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5. 11년 차 고등학교 교사 Martin Flower
이번 인터뷰는 룬드의 공립 고등학교 Spyken에서 진행되었다. 이 곳에서 만난 Martin Flower는 아내가 공부하고 있는 룬드대학교(Lund University) 지속가능 과학 학과와 협력하여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 행사를 진행하며 알게 된 교사이다. 세계 물의 날 행사에서 본 그는 학교 안에서 뿐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학생들과 함께 하는 열정적인 교사였다. 이 열정 넘치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도전하는 고등학교 교사와의 만남은 우리 부부 둘 모두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다. 오늘은 에너지 넘치는 Martin와 함께 한 2시간 가량의 인터뷰 내용을 공유하려 한다.
-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른아홉의 11년 차 교사 마틴 플라워(Martin Flower)입니다. 룬드의 Spyken이라는 공립 고등학교에서 사회과 교사로 근무한 지는 2년 되었습니다. 예테보리 대학교에서 지리, 사회, 정치 교육을 전공했고 현재는 말뫼대학교에서 비판적 사고에 대한 교육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 현재 근무하고 계신 학교 Spyken 소개를 부탁드려요.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학교는 Spyken이라는 공립학교이고, 현재 이 학교에는 대학 진학을 위한 프로그램만 있고 직업 교육 관련학과는 없습니다. 4개의 각기 다른 프로그램이 있는데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언어, 역사), 예술(음악, 미술, 연극)입니다. 자연과학 4 학급, 사회과학 5 학급, 예술 전공은 3 학급이 있어요. 전교생은 1,200명이고 교사는 약 120명에서 150명입니다. 중간 정도 크기의 학교라고 할 수 있어요. 스코네(Skåne, 스웨덴 남부를 지칭하는 행정구역명) 지역 전체에서 버스와 기차를 타고 통학하는 인기 있는 학교예요. 이 학교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성적이 좋아야 하죠.
- Spyken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어디에서 근무하셨나요?
7년 동안 지금 근무하고 있는 Sypken과 비슷한 규모와 형태의 예테보리 공립학교 Hulebäcksgymnasiet에서 일했습니다. 그곳에서 근무할 때에는 ‘Cross curriculum’에 대해서 연구했었어요. 크로스 커리큘럼이란 다른 과목, 다른 주제들을 섞어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방식이에요. 그 학교에서 7년간 일했고, 사실 그 일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이후 부인이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며 룬드에 자리를 얻어 저도 같이 룬드에 오게 되었죠. 처음에는 큰 공립학교인 Polhemskolan에서 일했고 그 후 음악학교인 사립학교 Lars-ErikLarsson Gymnasium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Lars-Erik Larsson Gymnasium은 전교생이 140명인 아주 작은 학교였습니다. 여기서 1년간 일했어요. 제 전공이 음악이 아니다 보니 제 전공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학교에서 일하기 위해 지금 근무하고 있는 Spyken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현재 Spyken에서의 제 업무 중 80%는 다른 교사들과 같이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것이고, 20%, 즉 일주일 중 하루는 '지속 가능한 학교' 발전 프로그램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학교 발전 프로그램이란 학교 시스템 전체를 어떻게 더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일입니다.
- 학교를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키는 프로그램이란 정확히 어떤 것인가요?
사실 스웨덴 교육법에는 모든 과목에 ‘지속 가능한 발전’이 들어가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아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다른 일반 교사들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지속 가능한 학교 발전 프로그램을 위해 두 명의 교사와 한 팀이 되어 일을 하고 있어요. 우리 셋은 각자 다른 분야의 교사들인데 한 명은 물리 교사이고 다른 한 명은 음악 교사입니다.
이 일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교사들의 인식을 바꾸고 외부의 단체, 대학과 연계하여 여러 지속가능성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거예요. 우리는 룬드 코뮌(지방자치단체)과 함께 일하기도 하고 이와 관련 있는 공기업과 협력하기도 합니다. 이때, 학생들을 학교 밖 사회 속으로 데리고 나가 직접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합니다. 학생들은 이런 경험을 한 후, 학교로 돌아와 그에 대해 토론하거나 또 다른 형태의 프로젝트로 발전시켜 나갑니다.
