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당첨 문자를 받고
불행해지다

by 이도

결혼 2년 차. 우리는 아직 집이 없다. 결혼하기 전에는 내 집이 없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집은 공간일 뿐 그 이상 의미는 알지 못했다. 나와 남편은 결혼을 하면서 처음으로 집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야 '내 집'의 의미를 알아가고 있다.

우리가 살고픈 집은 골목이 살아 있는 동네에 해가 잘 드는 거실이 있고 층간소음이 없는 주택이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청약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아무리 일생에 한 번 있는 기회라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필요 없는 기회였다.


그런 우리였는데, 세상의 소리와 시선에 흔들리지 말고 우리 선택을 믿고 우리 방식으로 살아가자고 그렇게 다짐했지만, 최근에 아파트 청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너희는 넣으면 무조건 되지, 그리고 되기만 하면 몇 천만 원을 그냥 벌 수 있다니까. 답답하네."라는 이야기에 귀에 딱지가 생길 지경이었다.

법이 어쩌고 투기과열지구니, 청약과열지역이니 여전히 모르겠지만 일단 당첨되기만 하면 돈을 번다고하니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리에겐 조건이 되는 통장이 있었고 무엇보다 신혼부부 특공대였다.


처음 들어가 본 '청약홈'이라는 사이트에는 매일 신청할 수 있는 아파트가 달랐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1순위였지만 특별공급유형에서는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로 2순위였다. 대구에 있는 당일 신청 가능한 아파트를 마감 1분 전 신청했다. 정확한 위치도 모른 채 '살지는 않더라도 안정적인 재산으로', '대출이 잘되니까', '어차피 한 번에 되는 일은 없다니까.' 정도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00님 0000 101동 902호에 당첨되셨습니다]

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 "우리 진짜 된 거야? 왜?"

"몰라, 방금 문자가 왔어. 당첨이래."

- "나 왜 기쁘지 않지. 당신은 어때?"

"나도 별로 모르겠어. 이제 뭘 해야 하는 거야."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우리가 신청한 평수는 경쟁률이 낮았다. 이제 뭘 해야 하는지 찾아봤다. 2주 뒤 계약을 시작하는데 계약금이 집값에 10%였다. 당첨 문자를 받은 날 저녁. 우리가 가진 돈의 실체를 보고 기분은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 "처음에는 너무 기대가 없어서 기분이 좋지 않은 건가 라는 생각을 했는데, 왠지 우울해져."

"나도 그래. 뭐랄까 무능력해진 기분이야."

- "응, 2년 동안 꽤 열심히 모았는데. 그 돈이 계약금에도 부족하니 서러워."

"어제랑 오늘 뭐가 달라졌다고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 "맞아, 고작 문자 한 통으로 어제보다 오늘이 불행해졌어."


우리 기분은 하루가 지나도 변함없었다. '다들 그렇게 하는' 일을 알면 알수록 숨이 막혔다. 계약, 대출상담, 빚을 갚아나갈 계획, 매달 납입해야 하는 금액 등등.

계획을 세워 살고 싶은 동네의 아파트에 당첨됐다면 기뻤을까? 선택권이 있다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운 일이라니. 우리가 모은 돈이 계약금에 충분한 돈이었다면 행복했을까? 계약을 하지 않으면 평생에 한 번인 기회를 날려버리는 꼴인데. 그날 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 "우리가 왜 아파트 분양 신청을 했지?"

"돈 벌어서 꿈꾸던 집에서 살려고."

- "우리 집이 생기면 좋겠지만 빨리 생긴다고 더 행복할까?"

"계약을 하고 얼마나 행복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포기해도 불행해지지 않는다는 거야."

- "내 생각도 그래. 집이 우리 목표에 전부가 아니잖아."

"우리 속도로 돈을 모아서 집을 짓자. 선택지 하나 지웠다고 생각해."

- "아, 마음이 좀 편하다. 좋아!"


며칠 만에 깊은 잠을 잤다. 꿈에서는 2년 뒤 청약을 포기했던 아파트가 완공되고 집값이 올랐다는 사실을 알고 아쉬워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꿈은 현실과 반대니까.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게 아니고 얼마가 오르건 내가 아쉬워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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