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작업실 화장실은 성인 한 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작고 오래된 건물이다.
물을 내리는 방식도 버튼이나 레버를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플라스틱 통에 연결된 쇠줄을 당기는 방식이다.
처음 화장실 물이 내려가지 않았을 때, 영빈이 선채로 통 안을 들여다보더니 금방 고쳐냈다. 그 뒤로 비슷한 일이 생길 때마다 영빈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간단하다는 영빈의 말에 몇 번 시도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내 키로는 불가능했다.
며칠 사이에 연달아 문제가 생기면서 이제는 정말 사람을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빈은 아무렇지 않게 고쳐 놓고는 사람을 부를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계속 고장 나니까 한 번 점검을 받고 완전히 고칠 수 있으면 좋잖아."
"이건 고장 났다고도 할 수 없는 수준이라니까."
"전문가가 보면 뭔가를 알아낼 수도 있잖아."
"적어도 이 화장실에 대해서는 나도 전문가야."
"잘 고치는 건 알지 그런데 매번 당신 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여하튼 나는 사람 부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평소 똥손으로 불리던 영빈은 이렇게 화장실 금손이 된 자신의 이야기를 꼭 남겨달라고 내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