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교육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문제점들
요즘 북유럽 국가들은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미래 모델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얼마 전부터 핀란드 교육은 우리 교육계에 큰 반향을 불러왔고 스웨덴은 복지국가, 라테 파파 등의 이름으로 우리 언론에 많이 소개됐다. 그 외에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 휘게라는 단어로 유명해진 덴마크까지… 우리들이 보다 편안한 삶을 바라고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면서 자연스레 북유럽이 가진 가치와 그들이 가진 삶의 방식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런 관심에 힘입어 우리 부부도 스웨덴 교육에 관련된 글을 연재할 수 있게 되었고^^(감사합니다)
언론에서 북유럽 사회를 소개할 때는 대개 그들이 가진 긍정적인 가치나 사회 구조 등을 조명한다. 나 또한 스웨덴에서 살아보니 그들이 가진 좋은 문화나 삶의 방식 중에서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이를테면 개인의 독립성 존중, 사회 질서를 존중하는 태도, 타인을 배려하는 행동, 소박함 속에서 누리는 평화 같은 것들이다. 이런 가치들은 한국에 돌아가서도 계속해서 지켜나가고 싶다.
북유럽 사회의 좋은 면들이 소개되고 이 사회가 완벽한 것처럼 비치면서 우리는 가끔 ‘북유럽에 대한 선망 내지 환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나도 한국에 있을 때 북유럽을 조명한 기사나 TV 프로그램, 책 등을 접하며 ‘우리의 답은 저곳에 있어!’라고 굳게 믿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 사는 사회는 어디든 완벽하지 않다. 각 사회가 처한 환경에 따라 고민하는 문제들이 다를 뿐, 우리나라든 스웨덴이든 사회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은 한국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기에 우리가 가진 사회 문제에 대해서만 집중했다. 내가 그동안 보고 겪어와서 잘 아는 것들이고 내가 속한 사회의 문제는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이 깊었기에 우리의 문제들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했고 냉철하게 비판했다. 또한 교사로서 한국의 교육 문제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고민했다.
스웨덴 생활을 하는 지금, 이 사회에 대한 관심이 생기며 ‘스웨덴 사회가 가진 문제점, 특히 교육에 있어선 어떤 고민과 문제점이 있을까?’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비록 언어나 정보 취득의 제약은 있지만 스웨덴 사회를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선 그들이 가진 문제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문제들, 스웨덴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신들 교육의 문제점을 짚어보면서 스웨덴 사회를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우리가 가진 교육 문제들과 어떤 점이 다른지를 서로 비교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스웨덴 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는 부분은 스웨덴의 *피사 순위 급락이다. 스웨덴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동안 피사 순위와 점수가 급락했다. (*피사는 OECD가 주관하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이다. 각 국가의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읽기, 수학, 과학의 성취 수준을 평가한다. 결과 비교를 통해 각국의 교육 시스템이 가진 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
스웨덴 교육계가 우려하는 점은 순위 하락뿐 아니라 각 분야의 전체적인 점수가 급락했다는 부분이다.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2012년, 스웨덴은 OECD 34개 국가 중 수학 분야 28위, 독서와 과학 분야 27위를 차지했다. 이는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순위이고 핀란드나 덴마크, 노르웨이 등 다른 북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낮은 순위였다. 또한 2003년에 비해 훨씬 하락한 스웨덴의 피사 점수 (2003년: 평균 510점, 2012년: 평균 478점)로 인해 그들은 큰 위기의식을 느꼈다.(실제로 우리가 진행한 인터뷰 중 이를 언급한 교사도 많았다)
스웨덴의 피사 순위 급락은 미래 국가 경쟁력과 연관되어 국가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또한 유럽의 많은 언론에서도 스웨덴의 피사 순위 급락과 원인을 주목했고 OECD에서도 ‘스웨덴 교육은 긴급한 변화가 필요하다.’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스웨덴의 피사 순위와 점수가 왜 이렇게까지 하락했는가?’에 대한 원인 분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1992년에 실시한 교육 개혁이 그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이 개혁의 일환으로 *바우처 시스템이 도입되었고 그로 인해 사립학교가 증가했는데 이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더 넓은 학교 선택권을 줬지만 동시에 교육의 불평등을 가져왔다고 비판받는다.
학교 선택권 확대에 따라 특정 학교로의 학생 쏠림, 예산 집중 현상은 교육 격차 심화 등의 불평등을 낳았고 그 결과가 피사 점수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바우처 시스템은 국가가 각 학교에 학생 한 명당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 제도와 더불어 영리를 추구하는 사립학교의 설립이 허용됐고 그 결과, 학생 유치를 위한 학교 간의 경쟁이 심화됐다.)
