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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살 수 있는 시간은?

그건 바로

by 승아리

"아들아, 그냥 스무 살 될 때까진 엄마말 듣고 살면 안 될까?

7년, 7년 남았네. 그리고 90살까지 산다 치면... 70년은 네 마음대로 살잖아.

7년 참고 70년을 자유롭게~ 좋은데~ 괜찮지 않아?"

...

"엄마, 근데 엄마는 아까 운전하면서 왜 전화받았어?"

"아니, 꼭 받아야 하는 전환데, 네가 있으니까 스피커로 못 받은 거지. 그리고 잠시 통화하고 끊었잖아."

"잠시든 잠시가 아니든, 운전 중엔 전화기 들고 통화하면 안 되지 않아?"

...


20살부터 자유라고?

출근하기 싫은 날에도 저절로 눈이 떠진다.

아이를 낳고부터 세상 가장 좋아했던 주말 늦잠과 이불속 퍼져있음을 포기했다.

내 허점과 약점을 찾으려는 아이의 시선에 늘 뒤통수가 따갑다.


어릴 땐 부모님 안에서

부모가 된다면 아이 안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나이는 언제일까?

20대일까?

그 10년 남짓이 그나마 자유로울 수 있는 나이일까.


난 그 소중했던 10년 동안 어떻게 살았지?

10대에 비하면 자유로운 생활을 한 건 사실이지만

"다른 사람 눈치 안 볼 거야~ 내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다.

졸업과 동시에 임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는 압박

졸업 그리고 발령

결혼, 출산과 육아

그렇게 지금까지 이어진 생활이다.


대부분 나처럼 살지 않았을까.

20대라 해도 그 나이에 정해진 과업들을 해내며

그 과업을 해내지 못하면 실패한 것 같은 불안감에

그 과업을 성취하면 성공.

남들보다 빠르게 성취하면 더 성공.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떤 이유든 1년 정도 휴학했어도

논다고 학점 관리 못했어도

진짜 해보고 싶은 일에 빠져보았어도

지금 현재 내 삶에 그 자유로운 시간들이 큰 영향을 미쳤을까?


그래도 어쩌겠는가.

아쉬움은 있지만 재미있었다.


그럼 20대가 자기 마음대로 뭔가 할 수 있는 나이인 걸로?


오늘따라

20대 나이를 가진 친구들을 더 유심히 보게 된다.

가장 좋을 나이로 부러움을 받던 내 20대 때와 다르게

요즘 20대들은 마냥 해맑아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젊고, 예쁘고, 건강해 보이지만 무언가 걱정이 많아 보인다.

딱히 마음대로 사는 것 같지도 않다.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나이는 사라진 걸까?

정말?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나이.

나의 자유 의지로,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 나이.


어쩌면

도서관에서 리포트 쓰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던 내 20대는

결국 내가 원했던 '내 마음대로의 시간'이었다.

어딘가 여행을 가고, 다른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은 것도

진정 원하지 않았거나 또는 용기가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세상이 이러하니까

지금 상황이 이러하니까

엄마가 못하게 하니까

아이가 어리니까

딸 애 봐줘야하니까

경제적 여유가 없으니까

그래서 내 마음대로 살 수가 없다.


서울대, 외무고시 최연소 합격을 하고도

출근하기 싫어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영어 강사의 길을 선택한 사람을 보았다.

자기 마음대로 산다는 건

소위 일탈, 일상과 벗어남, 맘껏 소비 등이 아닐지도.


내 마음대로 사는 건 어렵게 느껴지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가장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면 가능하다.

진정 원한다면

정말 나를 행복하게 하는 시간을 찾았다면

내 선택에 책임질 용기가 있다면 가능하다.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시간은 특정한 나이대가 아니었다.

언제나 바로 지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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