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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코치 Mar 25. 2018

명문대 출신 부모도 자녀 공부는 실패한다

모든 것이 유전되는 건 아니다

자녀의 입시 문제로 고민하는 명문대 출신 부모를 종종 만난다. 자신은 학창 시절 공부를 잘했는데, 자녀는 왜 공부를 못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공부법이 확고하다. 자녀도 자신처럼 공부를 하면 잘 할 텐데, 왜 하지 않는지, 알려줘도 실천이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속상해한다.


한 가지 위안을 주자면, 자녀는 부모로부터 모든 것을 물려받지 않는다. 여러 유전자를 물려받더라도 노출된 환경에 따라 DNA가 변형된다. 최근 미국 우주항공국 나사(NASA)는 쌍둥이 중 한 명을 우주로 보내서 DNA 변화를 실험했다. 실제로 우주에 다녀온 사람은 여러 부분에서 DNA가 변화한 것이 확인되었다.


아이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기질, 유전자뿐만 아니라 후천적으로 얻게 되는 유전자 변화, 학습, 교육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모든 것이 유전된다면 교육이 가지는 효능도 떨어질 테지만, 세상은 사람이 교육을 통해 변화할 수 있음을 증명해 주었다.


그러니, 부모가 비록 학창 시절 공부를 등한시했더라도 자녀의 공부에 대해서 낙담할 필요가 없다. 자녀의 성적과 입시는 교육 환경에 따라 후천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녀 성공의 기준은 무엇인가


어떤 부모는 자녀가 80점을 받아와도 기뻐한다. 평소 50점을 받던 자녀가 대견한 것이다. 어떤 부모는 자녀가 90점을 받아도 만족하지 못한다. 항상 100점을 바라는 것이다.  


자녀가 서울대를 가길 바란다면 100: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서울대는 통상 수능 상위 1% 학생들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우리 아이가 서울대를 갈 확률보다 서울대를 못 갈 확률이 훨씬 높다.


부모가 서울대 출신인데, 자녀도 서울대를 가길 바란다면, 부모의 확률 1/100과 자녀의 확률 1/100을 곱해보자. 1/10000의 확률이 된다. 서울대 출신 부모의 자녀가 서울대를 갈 확률보다 못 갈 확률이 훨씬 높음을, 서울대 출신 부모의 자녀가 서울대를 못 가는 것이 훨씬 정상적인 범주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성공의 기준은 주관적이다


무엇이 성공이며 무엇이 행복일까. 자녀의 성공은 부모가 결정하는 것일까. 부모가 원하는 성적을 받고 원하는 대학에 가면 자녀는 행복하다고 말할까.


자녀를 위해서 학원이며 과외며 찾아 나선다고 말하는 부모님이 있다. 아이는 시큰둥하다. 정말로 아이를 위해서 찾아 나선 것일까. 혹 아이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치환하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은 아닐까.


부모가 만들어 준 목표를 수동적으로 달성하며 성공했다고 말하는 것은 진정한 성공이 아니다. 진정한 행복이 아닐 수 있다. 우리는 성공의 기준을 세우기에 앞서 자녀의 성공 기준을 누가 세워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욕심이 아니다. 부모의 눈높이가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목표를 만들고, 스스로 이루어 내면서 성공하고 행복해하냐는 것이다.


자기주도적인 학생은 공부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주도해 간다. 부모의 기에 눌려 자녀가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말을 물가에 데러 갈 수 있어도 물을 먹이진 못한다는 옛말을 기억하자.

그렇다면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가?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부모는 심리적 지지대가 되어야 한다. 성적은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다. 올라갈 때는 부모 입장에서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 칭찬을 한다. 문제는 내려갈 때이다. 성적이 내려갔을 때, 가장 고민하는 사람은 당사자인 학생이다. 의기소침한 자녀를 위해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걱정하는 부모님을 보면 자녀는 더 걱정이 될 것이다. 심리적으로 더 압박을 받게 된다. 부모님에게 기댈 곳이 없다고 판단하게 되면, 자녀는 다른 곳에 의지하게 된다. 때로는 그것이 일탈로 나타나기도 한다.


모는 플레이어가 되기보다 코치가 되어야 한다. 부모님은 자녀의 공부를, 자녀의 성공을 언제까지 뒷바라지할 수 있을까. 자녀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길은 음식을 만들어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코치하는 것이다. 코치는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를 보지 않는다. 코치는 상대방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자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엇이며, 원하는 공부 목표, 학과, 대학은 무엇일까. 시각의 변화, 관점의 전환이 코치로서 부모님의 첫걸음이다.


자녀의 공부 방아쇠(trigger)를 당겨주어야 한다. 학생이 변화하는 시기나 요인은 너무나 다양하다. 목표-계획-실천-반성의 네 영역 중 어느 부분에서 강점이 있는지, 어떤 부분이 약한지, 어디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할지 등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아이의 변화에 불을 붙여 주는 요인, 그것을 세계적인 행동변화 코치인 마셜 골드스미스(Marshall Goldsmith)는 ‘트리거(trigger)'라고 했다.



결국 자녀의 공부, 성적, 입시의 성공과 실패는 부모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 스스로 결정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알고 보면 공부란 성공과 실패가 없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쌓이는 것이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빠르고 느리고의 차이가 있을 뿐, 잘나고 못나고의 차이가 아님을 알게 될 때 자녀 교육은 편안해진다. 부모의 마음이 편안해질 때, 학생의 마음도 편안해진다.



글쓴이 윤태황은 <공부 사춘기>, <잠들어 있는 공부 능력을 깨워라>, <고3 수능 100점 올리기>의 저자이며, 에듀플렉스 교육개발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코치협회 평생회원이다. 유웨이중앙교육 입시컨설턴트, 공덕초등학교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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