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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코치 Apr 02. 2018

누구도 만족 못하는 대학입시

최선은 무엇일까

대학입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 중 하나다. 수능날, 직장인 출근 시간은 늦춰지고, 영어듣기평가 시간에 비행기는 뜨지 않는다. 수능의 난이도는 중요한 이슈다. 주요 일간지는 매년 대학 순위를 발표한다. 작년에는 영어 4등급 학생이 서울대에 합격하자 주요 뉴스가 되었다.


대학입시는 항상 논란이 된다. 학생부 종합 전형은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이 있다. 수능 점수가 당락을 좌우하는 정시 전형은 공교육을 죽인다고 비판을 받았다. 논술 전형도 선행 학습 및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특기자 전형은 특목고만의 리그라고 비판받는다.


판을 뒤집어 보았다


학력고사 시절과 수능 초기에는 오로지 성적으로 학생을 뽑았다. 사교육을 덜 받던 시절에는 그렇다 할 비판이 없었으나, 사교육 시장이 커지면서, 공교육을 죽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내신 성적이 대학 입시에 영향을 주지 못하니,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잠을 자고 학원이나 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수능 점수로만 학생을 뽑는 정시 전형에 변화를 줬다. 수시 전형이 생겼다. 수능 점수가 조금 모자라도 학교 내신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대학이 선발했다. <학생부 교과전형>이다. 수도권이나 광역시처럼 사교육이 풍부한 곳이 아닌, 중소도시나 시골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전형이다.


과학고나 예술고처럼 특목고 학생들은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 뽑혔는데, 입시철이 되면 수능 공부를 해야 했다. 수능의 수학, 과학 난이도는 그들이 공부하는 수준을 따라가지 못했다. 국제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수상하거나 국위를 선양하는 등 특별한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미리 선발하는 전형이 필요했다. <특기자 전형>이다.


학생을 선발할 때, 꼭 성적으로만 뽑아야 하는가? 현대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한 인재를 원하는데, 대학은 언제까지 국영수 성적으로만 학생을 줄 세울 것인가? 자신의 의견을 글로서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학생을 <논술 전형>으로 선발했다. 특기자까지는 아니지만 수학, 과학 사고가 뛰어난 학생을 <이과 논술 전형>으로 선발했다.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학교에서 국영수 공부만 하나? 동아리 활동도 하고 봉사활동도 한다. 전인적 인간으로 교육해야 하지 않는가?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활동한 학생의 노력을 입시에서 반영해 줘야 하지 않나?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면접을 진행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이 생겼다.


고등학교 생활은 소홀했더라도 재수생들에게 패자부활전은 줘야 하지 않나? 재학생들 중에서 내신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학교 생활을 적극적으로 한 것도 아니지만, 대학은 가야 하지 않나? 고3 때 갑자기 철들어서 대학 가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서 정시 전형을 3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정시 전형>이다.


요즘 입시는 복잡하다


요즘만큼 대학입시가 복잡한 시절이 없다. 수시 전형과 정시 전형이 있고, 수시 전형 안에 학생부 교과 전형, 학생부 종합 전형, 논술 전형, 특기자 전형, 적성고사 전형 등이 있다. 재외국민 전형도 있고 농어촌 전형도 있다. 새터민 전형도 있다. 특정 종교를 우대하는 전형도 있고, 만학도를 우대하는 전형도 있다.


★ 초간단 대학입시 ★

▣ 수시 전형(70% 선발) : 수능 전에 지원, 6번의 기회 있음

    1) 학생부 교과 전형 : 내신 성적 위주로 선발함
    2) 학생부 종합 전형 : 내신 성적을 비롯하여 학생의 주요 활동을 종합적으로 검토함
    3) 논술 전형 : 문과는 글쓰기, 이과는 수학/과학 문제 풀이로 선발함
    4) 특기자 전형 : 수학, 과학, 영어, 음악, 미술, 체육 등 특정 분야에 두각을 나타낸 학생을 선발함
    5) 적성고사 전형 : 대학에서 적성고사라는 시험을 별도로 출제하여 점수 높은 학생을 선발함

▣ 정시 전형(30% 선발) : 수능 후에 지원, 3번의 기회 있음, 수능 점수 높은 학생이 선발됨


이렇게 많은 전형들이 왜 생겼을까. 수능 성적 하나 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사회 여론에 의해 생겨났을 것이다. 요즘 입시가 불공정하다고 말을 하지만, 과거의 수능 줄 세우기는 공정했다고 말할 수 있나.


