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센족

6월 27일

by 이도

영빈이 갑자기 어떤 아저씨에게 달려갔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어. 그래. 영빈이가."

"네. 어제 K 봤는데."

"그랬나. 니 살이 계속 찌는 거 같노. 며늘아기가 그렇게 잘해주나."

"그런가 봐요. 아저씨는 웬일이에요?"

"나는 국밥 포장하러 왔다가 집에 가려고."


K는 영빈의 동네 친구이다. K 가족은 창문을 맞대고 있는 영빈의 뒷 집이었다. 영빈과 K는 태어날 때부터 친구였고 스무 살까지 앞집 뒤집으로 살았다. 가족 같은 이웃이었다. 나는 남자 어른에게 처음 듣는 '며늘아기'라는 단어에 허리가 저절로 숙여졌다.


"K네 가족 이사 갔다고 했지?"

"응. K가 대학 가면서 였으니까. 벌써 10년 넘었네."

"이사 간 동네가 비산동이랑 가까워?"

"그렇게 멀지는 않은데 가깝지도 않을걸."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종종 K아저씨를 자주 마주친다. 이사 간 지 10년도 넘었지만 골목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러면 영빈은 전날 봤어도 10년 만에 만난 사람처럼 반갑게 달려가 인사를 한다. 그건 아저씨도 마찬가지. 왜 이렇게 살이 쪘냐는 말도 매번 새롭게 한다.

아저씨가 사러 왔다는 국밥은 비산동 명물 일품 맛집이 아니라 어느 동네에나 하나씩 있는 프랜차이즈 국밥집이다. '맛이 없다'가 아니라 '특별할 게 없다'가 맞다.


"영빈, 굳이 여기까지 와서 프랜차이즈 국밥을 사가는 아저씨 마음 이해해?"

"뭐, 그렇게 멀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아저씨랑 국밥 사장님이랑 아는 사이일걸?"

"혹시 우리 이사 가면 여보도 국밥 포장하러 비산동 오고 그러려나?"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어떤 특징이 대를 이어서 나타나고 비슷한 사람이 모여 살면 종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내가 처음에는 정말 이해가 안 됐거든. 여보에게 비산동은 단순히 나고 자란 동네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왜 그런 건지. 그런데 K아저씨를 보고 여보랑 똑같은 사람이 있으니까. 이건 여보가 특이한 게 아니고 어쩌면 문화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뭐랄까. 이해가 아니라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문화 같은 거."

"한 동네에서 30년 넘게 살면 다들 이렇지 않을까?"

"아니야. 나도 침산동에서 30년 살았어. 뭐랄까 비센족*이라고 명명해도 될까?"

"비센족?"

"그래. 다른 설명 덧붙이지 않고 비센족."



*비산동과 종족의 합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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