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 들어서면 작은 보드(board)를 만날 때가 있다.
보드를 통해 가게 주인이 손님에게 어필하고 싶은 내용을 전달한다.
대게는 대표 메뉴를 자랑하거나
또는 가게에서 지켜야 할 점(주의사항)이 적혀있었던 것 같다.
'신메뉴-0000 커피'
'눈으로만 봐주세요.'
'1인 1 메뉴입니다.'
'외부음식 반입 금지입니다.'
길 건너 상가에 좋아하는 아담한 빵집이 있었다.
2-3평 남짓 될까?
직원 2명, 주 2회 문을 열어 빵이 다 팔리면 문을 닫았다.
퇴근 후 들른 빵집에는 내가 좋아하는 빵이 없는 날이 더 많았다.
어느 날부터 '휴업'이다. 확장 준비 중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그러던 어느 날, 상가 입구 옆을 지나는데
한 가게에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그 빵집이다.
상가 안에서 입구 옆 외부 자리로 옮겼다.
게다가 2층도 있고, 한편엔 카페, 직원은 10명 훌쩍 넘어 보인다.
'우와~ 사장님 성공했구나~'
빵의 종류가 늘었다.
샌드위치, 햄버거, 샐러드 등 메뉴도 늘었다.
빵에 곁들여 먹을 각종 소스들도 제약 없이 가져가도록 한가득 쌓여있다.
가게가 확장했으니 빵값도 올랐을까?
다행이다. 빵값은 그대로다.
소위 오픈발(?)이 아니었다.
상가를 갈 때마다 언제나 빵집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빵을 사러 온 건 아닌데 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가게로 들어간다.
세 번 이상 가서야 입구에 보드가 눈에 들어왔다.
'가만 보자~ 이 가게에서는 뭐가 안 되는 걸까?'
'반입 불가가 아닌 가능?'
한 번 더 확인했다.
'가능'이다.
'오~참신한데?'
"엄마, 팥빵 먹고 싶어~~~"
재빨리 빵집 운영 시간을 검색한다.
10시 마감.
지금 9시 30분이니 빨리 뛰어가자.
다행이다.
팥빵이 두 개 남아있다.
하나를 쟁반에 담아 흐뭇한 미소와 함께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손님~ 곧 마감이라 매장에서 젤 비싼 빵을 하나 더 하시면 그 빵은 무료로 드립니다."
"네?"
'이게 무슨 소리야. 젤 비싼 빵을 공짜로 준다고? 진짜지...?'
팥빵 1,500원.
팥빵을 하나 더 살까?
그 옆 호밀빵 5,200원이 보인다.
'지금 남은 것 중에 제일 비싸네. 이거다.'
빵 두 개를 카운터에 다시 올려놓았다.
모니터로 계산 상황이 보인다.
5,200+1,500=6,700
직원이 웃으며 말한다.
"손님 1,500원 결제하겠습니다."
나도 웃으며 카드를 받는다.
"감사합니다."
기분 좋은 밤이다.
단지 비싼 빵을 공짜로 받아서만은 아닐 거다.
직원도 나도 마주 보며 웃었다.
공짜 빵을 받아서라기보다
좋은 빵을 선물 받은 기분이다.
사장님이 누군지 모르겠다.
매장 내 누군가가 사장님일까.
여기 직원들은 이 가게에서 일하는 동안 왠지 마음이 커질 것 같다.
"손님~ 외부 음식은 드실 수 없습니다."
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손님의 테이블을 감시(?) 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순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당일 생산, 당일 판매라는
사장님의 원칙을 직원들이 함께 실천한다.
정직함과 여유를 경험할 수 있다.
이상한 빵집이다.
사장님이 자신의 가게를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
나도 이 이상한 빵집을 더 찾게 될 것 같다.
내 아이가 나중에 아르바이트 경험을 하게 된다면
이런 사장님과 함께 일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리고
우리 동네에는 이상한 빵집도 있지만, 이상한 스터디카페도 있다.
자신의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는 모든 사람을 응원하는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복도에서 보드에서 늘 느껴진다.
참 신기하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그가 하는 일이 위대해 보이고,
자신의 가게를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그 가게를 아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