최근에는 이 지역에 식수를 공급하는 Sydvatten이라는 회사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학생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Skåne(스웨덴 남부지방)의 식수 시스템에 대해 공부하고 분석하는 글을 씁니다. 기후변화, 기술 발전 등이 어떻게 식수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지 또 2050년까지 어떻게 더 좋은 식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글을 쓰고 있죠. 학생들의 글이 완성되면 우리는 이 글을 그 회사에 보내고 피드백을 받을 예정입니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이런 공부는 도전이에요. 하지만 이를 통해 배우는 것이 많으리라 생각해요.
저는 이런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거나 다른 교사들이 이런 프로젝트들을 계획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연계시켜 줍니다. 저와 같은 팀의 교사들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다른 여러 교육과정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른 학교들도 다양한 방향으로 학교 발전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시간을 프로젝트에 매진하는 학교는 많지 않아요. 또한 이 일에 대한 우리 교사의 보수 중 20%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고 있어요.
- 열정 넘치시는 것 같아요:) 교사가 된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처음부터 교사가 되고 싶었었던 건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해양 생물학자가 되고 싶어 1년간 그 공부를 했어요. 해양학 공부가 무척 재미있었지만 이 분야에서 취업은 정말 어렵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당시 정치학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대학에서 정치학 공부를 할까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면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정치 교육학과에도 관심이 갔어요. 전에 스쿠버 다이빙 강사를 했었고 그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이 내게 잘 맞고 좋아하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정치학과 정치 교육학 전공 중 무얼 선택할까 고민하던 중에 대학 입학시험을 보게 되었어요. 당시 저는 성적을 잘 받았어요. 사실 제가 교사가 될 당시에는 교육학을 전공하려면 성적이 좋아야 했거든요. 성적이 잘 나와서 교육 전공으로 진학하는 것이 더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예테보리 대학교에서 교육학과로 진학하게 되었죠.
- 주로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시나요?
요즘은 강의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가끔은 강의가 너무 많나 싶어 줄이려고 노력해요. 무엇을 가르치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은 강의를 하고 그 후에 과제를 내줘요. 저는 학생들이 몇 주동안 해야 하는 조금은 어렵고 수준 있는 종류의 과제를 내줘요. 대신 수업 중에 치르는 작은 시험은 되도록 줄이고 있어요. 1년 동안 두세 번의 시험을 보게 하고 그런 큰 과제 역시 두세 번 내줘요.
저는 학생들과 현장학습(Field Trip)도 자주 가는데요.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를 나가 사회를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교육도 자주 하는데 이는 학생들이 여러 다른 상황에 직접 처해보고 느끼기를 바라서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시뮬레이션 도구는 15개 정도 되는데요. 예를 들면 유럽연합(EU)에 관한 시뮬레이션이 있어요.
이 시뮬레이션에서 학생들은 각자 역할을 뽑고 그 역할을 대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은 흡연자가 되고 어떤 학생은 공장주가 되죠. 역할이 배정된 후, EU의 법 규정을 만드는 데 있어 여러 안건들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 흡연에 관련해서 ‘실내 흡연, 제한해야 하는가?’에 대한 규정을 만들기 위해 토론을 시작하죠.
그러면 학생들은 각자의 역할에 있어 서로 다른 관심사와 상황을 대변해 토론을 해나가야 해요. 학생들이 롤플레잉을 시작하면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사와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규정(rule)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되죠. 흡연자들이나 공기오염을 일으키는 나라들의 입장을 반영하고 이해하게 되면서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방면에서 보는 눈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롤플레잉은 EU 뿐 아니라 스웨덴 의회, 다양한 정당 등 여러 주제로 진행될 수 있어요.
문제는 이런 수업 방식을 한 학급의 학생들과 한 시간 안에 적용하기가 힘들다는 거예요. 때로는 두 학급과 함께 두 시간을 하는 게 더 적합할 때가 있어요.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여러 가지 스킬을 배우고 이론을 적용하는 방법도 알게 되죠. 하지만 그렇게 스케줄을 짜기가 쉽지 않아요. 스웨덴에서는 교사의 자율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큰 목표만 성취할 수 있다면 교육방식은 어떤 것이 되든 자유로워요. 이런 수업 계획은 혼자 짜기도 하고 다른 교사들과 함께 짜기도 합니다.
