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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스웨덴 부부 Sep 19. 2017

우리는 왜 대학에 가야 할까?

스웨덴의 대학 입시 방법, 한국 학생들과 다른 학업 스트레스 



고등학교 교사인 Birgitta와의 지난 인터뷰 이후, 우리 부부는 스웨덴 고등학교에서 한국을 주제로 특별 수업을 할 수 있었다. 그녀의 제안으로 스웨덴 고등학생들을 만나서 한국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롭고 소중한 기회였다. ‘한국에 대해 아니?’라는 질문에 몇몇 학생들은 K-pop이나 E-Sports 강국, 북한 등의 이야기를 하며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 관심을 보였다. 


우리 부부가 며칠 동안 고민하며 준비했던 수업 주제는 한국 근현대사와 북한, 그리고 한국의 (고등학교) 교육이었다. 학생들은 그중에서도 한국의 교육에 큰 호기심을 가지고 수많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아무래도 비슷한 나이 또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자기들은 겪어보지 못한 다른 모습의 교육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사실 우리가 수업을 하며 보여줬던 사진들은 이런 것들이었다.

 

쉬는 시간에 자고 있는 고등학생들의 모습 (출처: http://www.ohmynews.com)


거기에 덧붙여 한국의 많은 고등학생들은 하루에 8시간 넘게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하교 후엔 학원을, 학원을 다녀와서는 집에서 공부를 한다고 말했더니 학생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스웨덴 고등학생들은 한국의 친구들이 ‘잠을 못 자서 학교에서 피곤해하지 않는지’ ‘건강한 상태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지’ ‘저렇게 공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우리 고등학교 교육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그 수업 이후 나 역시 스웨덴 고등학생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그 모습이 우리와 얼마나 다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너희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려면 피 터지게 공부하겠지?’라는 생각을 막연히 가지고 말이다.  



- 스웨덴의 대학 입시 방법

우선 가장 궁금했던 것은 스웨덴에선 대학 입시를 어떻게 하는가? 였다. 우리와는 다른 뭔가 특별한 방법이 있을 거란 환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사를 해본 결과 스웨덴의 대학 입학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그 모습은 우리나라의 수능 전형, 내신 전형과 비슷했다. 


1. Högskoleprovet (Swedish SAT)

1년에 2번, 봄과 가을에 실시하는 시험으로 원하는 학생은 누구든 볼 수 있다. 표준화된 시험으로 응시생이 같은 날짜에 시험을 보고 과목은 수학, 영어, 스웨덴어 등 구성된다. 하지만 시험 문제가 스웨덴어로 나와있기 때문에 스웨덴어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시험 결과는 5년간 유효하고 이 시험 점수를 가지고 대학 지원을 할 수 있다. 희망 학과의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을 때엔 당연히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우선 선발된다.

 시험지와 답안지 (출처: https://nyheter24.se)


시험을 보는 학생들의 모습 (출처: http://www.studera.nu)


2. 고등학교 성적으로 대학 진학

고등학교에서 정해진 학점 이상을 이수(스웨덴 고등학교는 대학처럼 학점을 이수하는 방식이다)하고 스웨덴어, 영어, 수학 과목에서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대학 지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고등학교 각 과목의 성적(A~F의 6단계)을 점수로 환산해 대학 진학에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인문계열, 자연계열처럼 고등학교를 입학할 때 선택한 전공 분야가 대학 진학을 할 때 학과 선택의 기준이 된다. 고등학교에는 총 18개의 전공 분야가 존재하는데 그중 12개는 직업, 6개는 대학 입학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스웨덴 고등학교의 전공 프로그램들 (출처: http://www.omsvenskaskolan.se)



- 스트레스는 존재한다. 그러나

스웨덴의 고등학생들도 학업 스트레스가 존재한다.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여러 번 준비를 하기도 하고 대학 입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고등학교 성적을 잘 받기 위해 노력을 한다. 하지만 우리처럼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 뺑뺑이를 돌거나 자기 학년보다 4~5년을 앞선 말도 안 되는 선행 학습을 하진 않는다. (얼마 전, 모 지역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초등학생들이 학원 선행학습으로 수학의 정석을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가 막혔다.) 학업 스트레스, 대학 입시가 모든 학생을 옥죄는 것도 아니다.


