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뭐 먹지(2)

추천;봄동

by 이도


현관에서 1분 거리에 있는 슈퍼에는 무엇이든 소분이 되어 있다. 덕분에 요리를 할 때마다 필요한 만큼 장을 볼 수 있다. 그곳에 원하는 종류가 없으면 5분 10분 거리에 더 큰 슈퍼나 마트로 가면 된다.

오늘은 5분 거리 슈퍼로 향했다. 우선 계란을 담고 뒤를 돌아 신선코너를 둘러본다. 다양한 종류의 야채들이 선선한 바람을 맞고 있었다.

열 맞춰 정리된 진열대 아래 종이 박스에서 반듯이 찢어낸 도톰한 종이에 매직으로 '봄동'이라고 커다랗게 쓰인 글씨에 눈이 멈췄다. 꽃배추처럼 예쁘게 펼쳐진 봄동이 투명 비닐에 포장되어 무심하게 쌓여 있었다.

봉지마다 가격이 조금씩 달랐지만 대부분 두 포기씩 포장해 놓은 듯했다. 봄동을 먹어 보고 싶었다.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검색을 시작했다.

[봄동 요리].[봄동으로 할 수 있는 음식].[봄동 요리 추천]. 결과는 놀라웠다. 봄동 된장국, 봄동 전, 봄동 겉절이, 봄동 비빔밥 등등 원하는 맛 무엇으로든 먹을 수 있는 재료였다. 주저 없이 한 봉지 담았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양파 한 망과 육수 다시팩, 부침가루를 담았다. 펼쳐진 봉동이 구겨지지 않게, 계란이 깨지지 않게 담은 가방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걸음을 서둘렀다.


열쇠, 옷, 지갑은 거실에 널브러놓고 주방 바닥에 가방을 쏟는다.

시작은 쌀 씻는 일. 그때 두 번째와 세 번째 쌀뜨물을 냄비에 담아둔다.라는 블로거의 추천을 그대로 따라가 본다. 쌀뜨물이 든 냄비에 다시팩을 넣고 불을 올린다. 그사이 다른 냄비에 씻은 봄동을 두껍고 흰 부분부터 넣어 데쳐준다. 금방 건져 찬물에 헹구니 봄동 한 포기가 한 주먹이 되었다.

가위로 조각을 내어주고 된장, 고춧가루를 넣어 무친다.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저어 보다가 결국 손까지 쓰게 되었다. 나물은 조물조물. 바글거리는 육수에서 다시팩을 건져낸 다음 무친 봄동을 넣는다. 나머지는 손에 잡히는 대로 넣는다. 양파, 다진마늘, 간장, 맛선생, 물엿, 소금, 청양고추. 네가 어떤 음식이든 이 정도면 맛이 없을 수 없겠지.


남은 봄동 한 포기는 전을 해보자.

부침가루를 물에 잘 풀어 준비한다. 다음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하게 둘러주고 불을 올리는 일. 기름 달궈지는 냄새가 은은해지면 봄동에 반죽을 묻혀 팬에 올린다.

그런데 봄동이 너무 튼튼하고 뻣뻣해서 반죽이 잘 묻지 않는다. 그렇다면 반죽을 팬에 올리고 바로 봄동을 올리고 그 위에 반죽 얹기. 그 결과는 최악. 반죽이 팬에 눌어붙어 봄동과 분리되었다.

다시 처음 방법으로 돌아간다. 잎사귀 끝 부분이 거뭇해질 무렵 완성이다.


먹음직스러운 때깔은 아니지만, 전을 좋아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그 맛.

잎사귀는 아사삭 부서지고 줄기 부분은 쫄깃한.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봄동 전을 다 먹고 나면 기름진 입술이 칼칼한 된장국을 부른다.

식전 봄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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