하지만 계획을 짜기 전 학생들이 뭘 배우고 싶은지,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조사합니다. 교과서가 있기는 한데 거의 사용을 하지 않아요. 결석한 학생이 있을 때 그 학생에게 관련 있는 부분을 읽어보라고 하거나 시험 전에 그동안 공부했던 것과 관련된 부분을 읽어보라고 하는 정도로만 교과서를 사용합니다.
- 이렇게 세세하게 수업을 계획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나요?
분명 힘든 일이지만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 스스로 계획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특히 교사가 된 초반에는 이렇게 수업을 짜는 일이 무척 재미있었어요. 사실 결혼과 육아 전이었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도 많았죠. 저와 학생들은 이렇게 다양하게 수업하는 방식을 더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부를 할 때 ‘재미있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가능한 한 재미있게 공부해야 더 잘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수업방식인 것 같은데 소극적인 학생들이 있으면 어떻게 대처하나요?
맞아요, 제 수업에 있어서 그런 경우가 가장 난감합니다. 토론을 진행하려고 할 때 1분 정도 스스로 생각을 하게 하고 그룹을 만들어 토론을 하게 합니다. 그 후 각 그룹은 제게 어떤 내용으로 토론했는지 이야기해주죠. 특히 이렇게 많은 수의 학생들, 특히 자신의 의견이 분명하고 강한 학생들이 많이 모여있는 우리 학교 같은 경우엔 토론이 쉽지 않아요.
우리 학생들 중에는 강한 의견을 가진 페미니스트들, 진보적 성향의 학생들이 많아요. 그래서 만약 누군가가 우파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이에서 자기주장을 말하기가 쉽지 않죠. 그런 학생들이 소극적일 때 저는 따로 개인 과제를 내어주거나 해서 여러 학생들의 의견을 좀 더 들어보려고 노력해요.
- Spyken의 학생들이 특히 자신만의 ‘강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나요?
그렇습니다. 아까 말했듯이 진보적 성향의 학생들이 많아요. 얼마 전 우리 학교에 스웨덴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당의 대표가 강의를 하러 왔었어요. 당시 정말 많은 학생들이 몰려들었어요. 5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강당에서 강의를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몰려들어 일부는 자리에 앉을 수가 없었어요. 보수 정당의 대표가 왔다면 아마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거예요. 사실 룬드라는 도시 전체에 진보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 많고 Spyken은 더욱 그렇죠.
- 스웨덴 학생들이 받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무래도 대학 진학을 위한 시험을 준비하는 게 가장 큰 스트레스겠죠. 이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긴 리포트를 써야 하는 과제들이 많아 그게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학생들은 이런 과제를 하기 위해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볼 줄 알아야 하고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글을 써야 하죠.
또한 졸업 전에 관찰력, 비판적인 사고, 충실한 분석력이 필요한 졸업 논문을 써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아요. 이 논문을 쓰기 위해 학생들은 주제와 내용에 대해 교사와 면담을 가집니다. 분량은 학생 스스로가 정하는데 짧은 논문은 15페이지, 긴 논문은 7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에요. 스웨덴어로 쓰는 학생들이 많지만 영어로 쓰는 학생들도 있고요. 논문에서 F를 받으면 대학 입학이 불가능해요. 그렇기에 더욱 쉽지 않은 과제예요.
사실 제가 올해 한 명의 학생에게 F를 주었는데 그 학생은 이제 저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더군요... 이렇게 논문 통과를 못하면 졸업 후 Kombux(성인교육기관)에 가서 논문을 다시 쓰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 스웨덴 학교에도 집단 따돌림이 있나요?
