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우울증인가
일요일 밤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꿈속에서
출근 스트레스에 선 잠을 자고
즐거운 상상을 해도 즐겁지가 않은 건
아마도 우울증인가
하루 종일 사람들의 말소리가 날카로운 바늘처럼
신경을 자극하여 침묵하고 고립되어도
어차피 삶은 고독인 것을 알아버린 건
어쩌면 우울증인가
날씨가 우울하여 몸이 아프던 날도
날씨가 쨍하여 몸이 덜 아픈 날도
어차피 봄은 가고, 뜨겁던 여름도 가고
아직 가지도 않은 가을도 느끼지 못함에
몸이 으슬거리며 마음이 쭈글해지며
쓰라리는 건
어쩌면, 어차피, 결국엔
이것이 우울인 건가
겁 없이 자신 있게 아이들에게 서서
용기를, 믿음을, 자신감을 얘기하던
그 시절이 아련하여 자꾸 눈이 아픈 건
오랜 제자가 찾아와 힘없음을 부드러워진 것으로
포장해 주고 안쓰러워할 때,
어느 누구보다 세대가, 세월이
사람이 변하는 것을 정면으로 맞이하니
그 만큼의 시간 동안, 그 동안의 상처만큼
고문당한 투사인 듯 몸속 뼈 마디가 아픈 것도
내게 우울증인 것인가
24. 6.3. 새벽에 로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