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이 필요한 이유
"그러니까 왜 다음 시간에 체육을 해야 하는 건지 말해봐."
"그러니까 왜 학원을 안 가고 싶은 건지 말해봐."
"그러니까 왜 최신 스마트폰이 필요한 건데?"
"그러니까 왜~"
"아, 괜찮아요. 그냥 수학해요."
"아니에요. 학원 갈게요."
"최신 스마트폰 필요 없어요."
"아니, 얘기해 보자니까. 너희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래."
'선생님을 어떻게 이겨요.'
시도도 해보지 않고, 노력도 해보지 않고 진다.
나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져주고 싶은데 아이들이 그 기회를 너무 쉽게 포기한다.
떼쓰기는 쉬워도, 우기기는 쉬워도
내 생각에 이유를 들어 상대를 설득하는 건 하기 싫은 거다.
자신이 없거나 또는 귀찮거나
어쩌면 그다지 간절하지 않거나.
우리나라 성인 평균 문해력 수준이 '토론'이 안 되는 OECD기준 2등급으로 이는 직장에서 회의가 불가한 수준이란다.
이 부분이 정말 와닿았다.
직장에서 회의가 불가한 수준.
'회의', '토론'이 우리는 왜 이리 어려울까.
그러나 요즘 사회는 더욱 토론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몇 가지 문제들은 토론을 꼭 했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학교에서는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 발생(특히 숙박형 수학여행)', '고교학점제' 문제
가정, 사회에서는 '어린이 스마트폰 사용'문제이다.
이 문제가 지속된다면 또는 해결되지 않는다면 혐오감마저 생길 것 같은 불안함이 든다.
수학여행 시, 안전 문제 발생에 대한 무한 책임 부담을 느끼는 교사
아이들의 수학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고 싶은 학부모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관리자
친구들과 여행으로 일상의 해방과 추억을 쌓고 싶은 학생
사실 모두의 입장이 이해가 되고 일리가 있다.
각자의 욕구와 입장이 확고하기에 갈등이 깊어진다.
그래서 토론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 모입시다.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해 봅시다."라는 학교가 있었다는 소문을 아직 듣지 못했다.
계속 각자 고민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무한 반복 이야기 한다.
갈등은 더 깊어지고, 심지어 상대에 대한 혐오까지 생긴다.
토론 없이도 수학여행은 가거나 가지 않거나 둘 중 하나로 결정 날 것이다.
그런데 가고, 안 가고 가 중요할까.
중요한 건 미움이 생긴다는 거다.
그래서 토론이 필요하다.
서로의 생각이라도 들어보는 기회, 상대에게 설득당해 보는 기회를 가져야 미움이 자라지 않는다.
토론이란
어떤 문제에 대해 여러 사람이 각자의 의견을 내세워 그것의 정담함을 논하는 것이다.
토론을 통해 상대를 설득하기도 하지만 설득당하기도 한다.
설득당하면 진 건가? 질까 봐, 그로 인해 기분 상하고 자존심 상할까 봐 토론을 하지 않는 것일까?
토론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고의 폭이 넓어지며 그로 인해 성장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우리 삶 속에 '토론'이 얼마나 존재할까.
"선생님은 왜 스마트폰 쓰세요?"
"핸드폰은 필수품이 되었고, 나에겐 스마트폰이 아닌 폰을 사용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으니까."
"너희는 왜 스마트폰 이어야 하는데?"
"친구들 다 스마트폰이니까요.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잖아요."
"맞아. 맞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거 엄청 많지. 너희는 주로 뭘 하는데?"
...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다음에 계속하자."
아이들의 표정이 과연 어두울까?
아이들이 기분 나빠할까?
어떤 아이는 새삼 진지하다.
'나는 스마트폰이 왜 필요하지?'
어떤 아이는 날 보며 미소를 짓는다.
'다음엔 이깁니다. 준비하세요. 선생님.'
나도 미소로 답한다.
'그래, 얼마든지. 기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