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생 공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부코치 Nov 19. 2017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글을 쓰는 이유

어린시절 나는 글쓰기도 독서도 싫어하는 아이였다. 한 달에 책 1권 읽기가 어려웠고, 고3 때는 논술 1500자를 채우지 못해 쩔쩔매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책 두 권의 저자가 되었고, 매일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왜 글을 쓰게 되었을까.




"어젯밤에 책이 너무 재미가 있어서 읽다 보니 새벽이 되었더군요."


밤새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에게 한 권의 책을 하루 만에, 몇 시간 만에 다 읽는다는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는 것과 같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떻게 몇 시간 만에 한 권의 책을 다 읽는 거지?'


나는 독서를 참 싫어하는 학생이었다. 활동적이어서 운동을 좋아했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책 읽을 시간에 축구를 한 판 더 하고 수다를 한 번 더 떨었다. 국영수 중에서 특히 국어 성적이 낮았던 건 우연이 아니었다. 학습매니저가 되어서야 국어 공부법이 이렇게나 다양하고, 공부할 분야가 이렇게나 많다는  알게 되었다. 지금이야 국어 학습법을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말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말이다. 이렇게 국어를 싫어하고 국어에 무지했던 내가 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까.



공군 사관후보생 시절


누구에게나 터닝포인트는 있다. 독서와 영영 담을 쌓고 살아갈 것 같던 나에게도 터닝포인트는 있었다. 공군 장교 출신인 나는 진주 교육사령부에서 15주 간 군사훈련을 받고 소위로 임관을 하게 되었는데, 갓 임관한 소위들에게는 특기가 주어지고, 특기에 맞추어 특기교육이 진행된다. 나에게는 방공무기통제라는 특기가 주어졌다. 부여받은 방공통제 특기는 다른 특기들보다 훨씬 더 긴 기간을 교육받아야 했는데, 그때 나에게  독서라는 것이 찾아왔다.


군사 훈련을 받게 되면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앞으로 착하게 살겠다, 앞으로 성실하게 살겠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 독서를 하겠다, 운동을 하겠다 등 건전하고 미래지향적인 여러 생각과 각오를 하게 된다. 그런 사고로 재탄생한 몸과 마음은 특기 교육 기간 동안 더 나은 삶을 갈망하며 저녁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그때 나의 독서량이 폭발을 하게 된 것이다.


특기 교육 기간 중에 마땅히 할 일이 없던 나는 저녁 시간에 여러 책을 쌓아두고 읽게 된다. 어떤 책을 읽어야 될지 몰라 동기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 눈동냥을 했었다. 당시에 눈에 들어온 것은 룸메이트가 읽던 <경제학 콘서트>. 그렇게 나는 경제 관련 책들을 먼저 접하게 된다. 군생활 동안 읽은 책들을 보자면, 주식 관련 책도 있었고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자서전도 있었다. 책을 읽다 보니 주식에 흥미가 생겼고, 고승덕 박사의 주식 관련 책들도 읽었다. 내친김에 증권투자상담사 책을 사서 독학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2008년에는 휴가를 내어 며칠 힘들게 공부한 후, 증투사 시험을 보러 간 기억이 난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이다.



아직도 생생한 기억. 용산에서 계룡대로 내려갈 때의 일이다. 서울에서 주말을 보내고 근무지가 있는 계룡대로 가기 위해 일요일 밤 기차를 탔는데, 그때도 나에게는 한 권의 책이 있었다. BBQ 치킨 윤홍근 대표의 자서전.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나는 단숨에 책 대부분을 읽어버리게 된다. 찰나 대학 시절 교수님의 말씀이 오버랩되었다.


"책을 읽다 보니 재미가 있어서 단숨에 다 읽어 버렸어."


그렇다. 독서를 꾸준히 하다 보니, 전문 서적이 아닌 이상 나도 한 권의 책을 몇 시간이면 완독 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책 한 권을 완독 할 수 있는 능력은 이미 갖추어져 있었다. 만화책이며 무협소설이며 중학교 때 엄청나게 읽어 제껴드랬다. 딱 거기까지였지만 말이다.




글 읽는 양이 늘어나글을 쓰고 싶어 졌다.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와 도전 정신이 생겼다. 트라우마에서 먼저 벗어나야 했다. 나는 글을 못 쓰는 사람이다라는 편견과 고정관념. 고3 때 쩔쩔매며 논술을 쓰던 나의 모습이 계속 생각이 났다. 나를 움츠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자신을 이겨내고 진일보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 아니던가. 나는 기꺼이 비판받을 각오를 하며 글을 써내려 갔다.


첫 번째로 출판에 도전했던 책은 군대 관련 이야기였다. 기본군사훈련을 포함해서 40개월 가까이 생활한 군대를 떠나며 초급장교로서 경험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풀고 싶었다. 그러나 도전은 도전에서 그쳤다. 전역 후 이내 시작한 사회생활의 바쁨 속에 나의 원고는 미완성인 상태로 그렇게 노트에 머물게 된다.


꽤 시간이 지나 학습매니저로서의 사명을 다하며 살아갈 무렵, 나의 고3 시절 이야기가 수험생들에게 용기가 될 수 있음을 느끼고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고3 수능 100점 올리기>이다. 고3 시절 수능 점수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던 나의 이야기와 학생 희진이의 이야기를 엮어서 나온 책. 당시 yes24 고등학생 분야에서 월간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스테디셀러의 운명은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고3 수능 100점 올리기_표지


한 권을 쓰고 나면, 두 권, 세 권은 쉽게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모든 일의 적은 자만심이다. 2013년에 첫 책을 쓴 후, 진도는 쉽게 나가지 않았다. 2016년,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두 번째 책이 메타인지를 다룬 <잠들어 있는 공부 능력을 깨워라>이다. 두 번째 책을 쓰면서 다시는 책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글쓰기도 중독이다. 그렇게 다짐했건만 나는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왜 나는 글을 쓰고 있으며, 앞으로도 글을 쓰게 될까. 이 말을 드리려다 이야기가 돌고 돌아,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여기까지 왔다.




글에는 힘이 있다. 문장이 가지는 느낌이 있다. 문체가 있다. 강하게 말할 수도 있고 때론 부드럽게 말할 수도 있다. 따듯하게 말할 수도, 차갑게 말할 수도 있는 것이 글이다.


대화(conversation)와 다르게 글은 말의 끊김 없이 의사를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다. 일관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툭툭 끊는 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글의 중요성을 더욱 느끼게 된다.


단어가 가지는 무게가 있다. 단어마다 고유한 에너지가 있고 전달력이 있다. 즉흥적인 대화와 달리, 글은 말을 전달하기 위해 적절한 단어와 필요한 단어를 고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적합한 어휘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글쓰기는 숙고의 시간이 있다. 하고자 하는 말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다. 말을 더 하거나 덜 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말을 붙이거나 필요한 말을 빼먹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을 후회 없이, 미련 없이 할 수 있다.




<나는 왜 글을 쓸까>에 대한 답을 하고자 지난 세월에 대한 긴 여행을 했다.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는 이 글이 이렇게 길어질 거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동안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 어쩌면 나조차도 잊고 있었던 나의 이야기가 이 의문 하나로 드러나는 것에 대하여 글 쓰는 사람의 한 명으로서 기쁘게 생각한다. 또 하나의 글쓰기 소재가 되었으니 말이다.


글쓰기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게 한다. 자신의 성장을 느낄 수 있다.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주변에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글쓰기를 어찌 멈출 수 있고, 마다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알고 보니 열등감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