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깊은 저곳
당신의 인생 변곡점은 무엇입니까?
스키장을 갔다. 여러 중학교와 함께 캠프가 진행됐다. 엄마의 사정을 모른 채, Y는 투덜 되며 스키복을 마련했다. 마음에 들지 않아 인상도 쓰고 짜증도 냈지만, 엄마는 이 옷이 제일이라며 Y를 설득했다. 몇 년은 입어야 하니, 치수도 넉넉하게 구입했다.
유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스키복은 쫙 달라붙는 스판 스타일이 트렌드였다. 2018년 요즘은, 90년대에 Y가 입었던 스키복 스타일이 유행인데... 흠. Y가 아무래도 유행에서 20년은 앞섰나 보다. 장비는 당연히 렌털. 자신의 개인 장비를 가지고 온 옆 학교 아이들에 비해 Y와 친구들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Y는 스키를 배우게 되었다. 열심히 A자를 그리며 겨우겨우 타는데, 옆 학교 민우는 S자를 그리며 프로처럼 내려왔다. 빠른 속도로 내려오다가 마지막에 눈발을 날리며 멈추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스키어들의 로망. 단련된 허벅지로 엣지에 힘을 주어 스키를 가지런히 세우는 장면은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액션이다. A자를 벌렸다 오므렸다 하며 스탑(stop) 앤(and) 고(go)를 반복하는 Y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그 날로 스키에 눈을 뜬 Y에게 목표가 생겼다. 스판 바지. 그리고 스키 장비. 언제쯤 자신에게 장비가 생길까 꿈을 꾸며 매년 겨울 스키 캠프를 참가했다. Y의 실력도 매년 늘기 시작했다. 옆 학교 민우는 여전히 멋지게 스키를 탔다. 가만 보니, 고글이나 털모자 등 액세서리도 멋져 보였다. 오클리. 고글은 오클리를 써야 하는구나. 하나씩 스키에 대해 알아갔다.
고등학생이 되자, 집안 형편이 조금 풀렸다
산꼭대기에 있던 집은 산 중턱으로 내려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참 힘들게 살았는데, 엄마는 집이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본인 사야 할 것을 아껴가며 그렇게 아들에게 투자를 했다. Y에게도 드디어 스판 바지와 스키 장비가 생겼다. 큰 발바닥 모양의 <빅풋 Big Foot>을 샀다. 이때부터 Y는 스키장에서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누구도 부럽지 않은 스키를 구사한다. 촥- 촥-. 슬로프 좌우를 크게 사용하면서 S자를 그리며 빠른 속도로 활강하는 그 맛에 스키를 탄다. 자세를 숙이고 양 손을 스키폴 삼아 툭툭 쳐주며 방향을 전환한다.
스키복 위에 스키 잠바가 아닌, 멋을 위한 폴로 모직 잠바를 입고 스키를 탔다. 넘어져 눈을 묻힐 일은 결코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스키를 잘 타는 사람들의 여유였다. 스케이트 보드를 넣는 가방에 빅풋이 딱 들어갔기에, 스케이트 보드 가방을 메고 스키장을 누볐다. 스키 실력에서도 패션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경지에 도달하게 되었다.
누가 Y의 스키 실력을 키웠을까? Y는 왜 그렇게 스키를 잘 타고 싶었고 스키 장비를 마련하고 싶었을까? 최고 수준의 슬로프를 자유자재로 내려올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장본인은 누구인가? Y 스키 인생의 변곡점은 무엇인가?
욕망의 또 다른 이름
옆 학교의 민우였다. 스키를 잘 타는 민우, 스키 장비와 패션이 완벽한 민우에 대한 열등감이었다. 이 열등감이 Y의 스키 실력을 키웠고 Y를 단련시켰다. 꿈을 만들어줬다. 민우가 없었다면, 당시 옆 학교 아이들이 또래를 압도하는 장비와 패션, 스키실력으로 캠프에 오지 않았다면, Y는 그토록 스키 실력을 키우고 싶어 했을까?
인간은 누구나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Y만 그런 꿈을 꾼 것일까? 더 잘 되고 싶고 더 개선하고 싶은 마음. 열등감과 욕망의 다른 이름은 도전이며 꿈이었다. 꿈꾸는 소년을 누가 뭐라고 할까. 벤치마킹, 모델링이라고도 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위인전을 읽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열등감이 생길 때, Y는 도전과 극복이 생겨났다. 도전은 꿈을 만든다. 꿈은 노력을 이끈다. 노력하기 위해 인내해야 한다. 마침내 꿈을 이루었을 때, 성취가 따라오고 자신감이 생긴다. 그렇게 인생은 변화한다.
그것을 인생 변곡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