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윤~ 오늘 선생님이랑 수학 공부하는 날인 거 알지?"
다윤이 입이 쭈-욱 늘어난다.
"다윤아~ 일어나. 바로 앉아서 풀어."
엎드려 있던 다윤이가 일어난다.
"30분 동안 2문제 푼 거야? 하기 싫어?"
다윤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 수학 시간에 다 못했잖아. 지난 시간에도 다 못하고 계속 안 하고 이렇게 넘어갈 거야?"
다윤이가 입술을 앙 깨문다.
"선생님~ 저 오늘 남아서 공부 못해요."
생기발랄 해맑은 다윤이 목소리
"왜?"
"위클래스 선생님이 오래요~~"
"20분만 공부하고 가자. 선생님이 상담샘께 연락할게."
다윤이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울기 직전이다.
"다윤아. 너 수학 공부 안 할 거야?"
...
"너 수학시간에 계속 엎드려있고, 확인 문제도 수익도 계속 밀리고 있잖아.
수학 교과서가 계속 빈칸으로 남으면 수학이 더 싫어질 수 있어. 괜찮아?"
...
"수학시간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틀린거 보면 울먹거리고?"
"해야지. 해야 알지. 안 하면 계속 모르는 거야."
...
"김다윤, 너 수학 못해도 돼?"
"아니요."
"그럼 해야지. 선생님이랑 하자."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무기력했던 다윤이.
수학시간마다 엎드려 있던 아이를 일으키고 남겨서 공부시켰다.
아이가 하기 싫어서 눈물을 글썽이면 내 마음이 무너지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이 아이가 앞으로 만날 수학시간이 셀 수가 없는데
나는 곧 이 아이와 헤어질 텐데 계속 수학시간을 겁내고 도망갈까 두려웠다.
올해는 교실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지 않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아이들과 북적이던 교실이 그립기도 하고, 또 그간 달려왔던 교사로서의 역할을 내려놓는 여유도 생겼다.
"선생님은 어떤 아이가 예쁘세요? 말 잘 듣는 애?"
실무원님의 갑작스런 질문.
"음. 말 잘 듣는 애.. 글쎄요."
한참을 생각했다.
"성장하는 아이요."
"저와 함께하는 동안 커가는 아이, 배우는 만큼 더 나아지는 아이가 예뻤던 것 같아요."
"그렇구나, 그럴 수 있겠네요."
"그때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아이들이 고맙고 오래 기억에 남아요."
스승의 날 아이들의 깜짝(?) 파티도, 책상 위 올려진 편지도 올해는 나와 상관없는 장면이다.
그렇게 스승의 날이 2주 지나고.
내 앞으로 두툼한 정부봉투가 도착했다.
작년 아이들의 편지였다.
서준이, 하윤이, 그리고 다윤이...
선생님~ 저 다윤이에요.
때론 선생님을 생각하면 꿈과 희망이 생각나요.
선생님 덕분이예요. 선생님 덕분에 수학도 올백 맞아 봤어요.
선생님 덕분에 키도 크고 공부도 늘었어요. 다시 선생님을 한 번이라도 다시 뵙고 싶어요.
선생님이 위로해줬을 때 전 그걸 듣고 지금도 용기가 뿜뿜이예요.
항상 전 선생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걱정해 주시고 위로되는 말 해주셔서 감사해요.
수도꼭지 틀린 듯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때 울리는 전화벨.
"네,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다시 전화드릴게요."
눈물이 계속 나서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건강하게 당당하게 잘 자라고 있는 다윤이가 너무 고마웠다.
'꼭 힘들 때마다 아이들이 선생님 그만두지 못하게 이렇게 에너지를 충전해 주는구나.'싶다.
그래,
에너지가 소진될 때까지 일단 또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