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기술
문제집을 왜 푸는 것일까? 문제집 풀이의 이유를 물으면 여러 가지 답이 나온다. “시험대비 때 당연히 푸는 거 아니에요?”, “엄마가 풀라고 해서요.”, “몇 개 맞았는지 보려고요.”, “문제집 풀이 말고 마땅히 시험공부할 거리도 없잖아요.”
부모 입장에서도 막상 문제집을 사주지만, 문제집 활용에 관해서 지도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이런 고민을 해봐야 한다.
왜 같은 문제집을 푸는데, 저 아이는 1등급을 받고 이 아이는 5등급을 받을까?
이런 고민은 흡사 학원에 대한 고민과도 같다. 같은 학원을 다니는데, 저 아이는 100점이고 왜 우리 아이는 70점일까. 서툰 목수가 연장을 탓한다 했으니, 우리가 고민할 부분은 어떤 문제집을 선택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선택한 문제집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문제집을 푸는 것일까?
이 부분이 명확히 되어야 아이들이 공부를 할 때도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공부에 임하게 된다. 문제집 풀이는 아이의 부족한 메타인지를 메워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아이가 어떤 단원을 이해하고 암기했는지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문제집 풀이는 친절하게 아이에게 부족한 부분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를 하면 되겠는가? 틀린 문제 위주로 복습을 하고 가면 학교 시험에서는 좋은 점수를 얻게 될 것이다.
이론은 쉬우나 실전은 어렵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이들은 틀린 문제도 맞다고 동그라미를 치고 틀린 문제보다 맞춘 문제에 집중한다. 찍어서 맞은 문제도 동그라미를 치고는 오답정리를 하지 않는다. “10개 중에 8개나 맞았어요.”, “이 문제는 실수로 틀렸어요.”, “찍어서 맞은 것도 맞은 거니까 오답정리를 안 했죠.”
많은 아이들이 문제집 풀이의 목적을 알지 못한다. 오늘 한번 집에서 간단한 조사를 해보시라.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문제집 풀이의 목적을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한 후 모르는 부분을 보충 공부하기 위해서 푸는 것이라고 대답을 하는지.
많이 틀려도 오답정리를 제대로 하면, 학교 시험에서 틀리지 않는구나.
따라서 문제집 200% 활용하기 첫 번째 단계는 우리 아이가 문제집 풀이의 목적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아이들이 문제집 풀이의 목적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가 문제집 풀이의 목적을 이해해야 한다. 부모는 문제집 풀이의 목적을 아이에게 올바르게 전달하고 교육해야 한다. 아이들이 문제집 풀이를 할 때 ‘당연히 틀려도 되는구나.’, ‘많이 틀려도 오답정리를 제대로 하면, 학교 시험에서 틀리지 않는구나.’를 인식하게 되면 정직하게 공부하고 정직하게 채점을 하게 된다.
아이들이 푼 문제집을 부모가 채점을 해주어도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몇 개를 맞아서 칭찬하고 몇 개를 틀려서 혼을 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틀린 문제에 대해서 왜 틀렸는지 생각하고 다음에는 맞출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발 더 나아가 틀린 문제에 대해서 숨은 그림 찾기에서 정답을 찾듯, 낚시에서 물고기를 낚듯이 “틀린 문제가 나와서 다행이다. 이 문제를 보충하고 가면 학교 시험에서 틀리지 않겠네?”라며 부모가 아이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준다면, 아이는 더 이상 문제집에서 틀리는 것에 대해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문제집을 한 번 풀어서는 절대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다.
문제집 200% 활용하기 두 번째 단계는 하나의 문제집을 적어도 2-3번씩 풀어보는 것이다. 절대 하나의 문제집을 한 번 풀어본다고 해서 문제집에 나오는 내용을 100%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다.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서 1회독할 때는 맞았는데 2회독 할 때는 틀리는 문제가 나오고, 1회독할 때는 틀렸지만 오답정리를 꼼꼼히 한 결과 2회독 때는 맞추는 문제가 나온다. 한 문제집을 여러 번 보기 위해서는 책에 문제 풀이를 적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문제를 풀 때는 연습장에 풀고 문제집에는 채점에 대한 OX 표시만 한다. 그렇게 한 문제집을 2-3번 풀다 보면 적어도 1권의 문제집은 완벽하게 자신의 것이 된다.
문제집은 잘 푸는데 시험 문제는 긴장해서 못 푸는 아이들이 있다.
문제집 200% 활용하기 세 번째 단계는 실제 시험처럼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다. 이 방법은 공부가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학교 시험에 대한 긴장을 풀어주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평소에는 수학 문제를 잘 푸는데, 학교 시험에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아이들에게 특효약이다. 우선 식탁이든 학생의 책상이든 장소를 정한다. 부모님은 시험 감독관이 되어 시험 시작부터 시험이 끝나는 45-50분을 아이와 함께 한다. 모의시험을 보는 중간에는 일체의 대화도 없고 화장실 가지 않는다. 물도 먹어서는 안 된다. 모의시험은 꼭 50분이 아니어도 된다. 5문제, 10문제를 가지고 10분, 20분을 배정해서 미니테스트 형식으로 시간을 운용해도 좋다.
학년이 어릴수록 문제집 풀이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언제부터 왜 맞는 개수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지금부터라도 문제집 풀이의 목적을 바르게 인식하고 제대로 활용하는 순간 성적은 올라가게 된다. 똑같은 시간을 투자하고도 공부의 효율이 올라간다면 그 방법을 마다할 아이가 있겠는가.
2017. 1. 15
글쓴이 윤태황은 <잠들어 있는 공부 능력을 깨워라>, <고3 수능 100점 올리기>의 저자이며, 에듀플렉스 교육개발연구소 연구위원, 유웨이중앙교육 입시컨설턴트, 공덕초등학교 운영위원, 한국코치협회 평생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