네, 스웨덴에도 집단 따돌림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보다는 초등학교에서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에는 어느 학교가 나에게 더 잘 맞을까 충분히 숙고한 후에 진학하기 때문에 따돌림 문제가 많이 줄어들어요. Spyken의 경우, 매우 개방적인 환경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학교로 유명해요. 예를 들면 트랜스 섹슈얼 (성 정체성이 육체적 성별과 달라서 호르몬 요법이나 수술을 통해 성전환을 하려는 사람) 성향을 가진 학생들이 Spyken으로 많이 진학합니다.
보통 이런 학생들이 초등학교에서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아 힘든 시간을 겪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학생들은 Spyken과 같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에 대해 개방적인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학교에 진학하려고 하죠. 그래서 Spyken에서 따돌림은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어요.
- 그렇다면 학생들 사이에 심한 경쟁은 없나요?
학생들은 서로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요.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잘해야 하는 게 아니거든요. 다만 평가 기준에 맞춰 잘하려고 하는 거죠. 과제마다 평가 기준이 정해져 있고 학생들은 그 기준에 맞게 과제를 수행해야 해요. 모두가 잘 하면 모두 A를 받을 수 있습니다. 누구보다 더 잘해야 A를 받는 게 아니에요. 등수를 매기지도 않고요. 그래서 학생들 사이에 심한 경쟁은 없어요. 다만 어려운 과제를 해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힘든 경우는 있어요.
- 스웨덴에 학원이 없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그 이유가 스웨덴의 역사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웨덴은 역사적으로 매우 평등한 사회를 지향해왔어요. 어떠한 형태로든 상하구조가 없도록 하는데 노력해왔고요. 학교는 어떤 비용도 받지 않아야 하고 모든 아이들이 같은 기회를 갖고 교육을 받도록 하죠. 이는 사교육에도 적용됩니다. 어떤 비용을 들여 추가적인 교육을 따로 받는 것은 스웨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대신 대학생들이 학교를 방문해 무료로 아이들에게 보충 수업을 해준다든지 하는 식의 교육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기회입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그 비용을 부담합니다.
약 3, 4년 전, 보수성향의 정부가 ‘숙제도우미(Läx-rut)’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었어요. 이 프로그램은 방과 후 보조교사가 학생의 집에 방문해 숙제를 도와주고 공부를 가르쳐주는 것이었어요. 보조교사는 1시간당 200크로나 (한화 약 28,000원)를 수당으로 받게 되어있었는데 절반은 정부가, 절반은 학부모가 지불해야 했죠. 이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큰 논란이 있었어요. 모든 학생이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스웨덴 사회의 이념과 배치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 제도는 2년 만에 폐지되었어요. (보수 정부는 8년 동안 집권했다.)
- 교원 노동조합 시스템은 어떻게 되나요? 스웨덴 교사에게는 정치적인 자유(정치적인 발언 및 참여의 자유)가 있나요?
스웨덴에서는 2개의 교원 노동조합이 있어요. 큰 노동조합은 Lärarförbundet, 상대적으로 작은 또 하나는 lärarnasriksförbund 에요. 대부분의 교사들은 둘 중 하나의 조합원입니다. 큰 노동조합인 Lärarförbundet은 사민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고 영향력이 아주 큽니다. 여론을 형성하고 정부에 압박을 가하기도 합니다. Lärarnasriksförbund은 자유주의 성향을 띠고 있어요.
스웨덴 교육법에 따르면 교사는 수업 중, 자신의 개인적인 정치성향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를 일반화시켜서는 안 되고 개인의 의견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해야 해요. 제 경우에는 되도록 제 정치적인 의견을 말하지 않으려고 해요. 아무래도 제가 정치를 가르치다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정치 수업에는 정치와 관련된 토론이 많고 이때 제 의견이 학생들의 토론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다만 저는 학생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방향의 반대로 말해요. 학생들이 진보정당의 정책을 좋다고 얘기하면 저는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식이죠. 그렇게 해서 학생들이 '그것이 왜 좋은지' 혹은 '그에 대해 어떻게 다르게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교사나 교장이 정당원인 경우는 많이 있어요. 스웨덴에서는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 그렇게 민감한 일은 아니에요. 저 또한 학생들에게 정치에 관심을 갖고 관여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저희 어머니는 정치인이었고 어머니와 정치적인 경향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어릴 때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죠.
