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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토크 생존기: 외국인 친구와의 대화 준비 과정

영어 울렁증 환자의 스몰토크 마스터 도전기

by 공부수집호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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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토크 생존기: 외국인 친구와의 대화 준비 과정

계획은 완벽했어요. 진짜로요. "다음 달에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온다고? 그럼 지금부터 스몰토크 연습해야지!" 이렇게 생각한 저는, 마치 영어 스피킹의 신이 된 것처럼 의기양양했거든요. 근데 그게 문제였죠. 계획만 했다는 게.


여러분도 아시죠? 그 기분. 뭔가 대단한 걸 할 것 같은데, 갑자기 방 청소부터 시작하는 그 감정. 저는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고는, 왜인지 서랍 정리부터 시작했어요. "깔끔한 환경에서 공부해야 효율이 좋지!" 라는 핑계로요. 물론 서랍 정리만 세 시간 했고, 영어는 단 한 마디도 연습 안 했죠.


그날 밤, 침대에 누워서 생각해봤어요. "How's the weather?" 이런 거 말고, 진짜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려면 뭘 준비해야 할까요? 그때 제 머릿속은 마치 알람 울리는 스마트폰 같았어요. 버튼은 눌렀는데, 여전히 울리는... 그런 상태였거든요.


첫 번째 주요 문장: "What's your favorite thing about your country?" 이거부터 연습하기로 했어요. 왜냐하면 안전하니까요. 상대방이 자기 나라 자랑하면서 열심히 떠들 테고, 저는 "Oh, really? That's amazing!" 이런 식으로 맞장구만 치면 되잖아요. 천재적 전략이라고 생각했죠.


거울 앞에서 연습을 시작했어요. "What's your favorite... 어? 페이버릿? 페이보릿?" 첫 단어부터 막혔어요. 발음이 문제가 아니라, 갑자기 이 질문이 너무 뻔해 보이는 거예요. 마치 "오늘 밥 먹었어요?"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도 나한테 그렇게 하라고 한 적 없었는데, 나는 굳이 그걸 선택했어요. 왜냐고요? 나니까요.


두 번째 주요 문장: "Have you tried any Korean food?" 이건 좀 더 실용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한국 음식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김치, 불고기, 치킨 같은 단어들 써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연습하다 보니, 상대방이 "No, I haven't. What do you recommend?" 라고 물어보면 어떡하지? 갑자기 한국 음식 설명하는 영어가 필요한 거예요.


"Kimchi is... uh... fermented cabbage with... 어? 발효가 뭐였지?" 제 뇌 속 '이성 조종사'는 이미 조종간을 놓고 도망쳤고, 대신 당황본능 원숭이가 탑승한 상태였죠. 그래서 급하게 파파고를 켰어요. 근데 파파고 켜놓고 대화하면 좀 이상하잖아요? "잠깐, 김치가 뭔지 번역기로 찾아볼게요." 이런 식으로요.


세 번째 주요 문장: "What do you do for fun?" 이것도 안전빵이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제가 재미로 뭘 하는지 영어로 설명할 수 없다는 거였어요. "I watch Netflix and eat chicken" 이게 전부거든요. 그런데 이걸 좀 더 멋있게 포장하려면? "I enjoy exploring various streaming contents while experiencing Korean culinary culture"? 아니에요, 이건 너무 어색해요.


진짜였어요. 물론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럽지만요. 저는 유튜브에서 "스몰토크 영어 회화 100문장" 이런 영상을 찾아봤어요. 그런데 영상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게 "Hi, how are you doing today?" 였어요. 아, 맞다. 이것부터 제대로 못 하는데, 뭔 고급 대화를 하겠다고 그랬을까요?


네 번째 주요 문장: "How long have you been here?" 이거는 상황에 따라 유용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상대방이 "Just arrived yesterday" 라고 하면, 그 다음에 뭘 물어봐야 할까요? "How was your flight?" 정도? 그럼 또 상대방이 길게 설명하면서 "The turbulence was terrible, and there was this crying baby..." 이런 식으로 나올 텐데, 저는 그냥 "Oh... I see..." 만 반복할 것 같은 거예요.


그때 깨달았어요. 스몰토크의 진짜 문제는 첫 번째 질문이 아니라, 그 다음에 이어지는 대화라는 걸요. 마치 도미노 게임 같은 거예요. 첫 번째 도미노는 쓰러뜨릴 수 있는데,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죠.