스웨덴 고등학생들의 대학 입시와 학업 스트레스가 궁금해서 여러 자료를 찾아봤다. 우선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대학 진학률’이었다. 많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높은 대학 진학률은 높은 교육열에서 비롯되었고 지나친 교육열이 때론 교육에서의 과도한 경쟁, 학업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각국의 대학 진학률, 2014 (출처: www.oecd.org)


위 그래프는 각국의 대학 진학률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OECD 평균보다 높은 편이지만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세계 최고 수준을 나타내지 않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스웨덴의 대학 진학률 역시 평균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웨덴 사회도 우리처럼 과도한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가 있는 사회일까?


여기서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은 스웨덴의 대학 교육은 무료라는 점이다. 거기에 더해 대학생들에게 매달 학업 보조금이 나오기 때문에 대학 진학에 좀 더 적극적일 수 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대학 교육 환경과 적극적인 공부 열정을 가진 학생들의 조합이 높은 대학 진학률로 나타난 것이다. 두 나라 모두 높은 대학 진학률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유는 조금 달리 해석해 볼 수 있다.


또한 스웨덴 사회는 개인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대학 진학 여부 역시 개인의 선택이고 그 결정을 존중한다. 대학 진학을 안 했다고 가족의 압박을 받는다거나 사회적 편견을 느끼지 않는다. 학생이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가족과 교사, 진로 교사 등이 옆에서 돕지만 결정과 책임은 본인의 몫으로 남겨둔다. 그리고 가타부타 남의 일에 별 신경 쓰지 않는 그들의 문화는 엄친아 같이 경쟁과 비교가 담긴 단어를 뜨악하게 생각한다. 독립성과 능동적 학습이 우선되는 사회 안에서 학생이 느끼는 학업 스트레스는 우리와 다를 수밖에 없다.



- 우리가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

우리가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높은 소득과 좋은 직장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학력에 따라 소득과 직장이 달라지고 사회적 대우 역시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치열한 경쟁을 한다. 


학력에 따른 수입의 차이 비교, 2012 (출처: www.oecd.org)


위 그래프는 국가별 학력에 따른 수입의 차이를 나타낸 그래프다. 고졸자 임금=100을 기준으로 아래의 검은 막대는 그보다 낮은 학력을 가진 사람들의 수입을, 위의 파란 막대는 그보다 높은 학력을 가진 사람들의 수입을 나타낸 것이다.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학력이 높아질수록 소득 역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는 학력에 따른 수입 차이가 적지만 스웨덴은 그 차이가 훨씬 적었다. (막대가 짧을수록 학력별 소득 격차가 적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직업을 바로 가지는 사람과 대학교 졸업 후 직업을 가지는 사람 사이의 소득 차이가 크지 않다면 대학을 가는 주된 이유가 사라질 것이다. 직업에 따른 사회적 편견이 사라지고 직업별 소득 차이가 줄어든다면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틀에 박힌 생각을 갖는 대신 삶의 다양한 방향성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지금은 필수라고 여기는 대학 진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선택으로 변화한다면,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도 경제적으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면 우리 학생들은 대학 입시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학원 뺑뺑이, 녹초가 된 채 책상에 엎드려 잠자는 학생들, 입시 공간이 되어버린 고등학교 등도 변화할 수 있다.




이번 글을 쓰고 나서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왜 우리나라의 많은 학생들은 학업과 입시에 큰 고통을 받고 있는가?'였다. 대학에 들어가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일반적이라기보다는 통계상의) 사실이지만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 격차는 다른 나라들보다 크지 않았다. 높은 교육열과 연관이 있다는 대학 진학률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대학 진학률을 가진 나라들이 여럿 있었지만 그들 나라의 입시 스트레스가 우리보다 심하다는 이야기는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공부에 대한 흥미, 학교에 대한 만족도 등을 나타내는 통계에서 최저의 만족도와 최고의 스트레스를 나타냈다. 또한 한국의 치열한 대학 입시 경쟁과 사교육 시스템, 긴 학습 시간 등은 높은 학업 성취도와 함께 대비되어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한다.  


위의 내용들로 설명되지 않는다면...

학력과 대학 간판에 따른 사회적 차별이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입시 경쟁을 불러일으켰을까? 한국 사회가 경쟁적이고 스트레스가 높은 사회여서 교육 역시 사회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우리가 대학에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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