아까 말했듯 진보정당의 당대표가 얼마 전 학교에서 강의를 했는데 이 때는 정당에서 학교 쪽에 강의 제안을 했어요. 교사들은 이에 대해 회의를 했고 찬성한 교사들이 더 많아서 강의가 추진되었어요. 물론 진보정당의 당대표가 학교에 왔었기 때문에 앞으로 보수정당에서 같은 제의가 온다면 이를 매우 환영하고 또 다른 행사를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 스웨덴의 교사 승진(진급) 시스템은 어떻게 되나요?
4, 5년 전에 새로운 시스템이 생겼어요. ‘Förstelärare (First teacher)’라고 해서 수석 교사가 되면 5,000크로나(약 70만 원)를 더 받을 수 있어요. 또 다른 시스템은 생긴 지 1년이 안됐는데 ‘Lärarlönelyftet (Wage boost)’라고 해서 좋은 성과를 낸 교사들은 정부로부터 2,500크로나(약 35만 원)를 더 받을 수 있어요. 몇 년 이상 일한 교사들 중 성과가 좋은 교사들은 이 두 가지 시스템을 통해 급여를 더 받을 수 있어요. 이 둘은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시스템이고 각 지방자치단체, 학교마다 또 다른 승진 시스템이 있어요.
교과 부장이 되는 것 또한 일종의 승진이지만 월급이 오르거나 하지는 않아요. 물론 월급은 한국의 호봉 시스템처럼 매년 똑같이 오르죠. 하지만 교장이 2%가 오른다고 하면 더 우수한 교사에게 4% 인상을, 성과가 좋지 못한 교사는 임금 동결을 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은 60대 교사가 40대 교사보다 월급이 낮은 경우도 있어요. 교사에게도 인센티브 시스템이 적용되기 시작한 거죠.
- 이 시스템에 대한 논란은 없나요?
시스템이 도입된 지 몇 년 지났고 이런 인센티브 시스템은 일반 회사들과 같은 방식이기 때문에 현재 논란은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 시스템 때문에 경쟁이 생겼어요. 하지만 이러한 경쟁은 교사들이 더 좋은 수업 방식을 연구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스웨덴에서는 학생들이 교사를 평가해요. 그리고 교장이 이를 참고해 교사들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되는 거죠. 학생들은 교사가 내어주는 과제가 얼마나 도전적이었는지, 교사의 교육 방식이 효율적이었는지, 교사와 개인의 학습 목표와 관련해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지 등에 대해 매우 만족에서 매우 불만족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평가는 교사를 평가하는데 일부 영향을 미칠 뿐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학부모와의 관계도 쉽지 않아요. 자기 자녀에게 좋지 않은 성적을 주었을 경우 전화가 와서 왜 성적이 그렇게 나왔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어요.
- 학교 행사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또 누가 진행하나요?
운동회, 현장학습이 가장 큰 행사예요. 현장학습은 학교마다 매우 다른데 우리 학교의 경우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기도 해요. 덴마크, 독일,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로 교환학생을 파견하기도 하고 보통 일주일 정도의 짧은 수학여행을 가기도 하죠. 또 다른 행사로는 모의 UN회의와 스웨덴 모의국회 행사가 있어요. 이 행사에는 일부 학생들만 참여해요.
이외에 학급별, 교과별로 크고 작은 행사가 있어요. 행사 계획과 진행은 보통 교사들이 전부 해요. 예를 들어 저는 올해 학생들과 스톡홀름을 방문해 국회에 갔어요. 기차표 시간 확인부터 장소 물색까지 모두 제가 해야 했죠. 이런 일이 모든 교사에게 주어지는 의무는 아니에요. 보통 자발적으로 계획하고 진행하는 것이죠. 물론 교장의 교사 평가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요.
- 교사라는 직업에 만족하시나요?