경쟁이 있는 한, 불만은 항상 존재한다

    

인구가 줄고 학생 수가 줄어서 대학이 서로 학생을 모셔가려고 한다면, 불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더 많을 수도 있겠다. 다만, 그 불만은 선발에 대한 불만은 아닐 거다. 대학의 교육 서비스에 대한 불만일 것이다.


여전히 대학은 갑이고 학생은 을이다. 특정 대학을 서로 가려고 노력한다. 논술 전형의 경우 경쟁률이 수십대 일이다. 대학이(특히 일부 대학이) 희소한 가치를 가지는 이상, 대학의 '학생 선발 룰'에 대한 공정성 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내 아이 중심으로 입시를 바라보면 입시는 불합리할 수밖에 없다. 내신 경쟁이 치열한 학교의 학생들은 <학생부 교과 전형>은 불합리한 전형이라고 항의할지 모른다. 수능처럼 전국의 모든 학생이 동일한 시험을 봐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 진정한 공정성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교육 환경이 열악한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정시 전형>이나 <논술 전형> 준비가 미흡하다고 하소연할지 모른다. 특목고 학생들은 <특기자 전형>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대학은 바보가 아니다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대학은 바보가 아니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서 그들이 대학의 이름을 높이고 명성과 소문이 고등학생들에게 전달되어 다시 우수한 학생이 입학하는, 선순환을 꿈꿀 것이다.


요즘 면접 고사가 늘고 있다. 논술은 글로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다면, 면접은 말로서 자신을 표현한다. 5-10분만 대화를 나누어도 학생에 대한 대략적인 파악은 될 터인데, 20-30분 면접을 본다. 학생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면접장에서 '탈탈탈 털린다'라고 한다. 전공 지식부터 인성까지 다양한 분야의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간다.


수시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에 대한 평가는 많은 조사가 진행되었다. 선발 당시 수능 성적은 비록 낮을지라도 학교 생활 적응도나 향후 발전도는 앞서서, 졸업 때는 정시 전형 학생들과 수준이 같거나 앞선다는 결과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입시는 이런 것이다


우리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나는 교과 전형으로 대학 가야지', '나는 정시 전형으로 대학 가야지', '나는 논술 전형으로 대학 가야지'라며 정해놓고 학교 생활을 시작하지 않는다. 열심히 고등학교 생활을 하다 보니, 고3이 되어 나는 <학생부 교과 전형>을 써야겠구나, 나는 <학생부 종합 전형>을 써야겠구나를 결정하게 된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나는 <학생부 종합 전형>을 쓰겠다'라고 생각하여 주도면밀하게 움직인 학생이 있을 수도 있다. 그 전략이 대단해 보인다.  '누가 나에게도 저렇게 조언을 해줬다면 나도 입시를 더 잘 준비했을 텐데'라며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겠다. 중요한 것은 '그래서 저 학생이 학교 생활을 성실히 하지 않았나'라는 부분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저 학생이 학교 생활을 성실히 한 후 <학생부 종합 전형>을 선택했든, <학생부 종합 전형>을 선택한 후 학교 생활을 성실히 했든, 저 학생이 학교 생활을 성실히 한 부분은 바뀔 수 없는 '팩트'가 된다.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한다. 일단 학교 생활을 성실히, 열심히 해야 한다고. 열심히 노력한 후에 결과를 가지고 대학 입시를 이야기해야지, 노력도 하지 않고 입시 현실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단순한 불만에 지나지 않는다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입시 전략을 세워 학교 생활을 했다면, '복잡한 입시 전형'이 그 학생에게 고등학교 생활의 목표와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고등학교 생활을 열심히 했는데 수능 점수가 조금 부족하여 고민인 학생에게는 '복잡한 입시 전형'이 <학생부 종합 전형>이라는 돌파구를 마련해 주었다. 고1, 2 때 펑펑 놀다가 고3이 되어 정신 차린 학생에게는 '복잡한 입시 전형'이 <정시 전형>이라는 마지막 대안을 주었다. 다른 과목은 싫지만, 수학을 유독 좋아하는 학생에게 <논술 전형>의 기회를 주었다.


무엇이 공정이고 무엇이 불공정일까.  세상은 변하고 대학 입시도 변한다. 무엇이 최선인지 알 수는 없으나,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찾는다면, 우리 아이의 대학 입시도 분명 최선의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컵에 물이 반만 남았을까 반이나 남았을까.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글쓴이 윤태황은 한국코치협회 평생회원, 비거게임코리아 트레이너, 에듀플렉스 교육개발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공부 사춘기>, <잠들어 있는 공부 능력을 깨워라>, <고3 수능 100점 올리기>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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