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작은 슈퍼맨
"엄마, 오늘 유담이가 나한테 기분 나쁜 말 했어!"
"너는 불필요한 말 안 했고?"
"아 진짜! 엄마 너무해!"
"엄마~ 선생님이 내 얘기 안 들어주고 울지 말라고만 하셨어!"
"체험학습 가면 선생님 정신없으시잖아. 왜 울면서 말했어~"
"됐어. 엄마도 똑같아!"
엄마가 학교에 있는 아이의 운명일까.
아이가 처했을 상황에 내 아이만 보이지 않으니 어쩌랴.
내 아이를 아프게 했을 그 아이도 보이지만 내 아이도 보인다.
한 아이의 일방적인 공격(?)은 거~~ 의 일어나지 않음을 아니까.
비 오는 체험학습 날, 친구들과 놀다 생긴 트러블에 선생님을 찾아가 울면서 호소하는 내 아이도 보이지만 담임 선생님의 지친 표정도 보이니 말이다.
내 아이 말만 듣고, 아이 편을 들어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 찰나에도 아이를 스스로 성찰하게 하고 싶은 마음.
그래서 아이를 위로하고 아이 편들어주는 건 늘 후순위였다.
그간 크고 작은 이런 일들의 쌓임이 얼마나 될까.
"우와~ 이거 뭐야?"
"응, 학교마다 알아야 할 정보를 숫자로 정리한 거야."
아빠가 보고 있는 엑셀파일 속 깨알 같은 네모 칸 속 어지러운 숫자들을 보며 대화한다.
이때다 싶었을까.
괜히 내가 나서 아이 아빠의 꼼꼼한 노력을 어필하고 싶었다.
"아들, 아빠 이거 할 때 엄청 집중해서 했어. 틀리면 혼나거든."
"엥? 왜 혼나? 아빠! 내가 뭐라 해줄게."
아이의 저 말에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목구멍에 뭔가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기분이 좋았다.
아들의 저 한 마디에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다.
내 앞에 작고 옹골진 슈퍼맨이 보였다.
만약 엑셀 속 숫자가 틀려서 윗분께 혼난 들, 방금 아들의 표정과 말이 떠오를 것 같아서 든든했다.
난 왜 단순하게
저 한마디를 못해줬을까.
"누구야! 누가 널 기분 나쁘게 했어! 엄마가 이놈~~ 해줄까?!"
"네가 울면서 선생님 찾은 건 엄청 속상했다는 건데 무슨 일이었어! 누가 널 울렸어! 누가 우리 아들 울렸어!"
"아 엄마 괜찮아, 이제 됐어."라고 말할 아이인데
제일 먼저 아이 편이 되어주지 못했구나.
누군가 그랬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전쟁터로 나가는 것이라고.
전쟁터에서 무사히 돌아온 가족이 저녁에 만나는 건 기적이다.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
더 든든한 품과
따뜻한 말로 가족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