저는 대체적으로 교사라는 직업에 만족해요. 특히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고 뿌듯해요. 또한 전에 가르친 학생들이 학교를 방문해서 '저 이렇게 잘 살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해줄 때 자랑스러워요. 얼마 전에는 아주 예전에 가르친 학생이 찾아와 '이제야 선생님이 가르쳤던 과목, 주제들이 정말 흥미롭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말해줘서 참 좋았어요.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제 인생에 있어 계속 교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때가 있어요. 저는 이제 가족들이 있고 돌봐야 할 6살, 8살의 두 딸이 있거든요. 가족들과 시간을 더 보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걱정이에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지만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교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일에 쏟는 시간이 많아요. 퇴근을 하고도 일에 대해 생각하고 아이들을 재우고 난 후에 학교 일을 더 하기도 해요.
교사라는 직업은 일을 하려면 얼마든지 더 할 수 있고 잘하려고 하면 해야 할 것들이 끝없기 때문에 '과연 내가 이 직업에 맞는 사람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죠. 요즘엔 가족에게 더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과연 내가 교사를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가 많습니다.
- 스웨덴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학교에 따라 성적을 더 잘 줘야 한다고 교사를 압박하는 경우가 있어 성적 인플레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런 압박은 교장, 학부모 등이 주는 압박이죠. 이는 사립학교뿐 아니라 일부 공립학교에서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를 고려해 소위 성적을 잘 주는 학교를 골라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는 평등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또한 학교마다 각기 다른 학생 수와 교육 환경은 불평등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 가족은 룬드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마을에 살고 있고 제 딸은 그곳의 작은 학교를 다닙니다. 그 학교의 한 학급에는 학생이 9명밖에 없어요. 반면 말뫼 같은 큰 도시의 큰 학교의 한 학급은 25명, 30명입니다. 이는 두 학교의 아이들에게 굉장히 다른 기회로 작용할 수 있어요. 또한 이민자들에게도 기회가 공평하지 않죠. 그들은 언어 문제 때문에 힘들어합니다. 그들이 좀 더 공평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스웨덴 교육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스웨덴 교육의 강점은 ‘평등’이라고 생각해요. 스웨덴에 부자 학교란 없고 학교에서 다양한 사회 계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저는 다른 나라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내가 영국인이라 영국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요. 또 아프리카에 살았기 때문에 우간다,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그 나라들과 비교해 스웨덴의 학교 시스템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스웨덴의 학교에서는 실용적인 지식을 가르칩니다. 시험을 위한 지식이 아닌 사회에 나가서 쓸 수 있는 지식을 가르치죠. 또한 학생들이 왜 그러한 지식을 가져야 하는지 잘 설명하기 때문에 학생들 또한 분명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공부합니다.
Martin과의 인터뷰는 여러모로 우리에게 큰 자극을 주었다. 교사인 나에게는 새로운 교육방법에 대한 도전 정신을 다시금 일깨워주었고, 학생인 아내에게는 학교 안을 벗어나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생생한 경험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우리는 인터뷰 전 신입 교사도 아닌 11년 차의 교사에게서 이런 뜨거운 열정과 치열한 고민을 엿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경력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타성에 젖는 것도 아니고 고민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Martin이 그의 개인적인 시간까지 털어가며 고민하는 지속가능성 교육과 여러 새로운 교수법들은 한국 교육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을까 싶다. 환경 수업을 따로 하는 수준을 넘어서 모든 교과에 지속 가능한 발전을 녹아들게 하는 것,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학교 밖으로 데리고 나가 직접 사회를 경험하는 기회를 주고 여러 사회단체, 대학, 회사들과 협력하여 서로 소통하게 하는 것, 이것들은 모두 우리 교육에서 부족한 부분들이다. 우리 학생들 또한 교실 안에 앉아 교과서로 사회를 배우는 것으로 만족할 리 없다. 졸업 후 그들이 사회로 나갔을 때 부딪힐 대학, 회사란 어떤 곳인지 미리 경험해보는 것은 아직은 그 방식을 고민해보아야겠지만 필요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교사마다 교수법이 다르고 옳다고 믿는 교육방식이 다르다. 그렇지만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연구하는 것, 학생들이 더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것은 모든 교사가 같을 것이다. 나는 스웨덴 교사 Martin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다시금 한국의 교육 현장으로 돌아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