 관심도 없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