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감자 찾기

우리 집에 소비 요정이 산다

by 이도


몇 달 전 남편이 코스트코에서 홈캠을 사 왔다.

언젠가 1박 여행을 가게 되면 집에 혼자 있을 감자를 위해 필요하겠다는 이야기를 스치듯 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 집 소비 요정이 그 말을 잊지 않고 바로 사 온 것이다. 소비 요정은 환한 얼굴로 득템 했다며 장바구니에서 홈캠 박스를 꺼냈다.


우리 집에 사는 요정은 손도 크고 귀도 밝다. 그래서 함부로 '어떤 게 좋다'라던가 '뭐가 맛있더라'라는 말을 하면 안 된다. 한 번은 맛있게 먹은 과자 봉지 사진을 보낸 적이 있었다. 요정은 바로 다음날 두 박스를 사 와 내게 안기며 나의 기쁨을 기다렸다. 나는 기쁨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먼저였고, 그렇게 맛있게 먹었던 과자는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다 먹지 못한 채 남아있다. 이제 그 과자 포장지만 봐도 느글거릴 지경이다.

그건 그렇고 막상 오랫동안 생활하는 거실에 캠을 달려고 하니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집에 사람이 있을 때는 꺼놓으면 그만이지만 '혹시 누가 해킹을 해서 강제로 켜지면 어쩌나'하는 실현 불가능한 걱정을 핑계로 설치를 미뤘다.

그렇게 포장도 뜯지 않고 두었던 홈캠을 최근에 설치했다. 낮에는 컬러 화면으로 보이고 해가 진 저녁이면 흑백으로 보인다. 퇴근할 때쯤 생각나는 경우가 많아 흑백 화면으로 보는 날이 더 많았다.

그럴 때면 감자 찾는 재미가 있다. 연결이 되면 기계에서 소리가 나는지 감자가 반응을 하는데, 어딘가에 있다가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본다. 그러면 감자 눈이 하얗게 반짝이면서 반사가 돼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떤 날은 기다렸다는 듯이 소파에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고, 어떤 날은 구석에 누워있다가 고개를 들어 눈을 반짝이기도 한다.

어플로 목소리를 연결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감자야"라고 부르면 "냥"하며 달려와 카메라를 넘어뜨렸는데, 이제는 소리만 있다는 걸 아는지 별다른 반응 없이 눈만 반짝이며 카메라를 응시한다. 꼭 카메라 렌즈 너머에 내가 있다는 걸 아는 것처럼 오랫동안 서로 눈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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