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일기
자동차가 생기면 막연히 차를 끌고 나와 우연이 만들어줄 드라이브를 하는 낭만이 있었다.
늦은 저녁, 갑자기 운전을 하고 싶어 무작정 집을 나왔다. 시동을 걸고 목적지는 정해두지 않은 채 핸들을 잡았다. 한산한 밤의 도로에서 노랗게 켜져 있는 가로등 아래 익숙한 길과 새로운 길을 탐험가의 마음으로 지나쳤다.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차렸을 때는 어느새 북대구 IC. 어쩌지 고민하는 사이 하이패스 차선으로 고속도로에 들어와 버렸다. 그리고 포항 방면으로 진입. 돌아갈 것인가 계속 갈 것인가 결정을 미루며 뇌가 멈춘 사이 발에 들어간 힘으로 집에서 점점 멀어졌다. 운전이 아니라 바다를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지만 이대로 가는 건 무리가 아닐까. 음악도 틀지 않은 차 안에서 머릿속은 시끄러웠다. 그때 눈앞에 나타난 커다란 흰색 기둥. 간단히 때운 저녁으로 출출했던 참에 핸들을 꺾었다. 그렇게 우연히 들린 휴게소에서 뜨끈한 우동 한 그릇. 배를 채우면 돌아갈 마음이 들려나 했지만 오히려 의욕이 샘솟았다. 마침내 어두컴컴한 바다. 잠깐의 모래사장. 어쩌다 바닷물에 발이 젖어도, 여분의 신발이나 양말 그리고 수건이나 휴지가 있으니 다시 뽀송뽀송. 그리고 돌아와 숙면. 바다가 야경이 되기도 하지만 전개는 거의 비슷하다. 는 상상을 하곤 했다.
하지만 현실은. 갑자기 운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운전이 능숙하지 않다는 점. 그래서 목적지 없는 운전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높일 뿐. 도로보다는 따뜻한 침대 안에서 멍 때리는 것이 안전하다는 점. 명당자리에 주차한 상황이면 그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점. 깜깜하고 적막한 고속도로가 낭만보다는 무서움에 가깝다는 점. 모든 길은 연결되어있지 않다는 점. 그래서 우연히 발견하는 건 고속도로 IC가 아니라 막다른 길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 거기다 초면인 일방통행 도로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망은 언제나 현실이 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