다섯 번째 주요 문장: "That sounds interesting!" 이건 만능 반응이라고 생각했어요. 상대방이 뭘 말하든 "That sounds interesting!" 이라고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연습하다 보니, 이것만 계속 말하면 로봇 같아 보일 것 같은 거예요. "I like pizza." "That sounds interesting!" "I have a dog." "That sounds interesting!" 이런 식으로요.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완벽하게 계획대로 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전통을 따르고 있었죠. 계획은 이랬어요: A 하고 B 하고 C 하고. 그런데 현실은? 유튜브 보고 치킨 먹고 자고.


여섯 번째 주요 문장: "What's the weather like in your country?" 날씨 얘기는 정말 안전한 주제라고 모든 영어 교재에서 말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연습해보니, 상대방이 "It's usually sunny, but sometimes it rains" 이런 식으로 대답하면, 그 다음에 뭘 말해야 할까요? "Oh, rain is... rain is..." 비가 뭐라고요?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어요. "위험! 위험! 준비 부족!" 하지만 이미 늦었죠. 친구가 오는 날까지 일주일밖에 안 남았거든요.


일곱 번째 주요 문장: "Do you have any hobbies?" 취미 얘기도 좋은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제 취미를 영어로 설명하는 거였어요. "드라마 보기"는 "watching drama"인가요, "watching TV series"인가요? 그리고 "쇼핑몰 구경하기"는 뭐라고 해야 할까요? "Window shopping"? 근데 창문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밤 12시가 넘어서야 깨달았어요. 제가 스몰토크를 어렵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요. 마치 대학 입시 면접 준비하듯이 완벽한 답변을 준비하려고 했던 거예요. 하지만 스몰토크는 완벽함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이 중요한 거잖아요.


여덟 번째 주요 문장: "I'm sorry, could you repeat that?" 이건 정말 중요한 문장이에요. 못 알아들었을 때 쓰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것도 자연스럽게 말하려면 연습이 필요해요. "아이엠 쏘리 쿠드 유 리핏 댓?" 이렇게 로봇처럼 말하면 안 되니까요.


아홉 번째 주요 문장: "That's a good point." 상대방이 뭔가 의견을 말했을 때 쓸 수 있는 반응이에요. 그런데 이것도 타이밍이 중요해요. 상대방이 "I had cereal for breakfast" 라고 했는데 "That's a good point" 라고 하면 이상하잖아요.


열 번째 주요 문장: "It was nice talking to you." 대화를 마무리할 때 쓰는 정중한 표현이에요. 그런데 이걸 언제 써야 할지도 애매해요. 너무 일찍 쓰면 "벌써 끝내려고 해?" 이런 느낌이고, 너무 늦게 쓰면... 음, 그냥 어색하죠.


이 모든 문장들을 연습하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스몰토크는 문장을 외우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관심을 보이는 거라는 걸요. "How's the weather?" 라고 물어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의 답변을 듣고 반응하는 게 중요한 거였어요.


그래서 전략을 바꿨어요. 완벽한 문장 10개를 외우는 대신,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법을 연습하기로 했죠. "Really?" "Oh, I see." "That's cool!" 이런 간단한 반응들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울 수 있으니까요.


친구가 오기 하루 전, 거울 앞에서 마지막 연습을 했어요. "Hi! How was your flight?" "Oh, that sounds tiring. But you're here now!" "What would you like to do first?"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를 상상해봤어요.


그런데 갑자기 생각해보니, 제가 한국어로 외국인과 대화할 때도 완벽하지 않았어요. 어색한 순간도 있었고, 못 알아듣는 것도 있었죠. 그런데 그게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결국 친구가 도착했을 때, 저는 준비한 문장들을 반도 쓰지 못했어요. 대신 "Welcome to Korea! Are you hungry?" 라고 물어봤고, 친구는 "Yes! I want to try Korean BBQ!" 라고 답했죠. 그리고 우리는 고깃집에서 손짓 발짓 섞어가며 즐겁게 대화했어요.


완벽한 스몰토크는 없었지만, 진짜 대화는 있었어요. 서로 웃고, 가끔 못 알아듣고, 다시 설명하고... 그런 과정 자체가 스몰토크의 진짜 의미였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여러분, 스몰토크는 완벽한 문장을 외우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 연결되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물론 아직도 영어는 어렵지만요. 음... 그냥 지금 냉장고나 다시 열러 가야겠네요. 치킨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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