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뭐 먹지(1)

by 이도


독립을 하고 내 방이 아닌 내 집이라 부르는 곳이 생겼다. 그리고 주방. 낭만 가득한 내 인생에서 주방에 대한 낭만이 없다는 걸 독립하고 알게 되었다. 요즘같이 외식을 자제해야 하는 때에 요리와 음식에 관심이 있었다면 조금 편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빠르게 다가오는 저녁 시간. 그리고 메뉴 고민.


어떤 요리를 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전에 어떤 재료를 선택해야 하는지부터 난관이었다. 처음 요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대형마트에 갔을 때는 어휴. 이렇게 큰 마트에 다양한 재료들로 꽉 차 있는데 선 듯 바구니에 담을 게 없어 당황스러웠다. 낯선 마트도 아니었고 장보는 일이 처음도 아니었다. 일부러 익숙하고 큰 마트를 찾아왔건만.

신선식품 코너 앞에서 방황화며 망설임 없이 물건을 집어 비교하고 바구니에 넣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어떤 사람이 두부나 콩나물을 집어가면 두부는 전이고 콩나물은 국인가. 또 다른 사람이 버섯 종류를 고민하고 있으면 저 집은 고기를 구워 먹나. 이런 생각을 하며 마트를 어슬렁거리다 과일을 하나 담았다. 그리고 익숙한 과자코너, 그 뒤에 유재품 코너 그리고 식품코너에서 음식을 고른 뒤 계산대로 향했다. 요리가 더 필요한 재료는 없었지만 저녁시간에 배를 채우기엔 충분했다.

그날 이후 마트에 가면 요리가 생각날 거라는 기대는 버렸다. 큰 마트를 고집하지도 않게 되었다.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 인지 알고 그게 있을만한 곳이면 되었다.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느냐였다.


*

여느 날처럼 저녁 메뉴를 고민하며 인터넷을 열어 초록창과 별그램을 한참 들여다봤다. 반은 할 수 없는 음식들이었고 반은 시도해볼 만한 음식들이었다.

그리곤 냉장고를 열었다. 익숙한 달걀과 케첩, 마요네즈, 음료수. 숨겨 둔 힌트라도 찾는 마음으로 뒤적거리던 중 저 구석에서 한 번도 쓰지 않은 된장을 발견했다. 처음 냉장고를 채울 때 구색으로 가져다 둔 엄마 된장이었다. 같이 가져온 고추장은 떡볶이에 몇 번 사용했는데 된장은 엄두가 나지 않아 미뤄 뒀다가 10개월 만에 꺼낸 것이다.

이걸로 뭘 해볼까 하며 싱크대를 째려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나는 게 아닌가. 어느 집에서 끓이는 된장찌개 냄새가 창문을 타고 넘어온 것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난간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구릿한 찌개 냄새, 비릿한 생성 굽는 냄새, 어느 집에는 오늘 제사가 있는지 느글거리는 전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예쁜 그릇에 담겨 먹 음식스럽게 찍힌 사진을 봤을 때는 솟지 않던 의욕이 싱싱한 냄새에 샘솟았다. 그리고 다들 이미 요리를 시작했다는 것에 마음이 급해졌다. 바로 지갑을 챙겨 집 앞 슈퍼로 향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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