다른 이들은 학교의 규율, 교실에서의 질서가 실종되면서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스웨덴은 ‘학교 시스템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다.’라는 대전제 아래 학생의 인권과 자율성을 굉장히 존중한다. 따라서 학생에 대한 교사(학교)의 개입과 훈육을 지양하고 협조와 대화를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하지만 교실에서 교사가 학생의 수업 방해 행동에 대해 적절한 개입, 훈육을 하기 어려워지면서 교실 환경은 점차 어지러워지고 수업 방해를 받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이민자의 증가가 스웨덴의 피사 순위와 점수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있다. 스웨덴 학교에 다니는 외국 출신 학생의 비율은 2006년 3%에서 2015년 8%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성적 미달로) 스웨덴의 고등학교 입학 자격을 얻지 못한 청소년은 10%에서 14% 이상으로 증가했다.(*출처: http://www.dailymail.co.uk) 이민자 학생들은 언어와 환경의 차이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 평균 학업 성적이 스웨덴 출신 학생들보다 낮다. 스웨덴 정부에선 이민자 학생의 증가와 스웨덴 피사 순위 급락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으며 이민자 학생들을 위한 교사, 모국어 통역사, 적절한 학습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스웨덴의 피사 결과 급락은 큰 문제점으로 조명받았고 2012년 이후, 스웨덴 정부는 교육 개혁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교사 자격 요건 강화, 교사 임금 구조 개편, 학생평가 방식 변경 등) 그 결과, 가장 최근인 2015년 피사 결과에서 스웨덴의 점수 및 순위는 OECD 평균보다 높은 25위로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고점과 최저점을 받은 학생들 사이의 격차가 증가한 점, 사회 경제적으로 우월한 학생들과 그렇지 못 한 학생들 사이의 성과 격차가 커진 점, 이민자 학생과 비이민자 학생 사이의 성과 격차가 큰 점은 그들이 새롭게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스웨덴에서 교사는 간호사, 의사, 기술 노동자, 건설 엔지니어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부족 직군 중 하나이다. 전망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앞으로 6만 명가량의 교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부족 현상을 해결하고 더 많은 교사를 유치하기 위해 스웨덴의 교육부에서는 교직 홍보 사이트인 http://fordetvidare.se를 운영하고 있으며 TV 광고도 만들어 방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교대생들의 임용 절벽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스웨덴의 교사가 부족한 이유 중 하나는 교사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스웨덴 교사의 급여는 다른 직업들과 비교해 볼 때 높지 않고 교사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 또한 높지 않다.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 그들은 과중한 행정 업무에 압도되어 있다. 2013년 OECD에서 실시한 교육 및 학습 설문 조사(TALIS)에서 스웨덴 교사들의 5%만이 ‘가르치는 일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다.’라고 답변한 것은 스웨덴 교사들이 교육자로서 얼마만큼의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같은 설문에서 핀란드 교사들의 60%가 가르치는 일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다고 답변했다.)
위와 같은 배경은 우수한 인재를 미래의 교사로 이끄는데 장애로 작용한다. 교사의 인기가 갈수록 없어지고 누구든 쉽게 교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학생들로 하여금 교사가 가진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적은 인기로 교사의 자격 요건이 낮아서 누구나 쉽게 교사가 될 수 있다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스웨덴의 이웃나라 핀란드가 우수한 교육 시스템을 이룬 배경에는 교사를 전문직으로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 그에 걸맞은 급여, 교사 스스로 느끼는 교육에 대한 자부심, 교사가 교육에서 보여주는 전문성과 책임 의식 등이 서로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웨덴도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우수한 인재가 교사가 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교육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정책도 필요하다.
스웨덴에서 난민 문제는 교육 문제이자 사회 문제이다. 스웨덴은 지금까지 난민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며 자국의 문을 개방하는데 긍정적인 나라이다. 스웨덴 정부는 난민이 스웨덴 사회에 정착하고 통합될 수 있도록 스웨덴어 수업 지원, 직업 설계, 보조금 지원 등 여러 차원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난민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사회에 정착하는데 어려움과 차별을 덜 느낄 수 있다.
스웨덴은 EU 내에서 인구 1인당 난민 수용률이 가장 높은 국가이다. 하지만 지난 몇 해 사이에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으로부터 망명 신청이 급증했다. 2015년이 되자 스웨덴으로 망명을 희망한 사람은 163,000명에 이르렀고 그중 32,000명이 망명 허가를 받았다.(*출처: https://www.spectator.co.uk) 하지만 많은 난민이 스웨덴에 오면서 공공 서비스에 대한 부담이 증가했고 그들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난민들의 사회 통합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난민을 포함한 이민자들은 스웨덴인에 비해 실업률이 높다. 또한 인종과 국적에 따라 '스웨덴인 지역 – 이민자 지역'과 같은 사회적, 지역적 분리가 심화되고 있다. 그로 인해 지역 간 격차와 불평등도 마찬가지로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사회 통합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 정부가 더 힘써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반대로 이민자에 대한 두려움과 반이민 지지의 목소리 또한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에 있어서도 난민 학생들의 학교 적응과 사회 통합은 어려운 문제이다. 많은 난민 출신 이민자 학생들은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학교에서는 난민 학생들이 스웨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스웨덴어 학습을 지원하고 필요한 상황에서는 모국어 통역, 추가 학습을 지원한다. 그러나 낯선 언어, 기존과 다른 물리적 환경 때문에 스웨덴 출신 학생들과 비슷한 학습 결과를 얻기 힘들다. (단기간에 또래와 비슷한 스웨덴어 실력을 갖춘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학습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종종 교실의 친구들과 떨어진 그룹에 배치되어 또래와 유대감을 형성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그 결과, 난민 출신 이민자 학생들 중 일부는 상급학교 진학에 필요한 점수를 얻지 못해 교육에서 중도 탈락하거나 진학을 위해 더 긴 시간을 들인다. 또한 스웨덴 사회에 통합되지 못한 일부 학생들은 좌절과 절망감을 느끼고 범죄의 길로 빠지기도 한다.
스웨덴 교육의 문제점과 고민은 어쩌면 우리와 상관없는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신문의 국제면 한 꼭지에 나오더라도 금세 잊힐 만큼 우리에겐 먼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선망하거나 환상을 품고 있을지 모르는 북유럽, 그리고 스웨덴도 우리처럼 나름의 교육 문제와 사회 문제가 존재한다는 걸 소개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의 고민과 문제점들이 어떤 것인지도 나누고 싶었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받는 것이 과도한 경쟁과 대학 입시 등이라면 스웨덴은 교육의 질, 사회 통합, 교육 불평등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완벽한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각 사회가 처한 환경에 따라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다를 뿐이다. 우리나라와 스웨덴, 각자가 가진 교육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과 관심, 꾸준한 발걸음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