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자신만의 AI를 만드는 시대
“앱은 기능이고, 콘텐츠는 메시지다.”
한때 이 구분은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경계는 완전히 흐려지고 있습니다.
OpenAI의 에이전트 빌더(Agent Builder), 구글 AI 스튜디오의 빌드 기능, 그리고 구글 OPAL과 같은 새로운 생성형 도구들은 ‘앱을 개발하는 것’과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사실상 동일한 행위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콘텐츠는 단순히 읽히거나 시청되는 대상이 아니라, 작동하는 인터페이스이자 상호작용하는 지능체로 변화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누구나 창작자이자 개발자가 될 수 있는 시대”라는, 전례 없는 패러다임 전환이 자리합니다.
AI는 창작을 도와주는 도구를 넘어, 앱과 콘텐츠의 융합체를 함께 만드는 공동 창작자가 되었습니다.
1. 엔드유저 개발, 혹은 엔드유저 크리에이티브의 시대
AI가 만든 가장 근본적인 변화 중 하나는 “기술의 민주화”입니다.
과거 앱 개발은 코드를 다루는 전문가들의 영역이었고, 콘텐츠 제작은 또 다른 전문적 노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명의 사용자가 AI를 통해 작동하는 콘텐츠, 즉 대화형 시뮬레이션, 학습 보조 에이전트, 감정 반응형 인터랙티브 스토리를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엔드유저 크리에이티브(End-User Creativity)”의 부상입니다.
사용자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앱처럼 작동하는 콘텐츠의 프로듀서이자 큐레이터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기술적 장벽은 없습니다.
AI는 사용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시각적 인터페이스를 통해 창작을 구조화하며, 백엔드 로직을 자동으로 구성합니다.
사용자는 “하고 싶은 것”만 말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AI가 해석하여 구현합니다.
이것이 바로 콘텐츠 개발의 ‘언어적 프로그래밍 시대’입니다.
2. 콘텐츠-앱 융합의 역사적 맥락
사실 이 융합의 씨앗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습니다.
1980년대 애플의 하이퍼카드(HyperCard)는 텍스트, 이미지, 버튼을 연결해 ‘작동하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최초의 시도였습니다.
그 뒤를 이은 스크래치(Scratch), 엔트리(Entry) 등은 어린이들에게 ‘코딩=콘텐츠 표현’이라는 개념을 가르쳤습니다.
2010년대 들어 등장한 노코드(LCNC) 플랫폼—Wix, Webflow, Notion, Canva—는 ‘앱 같은 콘텐츠’의 개념을 본격화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AI는 이 흐름을 결정적으로 완성시켰습니다.
AI는 더 이상 코드와 디자인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콘텐츠를 쓰는 순간, 그것은 곧 작동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됩니다.
한마디로, 앱은 콘텐츠가 되었고, 콘텐츠는 앱이 되었습니다.
3. 새로운 저작 도구, 새로운 존재 방식
오늘날의 AI 저작 도구는 ‘콘텐츠’와 ‘기능’을 동시에 설계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 OpenAI Agent Builder는 사용자가 대화형 학습 콘텐츠나 맞춤형 AI 보조 교재를 시각적으로 구성하도록 돕습니다.
이는 단순한 앱 빌더가 아니라, 콘텐츠 행동의 프로그래밍 툴입니다.
- Google AI Studio는 “이런 대화형 콘텐츠를 만들어줘”라는 문장을 입력하면 곧바로 실행 가능한 시뮬레이션을 만들어냅니다.
- Google OPAL은 이러한 결과물을 다른 사용자들이 ‘리믹스’할 수 있게 하여, 콘텐츠 생태계를 앱처럼 네트워크화합니다.
이 도구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더 이상 ‘정적인 결과’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데이터를 학습하고, 스스로 진화하는 ‘지능형 콘텐츠’입니다.
즉, 앱처럼 살아 있는 콘텐츠입니다.
4. 미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수렴한다.
AI는 단순히 코드를 생성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AI는 콘텐츠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그것을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경험으로 바꾸는 존재입니다.
앞으로의 콘텐츠는 정적인 ‘텍스트’나 ‘비디오’가 아니라,
사용자의 입력과 감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변하는 앱형 콘텐츠(App-like Content)로 발전할 것입니다.
이러한 콘텐츠는 학습, 예술, 교육, 심리치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자 맞춤형 경험을 실시간으로 제공합니다.
AI는 그 경험의 설계자이자 매개자입니다.
우리는 이제 “앱을 만든다”기보다 “지능형 콘텐츠를 설계한다”고 말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결론: AI가 열어가는 ‘작동하는 콘텐츠’의 시대
전문가 중심의 개발 시대는 끝났습니다.
AI는 기술적 장벽을 허물고, 콘텐츠를 작동 가능한 구조체로 바꾸며,
모든 사용자가 자신의 세계를 구현할 수 있는 도구를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앞으로 콘텐츠는 앱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앱은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AI는 그 둘을 연결하는 새로운 언어이자 새로운 창작의 철학입니다.
창작은 이제 “기능하는 메시지(functional message)”의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작가이자 개발자이며, 동시에 사용자이자 해석자입니다.
AI가 지우는 경계 위에서, 콘텐츠와 앱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진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