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의 분리조치

by 승아리

교무실에서 급하게 찾는다.

학교폭력 신고로 분리조치가 된 학생들이 생겨 보결수업 할 사람이 필요한데 내가 당첨되었다.

오늘 오전은 할 일이 많았는데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는구나.

6학년 두 아이라는데 어떤 녀석들일까.

으이그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렇게 급하게 내려간 학부모 회의실에서 두 아이를 만났다.

여느 때와 같이 교실로 등교했던 이 아이들은

학폭 신고로 분리조치되었음을 듣고, 그대로 가방을 멘 채로 이곳으로 내려왔다.


테이블 맞은편 멀치감치 떨어져 앉은 두 아이

그 중간에 앉은 나는 한동안 조용히 앉아있었다.

6학년 아들을 키우는지라 괜스레 마음이 더 무거웠다.


한 아이는 조용히 지우개 가루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고 있고 한 아이는 궁금한 게 많다.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요?

생기부에 적히면 안 지워져요?

선생님이랑 뭐 해요?

매 시간마다 다른 선생님 들어오세요?

"선생님은 정확하게 아는 게 없어. 나중에 담당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실 거야."

"너희는 오늘 여기서 선생님과 수업해야 되고, 일주일 동안 여기서 공부할 거야."

"6학년 교실로 가면 안 돼. 화장실은 여기 앞에만 가고, 점심은 저학년들 먹을 때 선생님이랑 같이 가서 먹을 거야. 이해했어?"

"네"

"담임선생님께 너희 교과서 좀 가져달라고 얘기하고 올게. 기다려줘."


다음 주에 학예회가 있는 학교는 오늘 전교생이 총연습을 한다.

온종일 아이들의 웃음과 설렘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그 공기가 맞닿지 않는 1층 복도 끝 교장실 옆 회의실에서 조용히 수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금요일을 보내고, 내심 다음 주엔 아이들이 학교에 안오길 바랬다.


다음 주 월요일 아침, 수혁이만 등교한다고 한다.

수학공부를 하는데 아이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

열이 난다.

부모님과 통화 후 조퇴조치했다.


수요일 1교시, 회의실 문을 여니 수혁이가 앉아있다.

수혁이는 일주일 내내 학교에 오기로 한 것 같다.

먼저 와 조용히 앉아있는 아이가 반갑기도 하고 괜히 가엾기도 했다.


오늘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수혁아, 학교 마치면 어디가?"

"유도학원 가요."

"마치면?"

"영어학원 갔다가 집에 가요."

"집에 가면 몇 시야?"

"7시 반쯤 돼요."

"집에 가면 부모님 계셔?"

"안 계세요. 엄마는 할머니 가게도 도와줘야 해서 9시 넘어서 오고, 아빠는 11시 넘어서 올 때도 많고..."

"그럼 밥은?"

"거의 안 먹어요."

"배 안 고파?"

"네"

"그러고 나선 뭐 해?"

"씻고... 핸드폰 좀 보다가 자요."

"그렇구나."

"이번 일로 엄마 속상해하시지?"

"네..."

"그래, 네 마음은 어때?"

"...... 교실에 가고 싶어요. 교실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

"지금 여기 있는 건 네 말과 행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야. 너 여기 있는 이유를 알잖아. 앞으로 다시 또 안 오게 해야 돼. 그건 너만 할 수 있어. 그리고 꼭 그렇게 해야 돼."

"네..."

"반성하고, 다짐하고, 더 단단해지자."

"네."


"내일 학예회날이잖아."

"내일은 1,3,5학년이 하잖아요."

"2,4,6학년은 교실에서 영상으로 볼 거잖아."

"저는 못 보잖아요."

"너 안 보고 싶어?"

"보고 싶은데.. 전 못 보잖아요."

"왜 못 봐. 선생님이랑 강당에서 보던지 티브이 있는 곳에서 보면 돼. 내일 선생님이랑 같이 보자."

"네."


목요일 아침, 함께 학예회를 보기로 한 수혁이는 오지 않았다.


수혁이와 우언이는 분명 잘못된 행동을 했다.

상처를 주는 말을 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

나쁜 말과 행동 좀 하지 말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하고 매일 알림장에 적어줘도 한다.

제발 좀 카톡이나 문자로 증거를 남기지 말라고 해도 선명하게 남긴다.

말 좀 들어라. 똑똑하게 살아라. 해도

긴장감이 부족한 건지, 겁이 없는 건지, 꼭 당해봐야 아나보다.

아이들이 그렇다.


수혁이와 우언이는 어쩌면 자신들의 입에서 나간 그 말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늘 그렇듯 교실에 들어섰지만 분리조치되어 교실을 나왔다.

피해를 입은 아이가 그걸 원했기 때문이다.

법이 그렇다.

우린 봐줄 수 있지만 우린 계속 봐줬지만 법은 봐줄 수가 없다.

아이들도 법의 무게를 아는지 조용히 따라 나온다.


일주일간 아이들은 회의실과 바로 앞 화장실만 이용한다.

급식도 저학년 동생들과 먹는다.

만에 하나 피해학생과 마주치지 않기 위함이다.


잘못했다.

잘못한 행동에 책임을 지고 있다.

그래서 6학년 마지막 추억으로 남을 학예회 연습도 못하고, 구경도 못하고, 어쩌면 참여도 어려울지 모른다.

내 행동에 대한 대가, 책임이다.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겠지?

정말 그럴까?


두 아이는 일주일간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진심으로 뉘우쳤을까?

일주일간 분리되었다 다시 한 공간에서 만나는 피해학생 마음은 어떠할까.

피해 학생의 상처는 온전히 치유가 될까.

아이들의 관계는 회복될까.


우리가 바라는 건

반성을 통한 성장

진정한 사과

관계회복이다.


모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에게

학교폭력법에 의한 문제 해결은 최선의 후시딘이 되기는 어렵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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