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여름. 반가운 건 길어진 낮 덕분에 산책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식후 산책을 나갔다.
"어느 방향으로 가면 좀 새로울까."
동내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비슷비슷한 산책코스. 좀 더 새로운 길이 없을까 고민하며 내가 한 말에 그가 대답했다.
"그러게, 매일 같은 길이라 사진 찍을 것도 없어. 그렇다고 차 타고 나가긴 오버 같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 그는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다.
동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고양이를 마주치지 않는 날이 없다. 우리와 길냥이들의 활동 시간이 겹치는 탓인지 자주 만난다. 여러 동네의 고양이들과 마주치면서 길양이를 보면 그 동네 사람들의 성향을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동네에서 길양이들과 마주쳤을 때, 반응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사람이 지나가건 눈을 마주치건 관심이 없는 길냥이들. 두 번째는 눈을 마주치면 다가와 치대는 길냥이들. 마지막으로 인기척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 도망가는 길냥이들.
"우리 저쪽 길 건너 동네로 간 적 없었나?"
그가 반대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 가본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와~ 저게 뭐야. 거미줄. 아니 아니 전깃줄이야?"
"진짜네. 우리 동내보다 더 복잡한 것 같은데."
"그러니까, 저쪽으로 안 가본 게 확실해. 가보자. 아직 안 가본 곳이 있다니, 갑자기 의욕 돋네."
골목과 주택이 많은 동내로 이사 온 뒤 마음에 든 풍경중 하나가 수많은 전선으로 낙서된 하늘을 보는 일이었다. 낙서처럼 무질서하게, 하지만 절대 엉키는 법은 없는 전깃줄. 그렇게 우리는 거미줄 같은 전깃줄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