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페이지의 마법을 영어책에도 적용해본 실험
독서 습관을 만들면서 가장 큰 깨달음은 "매일 조금씩"의 힘이었어요. 하루 10페이지라는 작은 목표로 3개월에 3권을 완독한 경험이 제게 자신감을 줬거든요.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방법을 영어 원서에도 적용해볼까?"
서재 한 구석에 몇 년 전에 사둔 영어 원서가 있었어요. 『The Alchemist』였는데, 얇고 쉽다고 해서 샀던 건데 첫 페이지도 제대로 못 넘기고 방치되어 있었거든요. 한국어 책도 꾸준히 못 읽었는데, 영어 원서는 당연히 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독서 습관을 만든 지금, 생각이 달라졌어요. "영어 원서도 결국 책이잖아? 하루 10페이지... 아니 5페이지씩이라도 읽으면 되는 거 아닐까?"
여러분도 아시죠? 그 기분. 뭔가 불가능해 보이던 일이 갑자기 해볼 만해 보이는 그 순간. 마치 높은 산이 가까이서 보니 오를 만한 언덕으로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일단 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웠어요. 한국어 책은 하루 10페이지였지만, 영어 원서는 하루 3페이지로 시작하기로 했어요. 아무리 쉬운 영어책이라고 해도, 모르는 단어나 어려운 문장이 나올 테니까 더 천천히 읽어야 할 것 같았거든요.
『The Alchemist』를 펼치고 첫 문장을 읽어봤어요. "The boy's name was Santiago." 오, 이건 쉽네요. 그런데 몇 문장 더 읽다 보니 모르는 단어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flock", "seminary", "Andalusian"...
제 머릿속은 그때 마치 번역기가 과부하 걸린 것 같았어요. 모르는 단어를 찾고, 문장 구조를 파악하고, 내용을 이해하고... 한 문장 읽는 데도 몇 분씩 걸렸거든요.
첫날, 3페이지를 읽는 데 1시간이 걸렸어요. 한국어 책 10페이지 읽는 시간의 4배였죠. "이거 진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래도 3페이지는 읽었다는 성취감이 있었어요.
진짜였어요. 물론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지만요. 저는 영어 원서 읽기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거예요. 단어만 알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문화적 배경, 표현의 뉘앙스, 문체까지 이해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정이었거든요.
둘째 날은 조금 나았어요. 전날에 나왔던 단어들이 다시 나오니까 익숙해지고, 저자의 문체에도 조금씩 적응되더라고요. 그래도 여전히 3페이지 읽는 데 50분 정도 걸렸어요.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흥미로운 변화가 있었어요.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굳이 사전을 찾지 않고 문맥으로 추측해보는 습관이 생긴 거예요. "이 단어는 아마 이런 뜻일 거야" 하고 넘어가니까, 읽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졌어요.
그 순간, 제 뇌 속 '추론 조종사'가 활성화되면서 "이게 진짜 원서 읽기구나!"라는 신호를 보냈어요.
2주차부터는 더 재미있어졌어요. 스토리에 몰입되기 시작한 거예요. 산티아고라는 소년이 보물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인데, 영어로 읽으니까 뭔가 더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문장이 있어요. "When you want something, all the universe conspires in helping you to achieve it." 처음에는 "conspire"가 뭔지 몰라서 사전을 찾아봤는데, "공모하다, 협력하다"라는 뜻이더라고요. "우주가 당신을 도와주려고 공모한다"는 표현이 정말 멋있게 느껴졌어요.
아무도 나한테 그렇게 하라고 한 적 없었는데, 나는 굳이 "영어 원서는 어려울 거야"라고 미리 겁먹고 있었어요. 왜냐고요? 나니까요. 새로운 도전 앞에서 주눅드는 나니까요.
하지만 막상 해보니 불가능한 일이 아니더라고요.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매일 조금씩 하다 보니 충분히 할 만했어요.
한 달 후, 계산해봤더니 90페이지 정도 읽었더라고요. 『The Alchemist』가 총 163페이지였으니까, 절반 이상을 읽은 거예요. "어? 벌써 이렇게 많이 읽었네?" 스스로도 놀라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 실력이 늘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처음에는 모르는 단어가 한 페이지에 10개씩 나왔는데, 한 달 후에는 3-4개 정도로 줄어들었거든요. 반복적으로 나오는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외워진 거죠.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완벽하게 계획대로 해본 적이 없는데, 영어 원서 읽기는 독서 습관처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어요. 작은 목표와 매일의 실천이 만든 기적이었거든요.
내 머릿속은 이제 마치 천천히 해독되는 암호문 같아요. 처음에는 해독 불가능해 보였던 영어 문장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명확하게 이해되는 거죠.
6주 만에 『The Alchemist』를 완독했어요. 영어 원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건 정말 처음이었어요.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내가 정말 영어책을 다 읽었구나" 하는 뿌듯함이 밀려왔어요.
요즘에는 두 번째 영어 원서를 읽고 있어요. 『Who Moved My Cheese?』라는 책인데, 이번에는 하루 5페이지로 목표를 늘렸어요. 첫 번째 책을 읽으면서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친구들이 "영어 원서 읽는 거 어렵지 않아?"라고 물어봐요. 그럼 저는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매일 조금씩 하니까 할 만해져"라고 답해요.
실제로 영어 원서 읽기의 비결은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모르는 단어가 있어도 일단 넘어가고, 이해 안 되는 문장이 있어도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가장 큰 수확은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 거예요. 영어 원서라는 높은 벽을 넘어보니, 다른 영어 학습도 "못할 게 없겠는데?" 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로 된 원문의 맛을 알게 된 거예요. 번역서로 읽을 때와는 다른 뉘앙스, 저자의 원래 의도를 직접 느낄 수 있는 특별함 말이에요.
그러니까 여러분, 영어 원서가 어려워 보인다고 해서 포기하지 마세요. 하루 3페이지, 아니 1페이지라도 꾸준히 읽다 보면 어느새 한 권을 완독하게 될 거예요. 음... 그냥 지금 집에 있는 얇은 영어책이라도 한 페이지만 펼쳐봐도 좋을 것 같네요. 첫 번째 도전의 시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